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도 달맞이꽃 보고 싶은 인간의 욕망이 빚어낸 ‘낮달맞이꽃’[정충신의 꽃·나무 카페]

정충신 기자 2023. 7. 1.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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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맞이꽃을 낮에도 볼 수 있게 개량한 분홍·황금 낮달맞이꽃
달맞이꽃의 생존전략…활동 곤충 적지만 피는 꽃 적어 쉽게 수분
달맞이꽃 토종식물 착각…칠레 원산지로 해방 무렵 들여온 ‘해방초’
두해살이풀, 꽃말은 기다림, 자유로운 마음, 말없는 사랑
서울 중구 을지로입구 전철역 청계천 방향으로 나오면 잘 단장된 도심 정원에 ‘기타치는 왕눈이 개구리상’ 앞에 황금낮달맞이꽃이 시민들 발길을 사로잡는다. 6월3일 촬영

<연분홍 키 작은 꽃잎 넉 장/땅에 기듯 살아가는/짝사랑하는 낮달맞이꽃//큰 빛 은혜 받아도/희미한 사랑에 애자져 빈혈 앓듯/핼쑥한 꽃//진노랑 키 큰 꽃잎 넉 장/노란 꽃수술 달맞이꽃 /초저녁이면 꽃몸 열어 기운 받고/새벽이면 꽃잎 접는 만족한 은혜/짱짱한 사랑//달빛 사랑이야 어떠하든지/믿음대로 피는 꽃>

송영란 시인의 ‘낮달맞이꽃과 달맞이꽃’이다.

서울 중구 을지로입구 전철역 인근 도심 정원 ‘기타치는 왕눈이 개구리상’ 앞에 곱게 핀 황금낮달맞이꽃. 6월3일 촬영

달맞이꽃은 밤이면 꽃을 피웠다가 아침이면 오므라드는 특징에 따라‘밤에 달을 맞이하는 꽃’이라는 뜻이다. 달맞이꽃은 노란색이 가장 흔하다.

<얼마나 기다리 꽃이 되었나/ 달 밝은 밤이 오면 홀로 피어/쓸쓸히 쓸쓸히 시들어가는/ 그 이름 달맞이꽃...>

맹인가수 이용복, 장사익이 부른 , 그리움에 가슴이 시려오는 그 달맞이꽃이다. 주로 박각시나방 등 밤에 움직이는 곤충을 수분의 매개체로 사용하기 때문에 밤에만 꽃을 피운다고 한다.

그런데 여름이면 낮에 피는 낮달맞이꽃이 벌건 대낮 도심 정원 곳곳에 눈에 띈다. 시 속에 등장하는 분홍낮달맞이꽃과 황금낮달맞이꽃이 그것이다. 밤에 피는 달맞이꽃과는 달리 낮에 꽃을 피우는 원예종 낮달맞이꽃이다. 여름철 길가나 화단에 키 작은 분홍낮달맞이꽃이 자주 눈에 띈다. 달맞이꽃보다 더 잘 자라는 낮달맞이꽃을 더 자주 보게 된 셈이다.

키작고 여리여리한 색깔의 분홍낮달맞이꽃. 암술 수술 부분이 노랗다. 꽃이 황금낮달맞이꽃이나 달맞이꽃에 비해 큰 편이다. 2019년 6월8일 경남 사천시 삼천포항에서.

낮달맞이꽃과 달맞이꽃은 빛과 온도를 가늠해 피어나는 꽃이다. 달맞이꽃의 영어이름이 ‘이브닝 프림로즈(Evening Primrose·저녁 앵초)’인 데 비해 낮달맞이꽃 영어 이름은 ‘선드롭스(Sundrops)’라 불린다. 이브닝 프림로즈는 밤에 뜨는 달을 맞이하기 위해서 피는 꽃을 뜻한다. 달맞이꽃은 저녁이면 피었다가 아침이면 지는 꽃이라 월견초(月見草)라고 하고 밤에 꽃을 피우는 식물은 향기로 곤충들을 불러 모으는 탓에 향기가 은은하게 퍼져 ‘야화(夜花)’ 또는 ‘야래향(夜來香)’이라고도 한다. 일본은 대소초(待宵草)라고 한다.밤을 기다리는 꽃이라는 뜻이다.

낮달맞이꽃과 달맞이꽃은 빛과 온도를 가늠하여 피어나는 꽃이다. 달빛에 대한 믿음으로 피어나는 꽃이다. 달맞이꽃의 속명(屬名)은 그리스어 ‘오이노스(Oinos·포도주)’와 ‘테라(t(thera·마시다)’의 합성어로 ‘이 식물의 뿌리가 포도주의 첨가제로 쓰였기 때문 또는 뿌리에서 나는 냄새를 맡으면 술을 한 잔 마시고 싶어지기 때문에 붙여졌다는 설이 있다.

‘선드롭스’는 낮에 꽃을 피우는 낮달맞이꽃, 해맞이꽃을 일컫는다.해맞이꽃이라 부르면 될텐데 굳이 낮달맞이꽃이라 한 것은, 달맞이꽃과 꽃 형상, 암술 수술 등이 닮은 탓도 있지만 낮에도 달맞이꽃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에 의해 붙여진 이름이다.

