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IMF는 왜 한국 성장률 전망만 계속 낮출까

안광호 기자 2023. 6. 2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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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둔화·고금리·고물가 악재 지목

[주간경향]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국제기구들이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낮추고 있다. 주요국 중 전망치가 연속 하향 조정되는 국가는 사실상 한국이 유일하다. 세계 경제가 전쟁과 인플레이션의 그늘에서 벗어나 미약하나마 회복세를 보이리라고 전망하는 반면, 한국 경제는 회복 속도가 더딜 것으로 본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수출 둔화, 고금리·고물가로 인한 내수 위축 등이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악재라고 진단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6월 7일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종전 1.6%에서 1.5%로 하향 조정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여의도 증권가 인근 모습. 연합뉴스
국제기관들이 전망한 올해 한국 경제

OECD는 지난 6월 7일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올해 3월) 1.6%에서 1.5%로 끌어내렸다. OECD는 2021년 12월 2.7% 이후 지난해 6월 2.5%, 9월 2.2%, 11월 1.8%, 올해 3월 1.6%, 6월 1.5%까지 5차례 연이어 하향 조정했다. 수치만 보면 기획재정부(1.6%)보다는 낮지만, IMF(1.5%), 한국개발연구원(KDI·1.5%)과 같고 한국은행(1.4%)보다 높다.

주요국 중에선 우리와 마찬가지로 제조업 수출 강국인 일본과 독일이 종전 전망치에 비해 각각 0.1%포인트, 0.3%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다만 수차례 연속 하향 조정된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일본은 지난해 11월 전망에서 종전(9월) 대비 0.4%포인트 상향됐고, 독일은 올 3월 전망에서 종전(지난해 11월) 대비 0.6%포인트 상향되는 등 시기별로 등락을 반복했다.

OECD가 본 올해 한국 경제의 위험 요소는 크게 고금리와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 부동산 시장 침체 등이다. 이런 요인들로 인해 민간소비와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고 봤다. 또 중국 중심의 반도체 시장 위축이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줘 한국 경제 성장률 하방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OECD 전망에서는 수출 비중이 큰 나라들, 특히 글로벌 반도체 업황 악화의 영향을 크게 받은 제조업 강국들이 하향 조정됐다. 한국은 6월 전망치만 보면 OECD 평균(1.4%)보다 높다. 한국 경제에 심각한 문제가 있거나 우려가 된다기보단 과거(재작년과 작년)에 전망치를 높게 잡았다가 반도체 경기 둔화 등을 반영해 조금씩 낮춰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IMF도 지난 4월 ‘세계경제전망’을 통해 종전 1.7%에서 1.5%로 0.2%포인트 낮춘 바 있다. IMF는 지난해 7월, 10월, 올해 1월, 4월까지 4차례 연속 전망치를 내렸다. 낮춘 배경은 세계 반도체 사이클(업황의 주기) 악화와 내수 둔화 등으로, OECD와 유사하다. 우리 정부도 기존 전망치를 낮출 가능성이 크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6월 8일 “6월 말이나 7월 초에 새로운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하면서 그동안 여러 상황 변화나 각종 데이터, 연구기관의 견해를 종합해 수정 전망을 할 것”이라고 했다.

세계 경제 전망은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OECD는 이번 전망에서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7%로 0.1%포인트 올려잡았다. 주요 20개국(G20)은 2.6%에서 2.8%로, 유로존은 0.8%에서 0.9%로 높였다. 중국 성장률 전망치도 종전 5.3%에서 5.4%로 높였다. IMF는 앞서 5월 2일 아시아·태평양 지역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아시아 지역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지난해 10월, 4.3%)보다 0.3%포인트 올린 4.6%로 제시했다.

지난 6월 19일 서울시내 한 식당에 김밥 가격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고금리·고물가 등 불안 요인

국제기관들은 내수와 수출 모두 불안 요인이 크다고 봤다. 우선 내수 측면에선 고금리·고물가의 영향으로 하반기 회복세가 제한될 여지가 크다. 이는 국제기관뿐 아니라 국내기관들도 공통적으로 우려하는 부분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6월 13일 ‘2023년 한국 경제 수정 전망’ 보고서에서 “작년부터 이어진 고금리·고물가의 충격이 반영돼 가계 실질구매력이 약화한 것도 내수 회복을 제한할 수 있다. 특히 하반기 경기의 불확실성 확대로 가계 부담이 가중, 가계 소비 여력은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은은 2021년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기준금리를 연 3.50%까지 인상했다. 문제는 가계부채 뇌관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은에 따르면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대출 잔액 기준 2017년 66.8%에서 지난해 말 76.4%로,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는 기간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크게 늘었다.

