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당한 아영이, 4명에 새 생명 주고 별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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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지도, 보지도 못한 채 4년간 누워만 있다 하늘나라로 간 아이에게 이 세상에 다녀간 의미를 주고 싶었습니다." 산부인과 병원 간호사의 학대로 신생아가 의식불명에 빠진 일명 '아영이 사건'의 아버지(46)는 아영이(사진)를 하늘로 떠나보낸 뒤 29일 국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는 "오늘 장기 기증을 통해 아영이가 다른 사람 몸에서라도 삶을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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父 “세상 온 의미 주고싶어”…가해 간호사 징역 6년 확정
“듣지도, 보지도 못한 채 4년간 누워만 있다 하늘나라로 간 아이에게 이 세상에 다녀간 의미를 주고 싶었습니다.” 산부인과 병원 간호사의 학대로 신생아가 의식불명에 빠진 일명 ‘아영이 사건’의 아버지(46)는 아영이(사진)를 하늘로 떠나보낸 뒤 29일 국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비록 짧게 이 세상에 왔다 갔지만, 아영이는 떠나기 직전 장기 기증을 통해 4명의 생명을 살렸다.
2019년 발생한 신생아 학대 사건의 정아영 양이 전날 오후 4시께 의사에게 공식적으로 뇌사 판정을 받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지난 23일 여느 때와 같이 집에서 치료를 하던 중 갑자기 심장박동이 급격히 떨어졌다. 급히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심장이 멈췄다. 이후 아영이는 29일 심장을 비롯한 4개의 장기를 4명에게 기증하고 먼 길을 떠났다. 아버지는 사고로 병상에 누워 있다 떠난 아영이에게 태어난 의미를 주고 싶은 마음에 장기기증을 결정했다고 한다. 사고가 발생한 지 4년 만이다.
아영이의 끔찍했던 사고는 부산 동래구 한 산부인과에서 일어났다. 생후 닷새 만에 뇌출혈을 일으켜 뇌세포 손상이 발생했다. 범인은 간호사 A 씨였다. 그는 아영이의 다리를 거꾸로 들고 바닥에 떨어뜨려 머리를 골절시키는 아동학대를 저질렀다. A 씨는 지난달 18일 징역 6년이 확정됐다.
아영이 가족에게 지난 4년간의 기억은 슬픔과 고통이었다. 뇌세포가 파괴된 아영이는 사고 직후부터 의식불명이었다. 한 번도 차도를 보인 적이 없었다. 지난해 3월 MRI 검사 결과, 뇌세포 파괴가 계속 진행 중이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의사는 아영이가 언제든 갑작스레 떠날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가족은 움직임이 없는 아이에게 꾸준히 재활 치료를 하며 간호했다. 아버지는 “나아질 거라는 희망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마음의 준비가 됐던 적도 없다”며 자식을 떠나보내는 슬픔을 토로했다.
사과 없는 피의자들의 행동에 가족은 더 큰 상처를 받았다. 4년간 재판이 진행됐지만 그간 병원과 A 씨 측은 한 번의 사과도 없었다. 아버지는 “(피의자들이) 판사 앞에서 ‘죄송하다’는 말은 여러 번 했지만 끝까지 개인적인 사과는 없었다”고 말했다. 현재 아영이 사건의 형사 판결은 모두 끝났고, 민사 소송 1심이 진행 중이다.
아영이 아버지는 사건이 벌어지고도 구조적인 해결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생아실 CCTV 설치 의무화를 꾸준히 주장했지만 아직도 법 개정은 없다”며 “언론 보도가 날 때 ‘반짝’ 논의만 있을 뿐이다”고 말했다. 2019년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아영이 법안’이 발의됐지만, 계류되다 지난 20대 국회가 종료하면서 자동으로 폐기됐다.
당시 아들만 2명이었던 아버지는 아영이를 가졌을 때 아내에게 ‘부자는 아니지만 우리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것 같다’고 말했을 정도로 기뻤다. 그러나 이제 하나뿐인 딸을 떠나보낸 슬픔을 추스르기 힘들다. 아버지는 “오늘 장기 기증을 통해 아영이가 다른 사람 몸에서라도 삶을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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