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학대로 두개골 골절...아영이, 4명에 생명 나누고 떠났다

김현정 매경닷컴 기자(hjk@mkinternet.com) 2023. 6. 29.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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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증자 정아영양.[사진제공=한국장기조직기증원]
태어난 지 닷새 만에 불의의 사고로 의식불명에 빠졌던 3세 여아가 장기기증을 통해 또래 4명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 됐다.

29일 한국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정아영(3) 양은 이날 부산양산대병원에서 4명에게 심장과 폐장, 간장, 신장을 기증하고 숨졌다.

아영 양은 23일 갑작스런 심정지가 발생해 심폐소생술과 약물치료를 받아왔다. 하지만 심정지 충격으로 뇌사 상태에 빠졌고, 결국 사망 선고가 내려졌다.

아영 양은 태어난 지 닷새 만에 신생아실에서 머리를 다쳐 의식불명에 빠졌다. 이후 3년간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대학병원에서 통원치료를 받으며 인공호흡기를 통해 호흡을 유지했다.

그러다 지난 23일 심장박동이 떨어지며 뇌사 상태에 빠졌다. 아영 양보다 6살, 8살 많은 오빠 2명은 집에서 아영양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밝은 미소를 한 번도 보지 못한 채 늘 누워있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기에 남은 가족들의 안타까움은 크다.

부산시 동래구 한 산부인과에서 태어난 아영 양은 생후 5일째 바닥으로 추락해 두개골이 골절됐다.

2019년 10월 20일 부산 동래구 한 산부인과에서 간호사 A씨가 생후 5일 된 아영이를 거칠게 다루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아영 양의 부모는 신생아실 안에서 학대가 있었던 것으로 의심된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고, 수사 결과 가해자인 간호사 A씨는 2019년 10월 5일부터 같은 달 20일까지 부산 한 산부인과 신생아실에서 한 손으로 신생아 다리를 잡고 거꾸로 들어 올리는 등 14명의 신생아를 학대한 혐의가 드러났다. 이 사건은 피해 아동의 이름을 따 ‘아영이 사건’으로 불리게 됐다.

법정에서 A씨는 “임신 상태에서 3일 연속 밤 근무를 해 스트레스가 컸다”며 “(아영이 상해는) 태생적인 문제이거나, 다른 간호조무사 때문에 생긴 것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본인 처지가 힘들고 고달프다는 것으로 정당화될 수 없는 범죄”라며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A씨는 목조차 가누지 못하는 신생아들을 거꾸로 잡고 흔드는 등 반인륜적인 학대 행위를 저질렀다. 이로 인해 위중한 상태에 놓인 자식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부모 마음을 헤아리기조차 힘들다”며 지난해 7월 22일 A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검찰과 A씨 모두 항소했지만, 부산고법은 지난 1월 양측 항소를 기각했다.

가족들은 아영 양이 떠날 때 세상에 온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는 소망을 품었다고 한다. 비록 아영 양은 짧은 생을 마감하고 떠나지만, 아영 양으로 인해 다른 생명이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기증을 결심했다.

유가족의 결심으로 아영 양의 심장과 폐장, 간장, 신장은 또래의 어린 친구들의 몸 속에서 다시 살아 숨 쉴 수 있게 됐다.

아영 양의 엄마, 아빠는 “아영아. 우리 아기로 태어나줘서 고맙고 그동안 작은 몸에 갇혀서 고생 많았다. 이제 자유롭게 훨훨 날아갔으면 좋겠다. 우리는 영원히 같이 함께 할 거야. 사랑한다”는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태어난 지 5일 만에 아이의 사고를 겪은 가족분들의 아픔은 너무나도 크실 것 같다”며 “이러한 아픔 속에서도 다른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기증을 해주신 가족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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