주요국 중 가계부채가 경제 규모를 넘어선 곳도 한국이 유일하다. 지난 5월 29일 공개된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세계 34개 나라(유로 지역은 단일 통계) 중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한국(102.2%)이었다. 성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은이 39개 국가를 대상으로 분석해 4월 28일 공개한 ‘가계신용 누증 리스크 분석과 정책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이 1%포인트 오르면 4~5년 후 GDP 성장률은 0.25~0.28%포인트 떨어졌다. 우리처럼 이미 100%를 초과한 경우 경기 침체 발생 가능성도 눈에 띄게 높아진다고 봤다.

장기 침체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해 3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으로 OECD 회원국 평균에도 못 미치는 성장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올해 1분기의 경우 실질 GDP는 전분기 대비 0.3%(속보치) 증가한 반면 OECD 회원국 평균은 0.4%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5월 25일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로 1.4%로 낮추면서 “개인적으로는 우리(경제)가 이미 장기 저성장 국면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대응과 노동·연금·교육 등의 구조개혁을 강조했다.

외식물가 상승과 전기·도시가스 요금 인상 등으로 근원물가는 한동안 고점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6월 19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김밥은 2018년 5월 2192원에서 5월 3200원으로 46%, 같은 기간 자장면은 4923원에서 6915원으로 40.5% 각각 올랐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 6.3%를 정점으로 올해 5월 3.3%까지 3.0%포인트 낮아졌지만, 근원물가는 고점을 찍은 지난해 11월(4.3%)부터 지난 5월(3.9%)까지 0.4%포인트 줄어드는 수준에 그쳤다.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5%로 제시한 한은은 6월 19일 ‘BOK 이슈노트: 최근 물가 흐름에 대한 평가’에서 “상품가격보다 서비스물가 지속성이 훨씬 높게 나타났는데, 특히 외식물가가 이를 주도하고 있다”면서 “목표 수준(2.0%)을 웃도는 물가 오름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근원인플레이션의 상방 리스크에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인 지난해 3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 마련된 당선인 사무실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와 대화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대중 수출 감소 원인은

대중 수출 정상화 시점도 불투명하다. 대중국 수출 마이너스(-) 행진이 지난해 6월부터 올 5월까지 1년째 이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5월까지 대중국 수출액이 497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684억달러)과 비교해 27.3% 감소했다. 총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1년 25.3%에서 지난해 22.8%, 올해 1~3월 19.5%로 줄었다. 반도체 업황과 대중 수출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한국의 반도체 수출국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40.3%(2022년 기준, 홍콩 경유 포함 55.3%)로, 최대 수출시장이다. KDI는 5월 10일 ‘최근 반도체 경기 흐름과 거시경제적 영향’ 보고서에서 “반도체 수출물량이 10% 줄면 GDP는 0.78%, 반도체 가격이 20% 하락하면 GDP는 0.15%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6월 13일 ‘2023년 한국 경제 수정 전망’ 보고서에서 “수출은 반도체와 중국 시장에서의 불황이 장기화한 상황이다. 글로벌 투자 위축, 미·중 분쟁 심화 등 하방 요인의 영향으로 하반기 반등 기대감이 약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중 수출 감소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중국은 자체적으로 중간재와 핵심 기술의 자립도를 높이고 있다.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윤석열 정부는 친미 일방외교로 중국과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다. 나원준 경북대 교수는 “대중 무역은 중국 경제의 회복 속도, 미·중 패권 경쟁 영향, 글로벌 반도체 경기 등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최근 중국이 자립도를 높이는 식으로 산업 구조를 바꾸고 있는 움직임도 과거처럼 대중 무역에서 흑자를 기대하기 어려운 요인이다. 문제는 긍정적 요인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와 중국의 대립이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어떤 방식으로든 무역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부정적 요인이 하나 더 추가된 셈”이라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대외적으로는 중국의 회복 속도가 우리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미국 경제가 침체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 대내적으로는 고금리와 고물가 등으로 내수마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할 수 있다. 경기 활성화 정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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