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금 적다"…母 장례식날 80대 父 때려죽인 아들, 징역 27년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어머니 장례식을 마치자마자 아버지를 2시간 동안 때려 숨지게 한 50대 아들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존속살해 등 혐의로 기소된 A씨(55)의 상고심에서 징역 27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0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6월 어머니 장례식을 마친 뒤 부산에 있는 아버지 B씨(80대)의 주거지에서 B씨를 2시간 동안 폭행해 갈비뼈 골절 등 다발성 손상으로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A씨는 어머니 장례식에서 부의금이 많지 않고, B씨가 과거 자신의 조언을 무시하고 매각한 부동산 주변 시세가 올랐다는 이유로 술을 마신 뒤 B씨를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B씨가 주거지 밖으로 도망치자 A씨는 자신의 아들에게 B씨를 다시 데리고 오게 했고, 돌아온 B씨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평소에도 술을 마시고 필리핀 국적 아내와 아들에게 폭력을 행사했던 A씨는 지난해 6월 아들이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며 손에 들고 있던 장난감 스펀지 방망이로 머리를 3회 때린 혐의로도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살해 고의가 없었고, 범행 당시 심신장애 상태에 있었다는 주장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계획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하려 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면서도 "피해자 신체에 남은 폭력 흔적은 참혹하고, 아들 손에 생을 마감한 피해자가 느꼈을 고통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며칠 사이에 부모님을 모두 잃은 피고인 누나의 정신적 고통도 헤아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항소심에서는 형량이 줄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술에 취해 범행했다는 점은 유리한 양형 사유로 보기 어렵다"면서도 "계획 범행은 아닌 걸로 보인다. 피고인의 누나와 아내, 아들 등이 선처를 탄원하고 있다. 원심의 형은 다소 무겁다고 판단된다"며 징역 27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고 이를 확정했다.

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