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서 숨진 채 발견된 변호사...1997년 ‘이태원 살인’ 담당 검사

김명진 기자 2023. 6. 29.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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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4월 ‘이태원 살인 사건’ 수사의 담당 검사였던 박모(64) 변호사가 29일 숨진 채 발견됐다.

전북 정읍경찰서에 따르면 박씨는 이날 오전 5시쯤 수성동의 한 아파트 단지 내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현장에서는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다. 박씨는 전날 밤까지도 가족에게 남기는 말도 따로 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2011년 12월 21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설치된 세트 모습. 이태원 살인 사건이 벌어진 화장실 현장을 재현했다. /조선DB

박씨가 전날 밤 15층짜리 이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가는 모습을 폐쇄회로(CC)TV 영상으로 확인했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경찰은 박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박씨는 1997년 4월 3일 서울 이태원의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서 대학생 조중필(당시 23세)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이태원 살인 사건’의 담당 검사였다. 당시 5년차였다.

화장실엔 조씨를 따라 들어온 아서 패터슨(43)과 에드워드 리(43)만 있었고, 둘 중 하나가 조씨를 칼로 찌른 주범이었다. 경찰은 칼 주인인 패터슨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검찰은 패터슨 대신 리를 살인죄로 기소했다

리는 키 180㎝의 거구, 패터슨은 키 172㎝에 날렵한 체구였다. 박 검사는 에드워드 리가 176㎝가량에 보통 체구였던 피해자 조중필씨를 위에서 누르듯 제압하며 흉기를 휘둘렀다고 결론지었다.

리는 1·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대법원은 “리가 죽였다는 패터슨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1998년 9월 이 판결이 확정됐다.

리가 무죄라면 패터슨이 범인이었다. 검찰은 대법원의 판결 직후 패터슨에 대한 수사에 나서야 했지만, 박 검사의 후임 검사가 착오로 출국 금지를 연장하지 않은 틈을 타 패터슨은 1999년 8월 미국으로 도주했다.

검찰이 패터슨을 다시 재판에 세우기까지 16년이 걸렸다. 그는 2015년 9월 범죄인 인도 협약에 따라 한국으로 송환돼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대법원은 2017년 1월 25일 패터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박 검사는 2000년 검찰을 떠났다. 이듬해부터 전북지역에서 변호사로 활동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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