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상승 ‘킹더랜드’, 성공한 ‘클리셰’는 ‘클리셰’가 아니다[스경연예연구소]

하경헌 기자 2023. 6. 29.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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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주말극 ‘킹더랜드’ 포스터. 사진 JTBC



‘클리셰(Cliché)’는 ‘판에 박은 듯한 문구나 표현’을 이르는 문학용어에서 시작됐다. 이를 드라마나 영화 등 극으로 옮기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많은 설정을 의미한다. ‘클리셰’는 하나의 작품을 대중적으로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게 하는 마중물 역할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대중들이 그 장르에 대해 쉽게 지루해할 수 있는 원인도 제공한다.

한 마디로 ‘양날의 검’이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많은 드라마가 등장할 때 ‘클리셰’가 등장한다는 것은 쉽게 극의 전개를 알 수 있게 한다는 의미도 있고, 한 편으로는 ‘또 저렇겠군’하고 예단하게 한다는 의미도 있다. 어찌 됐든 클리셰는 이미 검증된 설정이고, 어떤 식으로든 대중에게 받아들여졌다는 뜻이다.

JTBC 주말극 ‘킹더랜드’의 한 장면. 사진 JTBC



JTBC 주말극 ‘킹더랜드’가 시작될 때도 이렇게 클리셰와 관련한 논쟁이 일었다. 이 작품은 인기리에 막을 내린 ‘닥터 차정숙’의 후속으로 지난 17일부터 방송됐다. 굴지의 호텔기업 ‘킹’ 그룹을 배경으로 그룹의 후계자인 구원(이준호)과 이 호텔의 호텔리어로 일하고 있는 천사랑(임윤아)의 로맨스를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의 클리셰가 지적을 받았던 이유는 첫 방송이 시작하기 전부터 절반까지의 줄거리를 예측할 수 있는 설정 때문이었다. 돈이든 권력이든 무엇인가를 엄청나게 가진 집안에서 외롭게 자란 남자 주인공과 가진 것은 없지만 내면에 충만한 에너지를 가진 여자 주인공의 만남은 대한민국 드라마에서 수도 없이 그려왔던 설정이다.

보통 이런 드라마는 서로 다른 계층 또는 신분의 남녀가 우연한 기회에 마주치고, 초반에는 오해하면서 서로를 징글징글하게 미워하다가 중반 이후 어떠한 계기로 도움을 주고받거나 해 가까워지고 결국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며 둘도 없는 연인으로 발전한다.

JTBC 주말극 ‘킹더랜드’의 한 장면. 사진 JTBC



일단 ‘킹더랜드’의 구성도 비슷하다. 킹 그룹의 후계자 구원은 어머니의 상실이라는 트라우마와 그 진실을 알지 못한다는 상실로 웃음을 잃었다. 가식적인 웃음을 가장 싫어하는 구원은 호텔에서 ‘스마일 퀸’으로 선정된 천사랑의 웃음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천사랑 역시 업무 때문에 웃을 일이 많은 호텔리어지만 그래도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이 밑바탕에 있어 가끔 진실로 웃을 수 있는 인물이다. 두 사람은 웃음에 대한 차이로 초반에 반목하지만 천사랑이 호텔을 대표하는 ‘웃음’이 되면서 얽히기 시작하고 서서히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볼 기회를 얻는다.

클리셰라고 치부하기엔 다른 부분도 엿보인다. 우선 전개가 빠른 편이다. 아직 16회차 중 4회가 지났을 뿐인데 천사랑의 앞길을 자꾸 막던 남자친구 공유남(안유연)을 빠르게 정리한다. 이러한 작품의 경우는 여주인공에 남자친구가 있다면 끝까지 사사건건 길을 막지만 ‘킹더랜드’에서는 이 존재가 빨리 정리수순을 밟는다.

JTBC 주말극 ‘킹더랜드’의 한 장면. 사진 JTBC



이는 다가올 서사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 작품의 진짜 메시지는 로맨스라기보다는 구원 그룹의 경영권을 놓고 구원과 누나 구화란(김선영)이 벌이는 맞대결에 있기 때문이다. 진짜 드라마가 숨겨놓고 있는 비장의 무기 김선영은 아직 그 발톱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리고 이 작품은 일반적인 로맨스물에 비해 감정 노동자들의 삶을 조금 더 다가가서 바라본다. 천사랑의 친구인 강다을(김가은)은 패션매장 점원 중 팀장이며, 오평화(고원희)는 승무원이다. 드라마는 이들의 애환과 삶도 비교적 충실히 다루고 있어, 남녀주인공 호흡에 매달리는 다른 로맨틱 코미디와는 차별화를 꾀한다.

‘성공한 쿠데타는 쿠데타가 아니’라는 말이 있듯 ‘성공한 클리셰는 클리셰가 아니’라고 보는 편이 맞다. 그만큼 대중의 갈증이나 필요를 충족하는 순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1회 5.1%(닐슨 코리아 유료채널 전국 가구 시청률)로 시작한 드라마는 4회에서 10%에 육박하는 9.6%를 찍었다. 이는 추후 전개에 따라 더 올라갈 수 있는 입지를 마련한 셈이 됐다.

‘킹더랜드’ 제작발표회에서 구원 역의 이준호는 “이 작품은 다소 클리셰가 많지만 클래식하다”며 “뻔할 수 있는 이야기를 요즘 느낌에 맞게 재해석했다”고 말했다. 일단은 그말의 신빙성이 오르는 느낌이다. 땀이 뻘뻘 나는 계절의 로맨틱 코미디, 그 새 경지는 이뤄질 수 있을까.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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