또 나이탓? 계단 오르내리기 유독 힘든 당신, '이 병' 때문일 수도 [건강 팁]

안경진 기자 2023. 7. 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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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정연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
나이 들면서 자꾸 넘어진다면 '근감소증' 의심해봐야
근육, 운동기능 외에도 신체·장기 기능에 광범위한 영향
적절한 운동·영양섭취로 예방···의심될 땐 병원 찾아야
정상 근육(왼쪽)과 근감소증 근육. 사진 제공=분당서울대병원
[서울경제]

근감소증은 골격근량이 감소하며 근육의 힘과 신체 기능이 떨어지는 질환이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이 점차 감소하는 건 자연스러운 노화의 과정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2017년 근감소증을 정식 질병으로 인정했다. 국내에서도 2021년 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 포함되어 엄연한 질병으로 분류되고 있다. 큰 병이 없는 데도 나이가 들면서 지속적으로 피곤하고 예전만큼 운동하기 어렵거나 힘이 없어 빈번하게 넘어지고 식욕저하, 체중감소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근감소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70대가 되면 근육량이 30~40대에 비해 30% 가량 줄어든다고 알려졌다. 문제는 근육이 없어진 자리를 지방이 채우면서 체중이 유지되다 보니 이를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실제 국내 여러 연구 결과를 종합해보면 60대의 10%, 70대의 25%, 80대 이상의 50% 이상이 근감소증으로 추정된다.

근육은 단순히 팔다리를 움직이고 운동을 가능하게 하는 역할 외에도 뼈와 혈관·신경·간·심장·췌장 등 신체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근육이 힘을 잃으면 근육에 의해 당겨지는 뼈도 힘을 받지 못하면서 약해져 골다공증이 생기기 쉽다. 근육이 줄어들수록 근육을 통해 분비되는 여러 가지 호르몬에 의해 새로운 혈관과 신경이 생겨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에 신체기능 저하와 여러 장기의 기능부전을 일으켜 인지기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 근육 감소는 지방간, 심장병, 췌장 기능 저하와도 연관되며, 근육의 혈당 흡수와 사용능력을 현저히 감소시켜 당뇨가 생길 확률도 높아진다. 근감소증은 심혈관질환, 암 등 주요 사망요인과도 연관되므로 만성질환에 취약한 노인들은 근육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근감소증은 약물을 통한 예방이나 치료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적절한 운동과 영양 섭취를 통해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곧 예방 및 치료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근감소증을 예방하려면 노화로 인해 근육이 줄어들기 시작하는 초기 단계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단계에서는 적절한 운동과 식이요법만으로도 정상으로 회복될 확률이 높다. 자전거 타기와 수영, 걷기 등 심폐지구력을 향상시키는 유산소 운동부터 근력을 향상시키는 저항성 운동, 관절의 운동 범위를 넓혀주는 유연성 운동, 몸의 밸런스를 잡는 균형 운동을 모두 하는 것이 권장된다. 근육을 유지하고 늘리는 데 가장 중요한 운동은 아령이나 탄력밴드를 통한 부하 운동과 저항성 운동이다. 단, 고령에서 지나치게 저항성 운동을 강조할 경우 관절에 무리가 올 수 있으므로 전체적인 운동량을 늘리는 것이 권장된다. 운동의 목표는 부상을 입지 않으면서 적절한 근육 기능과 근육량을 유지하는 것임을 기억하도록 하자. 근육을 유지하고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등 모든 영양 요소들이 필요하다. 그 중에서 어르신들에게 가장 강조되는 것은 단백질이다. 특히 국내 노인들의 식단은 밥, 김치, 나물과 같이 탄수화물 위주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단백질 섭취량을 늘리는 데 신경쓰는 것이 좋다. 근육을 유지하기 위해 권장되는 하루 최소 단백질 섭취량은 체중 1kg당 1.0~1.2g이다. 만약 영양불량, 근감소증 상태이거나 각종 질환을 동반하고 있다면 단백질 섭취를 1.2~1.5g으로 늘려야 한다. 보통 100g당 단백질 함량은 소고기·돼지고기·닭고기의 경우 20~25g, 달걀흰자와 두부는 6~10g, 우유는 3g 정도다. 단백질을 한 끼에 몰아서 섭취하기 보단, 2~3번으로 나눠 식사 때마다 일정량 이상의 단백질을 섭취하는 편이 근감소증을 예방하고 극복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된다.

근감소증은 심하게 진행되기 전에 일찍 찾아내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근육량이 이미 지나치게 적어져 그로 인한 관절 기능과 전신 컨디션이 저하되고,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힘든 수준에 이르렀다면 영양이나 운동요법의 시도조차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최근에 반복적으로 넘어지거나 이전과 달리 쉽게 피로감을 느끼거나 건망증이 심해지는 것 같거나 평소에는 들 수 있었던 물건을 들지 못하거나 급격한 체중감소, 오르막·내리막·계단 이동 등에 어려움을 느낀다면 빠른 시일 내에 병원을 찾아 정확한 평가와 진단을 받는 것이 좋겠다.

최정연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 사진 제공=분당서울대병원
안경진 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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