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쉼은 있어도 멈추진 않는…'달팽이' BGM에 '달팽이 걸음'

김일창 기자 2023. 6. 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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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12월, 국립현대미술관은 한 전위 예술 작가의 전시를 '퇴폐적'이라는 이유 등을 들어 불허한다는 공문을 작가에게 직접 보낸다.

국내 1세대 전위 예술가 중 한 명인 이건용 작가(81)가 28일 오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달팽이 걸음'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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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용 작가 '달팽이 걸음' 퍼포먼스, 국립현대 서울관서 열려
전국 각지서 온 320여명 큰관심…'한국 실험미술전' 내달 종료
이건용 작가가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 행위미술 퍼포먼스로 자신의 대표적인 퍼포먼스 작품 '달팽이 걸음'을 선보이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과 미국 뉴욕의 솔로몬 R. 구겐하임미술관이 공동 기획하고 근대화, 산업화의 국가 재건 시대에 청년작가 중심의 전위적 실험미술을 다룬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전은 다음달 16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계속된다. 2023.6.28/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이건용 '달팽이 걸음' 퍼포먼스, 1979, 동덕미술관.(국립현대미술관 제공) ⓒ News1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1975년 12월, 국립현대미술관은 한 전위 예술 작가의 전시를 '퇴폐적'이라는 이유 등을 들어 불허한다는 공문을 작가에게 직접 보낸다. 한국에서 전시가 막힌 이 작가는 낯선 땅 브라질 상파울루로 건너가 그 유명한 퍼포먼스 '달팽이 걸음'(snail's gallop)을 처음 선보인다.

국내 1세대 전위 예술가 중 한 명인 이건용 작가(81)가 28일 오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달팽이 걸음'을 선보였다. 어느덧 노작가가 된 이건용의 이번 퍼포먼스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만 진행하는 벌써 세 번째 퍼포먼스이다. 예술이 예술로 이해받지 못했던 시절을 지나니 이제 그의 예술은 모두가 보고 싶어 하는 예술로 승화했다. 전주에서 휴가를 내고 올라온 사람 등 현장 관객 320여명에 온라인에서 실시간으로 시청한 300여명까지 총 620여명이 퍼포먼스를 보기 위해 노작가를 에워쌌다.

가로 15m 길이의 검은색 고무판에 맨발로 올라선 노작가는 이내 앉아 하얀색 분필을 좌우로 힘차게 저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퍼포먼스가 시작하고 2분쯤 지나 힘에 겨운 듯 노작가가 첫 휴식을 취하자, 패닉의 노래 '달팽이'가 어느 관람객의 휴대전화를 통해 흘러나왔다. 그리고 '달팽이'는 퍼포먼스가 끝나는 순간까지 전시장을 계속 울렸다.

다시 분필을 쥐고 힘차게 선을 그어나가던 노작가는 퍼포먼스 시작 5분여 후 자리에서 일어나 "어휴 힘들어"라고 숨을 크게 내쉬었다. 힘차게 그어 짧아진 분필을 한 관객에게 던지고, 새 분필을 꺼내 다시 선 그리기에 나섰다.

한 학생은 "할아버지 파이팅"이라고 외치고, 또 다른 관객은 찬물을 건네며 힘을 북돋았다.

노작가는 이에 화답하듯 "우리는 미술이 그리는 것이라고만 생각하는데, 사실 그리는 것과 지우는 것을 반복해서 완성한다"며 "이렇게 찬물까지 받아 가면서 '달팽이 그림'을 그릴 수 있다니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달팽이처럼 느리게, 쉼은 있어도 멈춤은 없던 노작가의 퍼포먼스는 시작 약 20분만에 그렇게 끝이 났다. 앞을 보고 전진하던 곳에는, 그의 두 발자국 흔적 두 줄이 선명하게 남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의 발바닥에 남은 분필 자국을 검은색 티셔츠에 새겨 넣었다.

미술관 관계자는 "'달팽이 걸음'은 자연 속 달팽이의 느린 걸음을 통해 디지털 시대 문명의 빠른 속도를 가로질러 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브라질에서) 발표 당시에는 당대 권력에 의해 상처받은 작가의 신체를 연상하게도 만들었던 작품으로, 누가 뭐라 하건 느리면서도 꾸준한 걸음을 달팽이처럼 걸어간 뒤에 남는 궤적은 작가가 평생 일구어 온 삶과 작품 세계를 연상하게도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퍼포먼스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7월16일까지 진행하는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전의 일부이다. 지난 14일에는 김구림 작가, 21일에는 성능경 작가의 퍼포먼스가 열렸다. 이건용의 이번 퍼포먼스를 끝으로 전시 연계 퍼포먼스는 종료됐다.

이건용 작가가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 행위미술 퍼포먼스로 자신의 대표적인 퍼포먼스 작품 '달팽이 걸음'을 선보이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과 미국 뉴욕의 솔로몬 R. 구겐하임미술관이 공동 기획하고 근대화, 산업화의 국가 재건 시대에 청년작가 중심의 전위적 실험미술을 다룬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전은 다음달 16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계속된다. 2023.6.28/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이건용 작가가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 행위미술 퍼포먼스로 자신의 대표적인 퍼포먼스 작품 '달팽이 걸음'을 선보이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과 미국 뉴욕의 솔로몬 R. 구겐하임미술관이 공동 기획하고 근대화, 산업화의 국가 재건 시대에 청년작가 중심의 전위적 실험미술을 다룬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전은 다음달 16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계속된다. 2023.6.28/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이건용 작가가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 행위미술 퍼포먼스로 자신의 대표적인 퍼포먼스 작품 '달팽이 걸음'을 선보이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과 미국 뉴욕의 솔로몬 R. 구겐하임미술관이 공동 기획하고 근대화, 산업화의 국가 재건 시대에 청년작가 중심의 전위적 실험미술을 다룬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전은 다음달 16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계속된다. 2023.6.28/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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