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미술가 오윤균 교수 "유니버셜 스튜디오 뺨치는 테마파크 만들자"

유정아 2023. 6. 26.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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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되는 무대미술장치 그대로 옮겨 테마파크로
무대미술 교육자이자 아티스트로서의 사명감 커
오윤균 상명대 교수·무대미술가
오페라 '투란도트' 세종문화회관대극장.
오페라 '카르멘'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무대미술은 공연이 끝나면 재공연을 염두에 두지 않는 한 대부분 폐기되고 맙니다. 우리가 무대미술장치를 단순히 소모하고 사장시킬 것이 아니라 예술적 가치를 보존하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앞으로의 바램이 있다면, 공연했던 무대장치를 폐기하지 않고 다른 장소로 그대로 옮겨 해외의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뺨치는 테마파크를 만드는 것입니다."

한국 무대미술의 역사를 개척해 온 무대미술의 거장 상명대 오윤균 교수는 26일 이렇게 강조했다.

오 교수는 최근 오페라하우스에서 오페라 돈조반니 무대미술 작업을 수행하고 또다른 공연을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오 교수는 공연이 끝날때마다 애써 만든 작품들이 폐기돼 서운하지 않는가 라는 질문에 "무대미술은 오랜 준비과정을 거쳐 세워지지만 곧 사라지는 것이 숙명과도 같다. 그래서 서운하다기 보다는 그것이 바로 공연의 묘미고 무대예술의 묘미"라고 답했다.

오 교수는 또 "교육자이자 아티스트로서 한가지 바램이 있다"며 무대미술과 관련한 테마파크에 대한 아이디어를 설명했다.

그는 "해외의 사례만큼 우리는 애정을 가지고 무대미술의 역사에 대해 보존, 관리해 온 것이 없지만 지금부터라도 시대별 흐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보존해 나가야 한다. 그것이 너무 방대하다면 현재 폐기되는 것부터 지켜가며 시작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테마파크의 조성으로 역사적 가치를 보존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교육적, 문화적으로도 상당한 가치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식있는 행정가와 뜻있는 사람들이 테스크포스를 결성해 무의미하게 폐기되고 사장되는 무대미술의 장치나 예술품을 통해 관객들이 몸소 체험하며 후대까지 보고 배우고 즐기는 일은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오 교수가 우연히 무대미술에 눈을 돌리게 된 계기가 있었다. 오 교수는 "국립발레단의 공연 무대를 보면서 무대공간을 통해 내 자신이 무언가 역할을 더 잘 할 수 있겠다는 열정이 일었다. 끌리듯 강렬한 매력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무대미술이라는 개념이 정립되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무대미술을 전문적으로 배울 교육기관은 더더욱 없었다. 그는 몸소 독일로 건너가 뒤셀도르프 예술대학에서 유학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그곳에서 무대미술을 전공하고 한국 무대미술의 수준 높은 교육을 위해 지금까지 후학양성에 힘쓰고 있다.

오 교수는 또 대학원에서 공학박사과정(도시계획학)을 이수한 특이한 이력도 보유하고 있다. 한정된 공간인 공연무대보다도 더 큰 무한한 도시를 무대로 한 도시공간의 예술화 작업에도 기여하고 있다.

예술공연을 위한 무대미술 작업은 단순히 잘 그린 미술창작물이 아니라는 게 오 교수의 지론이다. 그는 무대미술의 본질은 극적인 부분을 분석하고 해석해서 그것이 시각적인 결과로 제시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오 교수는 "무대미술은 오케스트라와 같다. 문학적 가치가 시각적 가치로 바뀌어 나가면서 각 분야의 전문성들이 모여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연주같은 무대미술의 매력은 매번 수없이 재해석을 통한 창작물을 발표해 오면서도 여전히 심장을 뛰게 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며 "그래서 다시 태어나도 아마 무대미술가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우리나라 문화예술 환경에 대해서도 "아무리 경제선진국이라고 해도 개인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갤러리나 공연장 한 번 가 보지 못한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면 문화선진국으로서의 수준이 높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는 누구나 접근이 용이한 예술이나 문화를 가볍게도 소비할 수 있는 생활로서의 문화 예술을 향유하려는 의식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오 교수는 "앞으로 계획은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무대미술가로서의 역량을 쏟아내는 것은 물론이고 스포츠 등 국제 행사의 개·폐막식 예술총감독의 기회를 가져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 교수는 현재 상명대학교 예술대학 무대미술전공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재단 이사, 지역문화진흥원 이사, 도시재생특별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카르멘, 투란도트, 라트라비아타, 라보엠 등이 있다.

창작의식의 끊임없는 학습과 환기를 위해 정기적으로 회화 전시를 해오고 있는 오 교수는 조만간 SYYA 시야갤러리 세종(대표 이소영)에서 무대에서의 거대한 설치미술이라는 정체성을 그대로 옮겨, 회화로 축소되고 응축된 작품으로 전시를 할 예정이다.

유정아기자 yuangela@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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