여름꽃인 황금낮달맞이꽃이 바위취와 함께 피어있다. 2022년 6월12일 경기 남양주시 와부읍 프라움악기박물관

낮에도 달맞이꽃을 보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작품이 낮달맞이꽃이다. 달맞이꽃을 낮에도 보고 싶어 관상용으로 개량, 육종한 것이다. 달맞이 꽃이 밤에 피는 것과 달리 낮달맞이꽃은 햇볕이 있는 낮 동안 꽃이 피고 밤에는 시든다. 꽃잎은 4장이다. 잎은 마주나며 긴 타원형이다. 잎의 가장자리는 불규칙적이다. 번식은 종자나 꺾꽂이 또는 포기나누기 등으로 한다.

경기 남양주시 도로변에 키작은 분홍낮달맞이꽃이 페튜니아 걸이 화분과 함께 피어있다. 5월27일 촬영

달맞이꽃이 밤에 피는 치밀한 생존전략 때문이다. 꽃은 식물의 생존전략에 따라 피우는 시기와 기간을 정한다. 생존확률이 가장 높은 방법을 택한다. 꽃은 거의 낮에 핀다. 곤충과 조류 등 꽃가루받이(수분)를 도와줄 동물들이 낮에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2년생 초본 식물인 달맞이꽃은 낮 동안은 꽃잎을 오므리고 있다가 해가 지면 펼친다. 이는 꽃가루받이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낮에는 수분을 돕는 곤충들을 유혹하는 식물 간의 경쟁이 치열해 차라리 경쟁이 적은 밤에 집중한 것이다. 물론 밤에 활동하는 곤충의 개체 수는 적지만, 밤에 피는 꽃은 더욱 적기 때문에 경쟁에 유리하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달맞이꽃을 가수 이용복과 장사익이 불러 유명해진 탓인지 토종식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달맞이 꽃은 달맞이꽃은 남아메리카 칠레가 원산지인 귀화식물이다. 일제강점기가 끝나가는 해방 연간에 들어와 ‘해방초’로도 불렸다. 낮달맞이꽃 원산지도 아메리카 대륙이다.

황금낮달맞이꽃. 달맞이꽃을 낮에도 보기 위해 개량한 것이다.

달맞이꽃은 길가나 물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세계적으로는 80여 종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달맞이꽃(금달맞이꽃), 큰달맞이꽃, 애기달맞이꽃을 볼 수가 있다. 북한에서는 달맞이꽃을 ‘금달맞이꽃’이라 하고 큰달맞이꽃을 달맞이꽃이라 한다.

큰달맞이꽃은 생김이 큼지막하니 쉽게 구분이 간다. 꽃으로 구분하자면 꽃의 크기가 두 배로 크며, 연두색 암술이 수술보다 키가 커 앞으로 길게 삐져 나와 있다. 제주 해안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애기달맞이꽃은 제주에서 최초로 발견됐다. 줄기가 땅으로 기는 듯이 누워 자라며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잎 모양이 냉이 잎처럼 깊게 갈라지는 형태다.

원산지인 아메리카대륙에서 이 꽃은 약초에 해당한다. 뿌리와 씨앗 등에서 피부염 및 종기 치료제 혹은 인후염과 기관지염 등을 다스리는 약제로 쓰였다. 지금도 이 초본 식물의 각 부위에서 필요한 성분을 추출해서 약으로 만들 만큼 귀하게 사용되고 있다.

두해살이풀인 달맞이꽃은 첫해에는 줄기 없이 잎이 방석처럼 무성하게 자란다. 그리고 겨울을 지내고 난 이듬해 줄기를 만들며 우리가 보는 모습으로 자라기 시작한다. 여름에 꽃이 피고 10월에는 꽃씨가 맺힌다.

분홍낮달맞이꽃에 비해 꽃 크기가 작은 황금낮달맞이꽃. 꽃 색깔이 온통 노랗다. 2022년 6월12일 경기 남양주시 와부읍 프라움악기박물관.

달맞이꽃 어린 순은 나물로 식용한다. 어린 순을 나물로 하는 것은 우리나라에 보편화돼 있다 . 달맞이 꽃은 오히려 서양에서부터 어린 달맞이를 뿌리째 캐어 식용으로 했다. 아린 맛이 있어서 물에 우려낸 다음 먹는다. 달맞이꽃은 원래 인더언들이 약초로 사용했다. 인디언들은 전초를 달여서 피부염이나 종기를 치료했고 기침이나 통증을 멎게 하는 약으로도 사용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민간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약용했다.전초를 월견초(月見草)라 하며 감기로 열이 높고 인후염이 있을 때 사용하고, 피부염에는 생잎을 짓찧어서 환부에 붙이거나 말린 것을 가루로 빻아 기름에 개어서 바르면 효과가 있다고 한다. 종자는 월견자(月見子)라 한다. 달맞이꽃 종자유는 감마리놀렌산이 풍부해 혈당을 낮춰 당뇨병에 효과적이고 고혈압, 비만증, 골다공증 등에도 유효하며 콜레스테를 등의 지질 성분의 과다축적을 억제하므로 고지혈증에도 사용된다. 특히 갱년기 여성에게 좋다고 한다.

달맞이꽃과 낮달맞이꽃 꽃말은 기다림, 자유로운 마음, 말없는 사랑이다.

글·사진=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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