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선씨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엄형준의 씬세계]

엄형준 2023. 6. 30.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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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전주 국제영화제 등 독립·예술 영화서 두각
전주 폐막작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개봉 앞둬
20대 시절 ‘하이킥 박하선’으로 절정의 인기 누려
잠 못자고 피토하며 열연했지만 행복하지는 않아
내려놓고 하고 싶은 연기…그래도 흥행부담 여전
“연기 방식 실험 중…어디로인지 모르게 가고 있다”
근래 영화계에서 독립·장르영화 분야에서 부쩍 눈에 띄는 여배우가 있다. 박하선은 29일 개막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개회식 사회를 맡았고,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작인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포스터)’의 주연으로 호연했다. 앞서 2021년과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식 사회와 국제경쟁부문 심사위원을 맡기도 한 그는 2020년 BIFAN에서 영화 ‘고백’으로 코리안판타스틱(한국영화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배우 박하선은 영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는 “좀 힘을 빼고 촬영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8일 인터뷰에서 영화에 대한 열정과 배우로서 가야 할 지향점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NK컨텐츠 제공
20대 시절 드라마 ‘동이’를 통해 단아한 ‘인현왕후’로,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서 귀여운 푼수, 착하고 애교스러운 ‘박하선’ 역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전성기를 구가했던 그는 결혼과 출산을 거치고 30대에 접어들며 1막과는 결이 다른 2막 무대에 서 있다.

“(20대 때도) 독립 영화를 했었는데, 사실 너무 힘들었어요. 너무 말이 안 되는 상황(노출 요구, 촬영 비용 전가 등)이 많아서 소속사에서도 하지 말자고 했죠. 그전 소속사가 엔터 사업을 접고 다른 회사로 옮기면서 고삐가 풀렸고, 다시 작은 영화도 할 수 있게 된 거죠.”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의 7월5일 극장 개봉을 앞두고, 28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박하선을 만났다.
박하선은 어디로 가고 싶은 걸까. 그의 독립 영화 출연은 배우로서의 욕심이자, 상황이 만들어낸 복합 결과처럼 보인다.
박하선은 “사실 상업영화 (제의도) 들어오고 하는데, (내가) 좋은 걸 하는 거 같다. 공감이 가는 이야기, 재미있는 얘기, 저는 (독립·예술 영화 쪽이) 더 재미있는 것 같다”면서도 “물론, 상업영화도 재미있으면 할 것”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회사에) 돈은 상관없다. 돈은 예능하고 드라마하고 광고해서 벌 수 있으니까 좀 이런 영화를 다시 해보고 싶다. 그러면서 시작한 게 ‘고백’, ‘첫 번째 아이’,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라고 부연했다.
2021년 개봉한 ‘고백’은 결혼, 출산으로 공백기가 길었던 박하선에겐 여러모로 욕심이 나는 작품이었다. 영화에서 가정폭력을 당하는 아이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회복지사인 박오순(박하선)에게 아이는 (자전거를 타면) “어디까지 갈 수 있느냐“고 묻는다. 영화에선 “어디든 갈 수 있다”고 답하지만, 박하선은 현실을 대입한 이 질문에 “예전에는 칸도 가보고 싶었는데, 쉽지 않더라”며 “욕심이랄까 그런 걸 좀 내려놓은 것 같다. 목표를 정해놓기보다는 (기회가) 주어지는 한 (연기를) 평생 할 거니까. 너무 실망하거나 너무 바라거나 고파하지 말자”고 했다.
이번 작품인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에선 특히 다른 결의 연기를 했다는 스스로의 설명이다. 영화에서 박하선은 학생을 구하려다 죽은 남편을 그리워하는 아내 서명지 역을 맡았다. 박하선은 원작을 보면서 울고,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울고, 장면을 찍을 때마다 울었다. 박하선은 2019년 발달장애가 있던 두 살 터울의 남동생을 먼저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은 바 있는데, 영화는 줄곧 가슴을 먹먹하게 했던 응어리를 털어내는 계기가 됐다.
박하선은 “나는 무조건 열심히만 하던 사람이었고 정말 죽을 만큼 열심히 했는데 실패를 한 적도 있다”면서 “그게 답이 아니더라, 그래서 이 작품부터는 좀 힘을 뺐다”고 했다. 이어 “그냥 나로 얘기하면 됐다. 이제 막 (연기 방식을) 실험 중인 상태라, 어디로인지 모르게 가고 있어서, 다시 또 (새로운) 시작인 것 같다. 다음 (영화) 작품을 할 때서야 조금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배우로서의 부담감을 내려놓되, 스스로의 아픔을 더한 배우 박하선은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명지 역할을 소화해 낸다. 그게 누군가에게는 좀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과거와 지금 중 어떤 연기가 더 박하선을 돋보이게 하는지 영화는 관객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연기에 힘을 뺐다고 배우로서 열정이 사라진 건 아닌 듯하다. 박하선은 “(1000만 관객 영화를) 당연히 해보고 싶다”면서 “청년경찰 때 임신으로 무대 인사에 서 보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배역에 대해선 “사극 해본 지 너무 오래돼서 주인공이 아니어도 해보고 싶고, 의사, 검사도 못 해봐서 하고 싶다”고 열의를 드러냈다. 차기 드라마 출연작을 논의 중이라는 그는 연극 무대도 기웃거리는 중이다. 어쩌면 올해 그를 연극 무대에서 보게 될지도 모른다.

엄형준 선임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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