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콘크리트 구조물 수명 연장 ‘철계 형상기억합금’ 기술 활성화 필요하다 ①

황계식 2023. 6. 26.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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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concrete)에 대한 어원을 살펴보면 접두어 ‘con’은 ‘함께’라는 뜻이고, ‘crete’는 ‘만들다’라는 뜻이어서 ‘함께 무엇을 만든다’는 협업 의미를 갖고 있다.

실제로 우리가 사용하는 콘크리트는 공기와 물, 시멘트, 모래, 자갈을 합쳐서 만들어진다. 이러한 콘크리트는 현재 우리나라 국민이 이용하는 시설물의 약 80%에 쓰였고, 앞으로도 대체할 만한 재료가 개발되지 않는 한 인간이 사용하는 거의 모든 시설물을 만드는 데 활용될 것이다.

콘크리트는 여러 재료를 모아서 만드는 탓에 한가지로만 되어 있는 것보다 그 역학적 특성이 매우 복잡하다. 또 이런 복잡성 탓에 유지 관리 여하에 따라 그 공용 수명이 크게 좌우된다.

또한 실제 현장에서 시공이 이루어지는 일이 대부분이어서 인위적인 결함이 내재할 수 있는 확률이 높다.

신뢰성과 확률론적 설계법에 의해 안전한 콘크리트 구조물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자연 앞에서는 약하기만 하다..

인간은 최대한 경제적이면서도 안전한 콘크리트 구조물을 만들려고 노력해왔다.

사실 큰 자연재해나 인위적인 결함만 아니라면 콘크리트 구조물은 50년 이상 훌륭한 상태로 쓸 수 있고, 거기에 적절한 수준의 유지 관리만 보태어진다면 그 공용 수명을 배 이상 늘릴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대 경제 개발을 시점으로 80년대∼90년대 시공된 콘크리트 시설물이 가장 많이 공용되고 있고, 인간의 나이로 보면 현재 50세∼60세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 당시에는 내진 설계도 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고 한창 ‘경제 건설’을 외치던 때라 인위적인 결함이 많이 존재할 수 있는 개연성이 높다.

이런 시설물들을 어떻게 할까? 부수고 다시 만들면 돈이 많이 드는데…. 어떻게 조금 더 이용해볼 수 없을까?

지금 만들어지는 콘크리트 시설물들도 내진 설계가 법제화되어 있고 설계 및 시공 기술도 발전하여 충분히 공용 수명 동안 활용할 수 있지만, 기후변화에 따른 예상치 못한 환경 변화, 사회 시스템의 거대화 및 다양화에 따른 피로 누적 등으로 손상이 누적되고 있다.

돈이 많이 들어가는 재구축 말고 시설물의 능력을 더 키워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러한 사회적 요구 덕에 콘크리트 구조물 보수 및 보강이라는 분야가 활성화되기 시작하였다.

앞으로 2회에 걸쳐 소개할 자료는 이 보강 분야에서 가장 앞선 내용이고, 현재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지 않은 융합 분야다.

구조물이 무게를 견디는 능력을 내하력이라고 한다. 이 내하력은 콘크리트와 더불어 결합한 철근이 주로 담당하고 있다. 콘크리트는 압축력에 강하고 철근은 인장력에 견디는 능력이 강하다. 그래서 두 재료의 결합은 ‘천생연분’이다.

콘크리트는 자연적(기후변화)이거나 인위적(설계 및 시공 오류, 사회 시스템의 거대화, 탄산화 등)이거나 손상을 입으면 균열이 발생하고 이를 통해 수분과 공기에 노출되면 철근이 부식되어 구조물 전체적으로 내하력이 떨어진다.

구조물의 이 내하력을 증진시키기 위해 지금까지는 단면 증대, 강판 보강, 섬유강화플라스틱(FRP·Fiber Reinforced Plastics) 보강 등의 방법이 있다.

단면 증대나 강판 보강은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일단 시설물에 무게가 더해지는 탓에 구조물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강판 보강은 강재에 발생하는 녹과 콘크리트와의 결합부에서 앵커볼트로 인한 콘크리트 손상이 문제가 된다.

그래서 최근에는 유리섬유나 탄소섬유를 이용한 보강재가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무게도 강재의 10분의 1 정도다. 그러나 아직 가격은 비싼 편이고 역학적으로 콘크리트와 궁합이 썩 맞다고 할 수 없으며 취성 파괴(재료가 외력에 의해 거의 소성 변형을 동반하지 않고 파괴되는 것) 등 단점도 나타나고 있다.

가장 좋은 보강재는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에서 원래 찰떡궁합처럼 붙어 있는 철근이며, 철근과 유사한 재료 및 형상을 하고 있고 역학적 특성도 비슷한 재료가 최고다.

형상기억합금(Shape Memory Alloy)이란 커다란 변형을 일으킬 수 있고, 하중 제거나 가열로 미리 지정한 형상으로 되돌아올 수 있는 독특한 재료이다. 현재 우리 주위에서 흔하게는 볼 수 없지만, 안경테나 혈관 속에 삽입하는 스텐트, 치아 교정틀 등에 쓰이고 있고 여러 산업 분야에서도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

다만 가격은 엄청 비싼 편이다. 주로 니켈(Ni)-티타늄(Ti) 합금(보통 Nitinol이라 한다)이라서 가격이 만만치 않다. 이런 재료들은 가열하면 원래의 모양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콘크리트 속에 묻어서 이용하면 응력이 발생한다. 이를 응력 회복(stress recovery)이라 한다. 이 응력 회복 효과가 콘크리트 구조물의 내하력을 증진시킬 수 있다.

이렇게 비싼 재료를 대규모 콘크리트 구조물에 활용하면 엄청난 돈이 들어간다는 게 문제이다.

한상훈 충북대 토목공학부 명예교수 hsh120@gmail.com

※한 명예교수는 1980년부터 2018년까지 충북대 토목공학부에서 교수로 근무했다. 주 관심사는 콘크리트 구조물 보강 분야다. 현재 형상기억합금을 이용한 콘크리트 구조물 보강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콘크리트학회 감사와 부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현재는 re-fer AG의 한국 지사 re-fer Korea의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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