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건설 사우디 6.5조 '잭팟' 터졌다...중동발 훈풍에 건설주 '강세'

오정은 기자 2023. 6. 26.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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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K건설 역사상 사상최대 수주 잭팟을 터트리면서 건설주가 줄줄이 강세를 보였다. 국내 부동산 불황이 심각한 상황에서 전해진 대규모 해외 수주 소식은 바닥을 치던 건설주에 가뭄에 단비같은 호재로 작용했다.

26일 코스피 시장에서 현대건설은 전일대비 2400원(6.25%) 오른 4만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현대건설우선주도 7.35% 강세 마감했다. 우선주의 경우 개장 직후 상한가에 근접하기도 했다.

현대건설 낭보에 이날 건설업종지수는 1.82% 상승 마감했다. 한신공영 5.00%, 에쓰씨엔지니어링 2.72%, 범양건영 5.61%, DL건설 3.26% 등 건설주 전반이 상승세를 보였다.

이날 현대건설은 지난 24일 사우디 아람코 본사에서 '아미랄 석유화학 콤플렉스 패키지1(에틸렌 생산시설)과 패키지4(유틸리티 기반시설)'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아람코가 발주한 사우디 동부 주베일 지역의 아미랄 석유화학 복합단지 공장 건설 메가 프로젝트로 금액이 50억 달러(약 6조5000억원)에 달한다. K건설이 사우디아라비아에 진출한 이래 수주한 사업 중 사상 최대 규모다.

현대건설은 창업주 정주영 회장 시절 1970년대 중동 건설 붐을 이끌어낸 주역이다. 1975년 사우디 주베일 산업항을 건설하며 70년대 '중동붐'을 이끌었다. 당시 현대건설의 주베일 산업항 건설은 세계 건설업계서 '20세기 대역사'로 통했고 9억6000만 달러라는 계약총액은 우리나라 국가 예산의 4분의 1에 해당됐다.

이번에 수주한 석유화학 복합단지 또한 주베일 지역이다. 이번 대규모 수주와 함께 현대건설은 '제2의 중동붐'을 예고하며 주식시장에서 건설주 주가 반등 기대감이 높아졌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팀코리아를 앞세운 해외건설 수주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며 "현대건설이 아미랄 프로젝트 계약을 최종 수주했고 대우건설은 베트남에서 신재생에너지 사업 사업을 위해 현지 투자기업(TTA)과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도화엔지니어링은 우크라이나 재건 수주 기대감을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특히 현대건설의 이번 수주는 연결기준 연간 수주 목표액 10조7000억원의 60% 수준에 해당된다. 이번 수주로 우라나라 건설사 전체 상반기 해외건설 수주 실적은 최소 137억 달러 이상으로 추정되고,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20억 달러)을 상회한다.

1976년 세계 건설업계가 '20세기 대역사'로 평가했던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 공사 현장에서의 정주영 회장. (현대기아차 제공) 2015.11.23/뉴스1

최근 2분기 들어 국내 대형건설사의 해외 수주 소식에 부재했는데, 이번 현대건설의 수주로 분위기가 확 반전됐다.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 국내 건설사 수주 모멘텀이 있었으나 실질적인 수주는 지연되거나 패찰하는 등 수주 모멘텀이 다소 약해진 상황이었다"며 "이런 어려움 속 현대건설의 이번 사우디 메가 프로젝트 수주는 다시금 해외 플랜트 수주 기대감을 갖게 하는 의미있는 성과"라고 판단했다.

K건설업계의 해외수주는 올해 중순에 집중돼 있다. 사우디 아미랄 외에도 현대건설의 네옴 터널, 자프라2 추가 수주 모멘텀이 남아있고 파드힐리 가스(입찰 예정), 인도네시아 CAP2(삼성엔지니어링, 20억 달러 규모) 미국 LNG(삼성엔지니어링) 등 연내 중동발 수주 모멘텀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다만 대규모 수주 소식에도 국내 부동산 시장 불황이 짙어 전문가들의 건설주 투자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지난 4월 국내 수주액은 전년 동월 대비 44% 감소한 10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민간 주거용 건축 수주가 급감했다. 다만 4월 미분양은 두 달째 감소세를 기록했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택 시장이 절대적으로 좋다고 말할 순 없지만 금리 안정화와 함께 주택관련 일부 지표 개선이 나타나고 있다"며 "건설사의 주택 실적도 당분간 안정이 예상되는만큼 해외, 신사업 등 비주택 부문의 긍정적 요인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내수 부동산 시장과 해외 수주가 모두 바닥에서 회복하고 있고 건설주 주가도 충분히 저렴해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중견건설사들의 신용등급 하향이 계속되고 2분기 증권·금융 업종의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손비용 이슈가 불거지고 있으며, 미국은 기준금리를 다시 인상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분양은 정점에서 줄었으나 2022년부터 쌓였던 미분양은 아직 해소되지 않았고 공사미수금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며 "부동산 실거래가 반등과 해외 수주는 '이슈'에 그치므로 건설업종 주가 전반의 재평가를 이끌기는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오정은 기자 agentlittl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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