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나온지 5일만에 의식불명···또래 4명 살리고 떠난 '아기천사'

3세 정아영양, 뇌사 판정 후 장기기증
심장·폐장·간장·신장 기증해 4명 살려

기증자 정아영양. 사진 제공=한국조직기증원

[서울경제]

태어난 지 닷새 만에 불의의 사고로 의식불명에 빠졌던 3세 여아가 장기기증을 통해 또래 4명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 됐다.

29일 한국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정아영(3) 양이 29일 부산양산대병원에서 4명에게 심장과 폐장, 간장, 신장을 기증하고 숨졌다.

아영 양은 태어난 지 닷새 만에 신생아실에서 머리를 다쳐 의식불명에 빠졌다. 이후 3년간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대학병원에서 통원치료를 받으며 인공호흡기를 통해 호흡을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 23일 심장박동이 떨어지며 뇌사 상태에 빠졌다. 아영 양보다 6살, 8살 많은 오빠 2명은 집에서 아영양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밝은 미소를 한 번도 보지 못한 채 늘 누워있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기에 남은 가족들의 안타까움은 크다.

정아영양 부모님의 편지글. 사진 제공=한국장기조직기증원

가족들은 아영 양이 떠날 때 세상에 온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는 소망을 품었다고 한다. 비록 아영 양은 짧은 생을 마감하고 떠나지만, 아영 양으로 인해 다른 생명이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기증을 결심했다. 유가족의 결심으로 아영 양의 심장과 폐장, 간장, 신장은 또래의 어린 친구들의 몸 속에서 다시 살아 숨 쉴 수 있게 됐다.

아영 양의 엄마, 아빠는 “아영아. 우리 아기로 태어나줘서 고맙고 그동안 작은 몸에 갇혀서 고생 많았다. 이제 자유롭게 훨훨 날아갔으면 좋겠다. 우리는 영원히 같이 함께 할 거야. 사랑한다”는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태어난 지 5일 만에 아이의 사고를 겪은 가족분들의 아픔은 너무나도 크실 것 같다"며 "이러한 아픔 속에서도 다른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기증을 해주신 가족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안경진 기자 realglasse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