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좀비 마약’ 펜타닐 원료 수출 中기업 첫 기소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2023. 6. 25.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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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23일 이른바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 원료를 미국에 밀수한 중국 기업 4곳과 중국인 8명을 기소했다. 미 정부가 펜타닐 밀수와 관련해 중국 기업 등을 사법 조치한 것은 처음이다. 중국은 “완전한 불법”이라면서 기소 철회를 요구하며 대응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방중 이후 바이든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독재자’로 표현하면서 신경전을 주고받은 양국 간 긴장이 펜타닐 문제로 다시 고조될 전망이다.

● “국제우편으로 美에 펜타닐 원료 배송”

메릭 갈랜드 미 법무장관은 이날 리사 모나코 법무부 부장관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펜타닐 원료를 밀수한 중국 기업 등을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갈랜드 장관은 “치명적인 펜타닐 제조에 필요한 원료를 마약 카르텔에 공급하는 중국 화학회사들을 막겠다”며 “중국 정부가 펜타닐 마약 제조와 유통에 역할하는 중국 화학업체와 제약업체를 막는 결단력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모나코 부장관은 “펜타닐 공급망 원점(原點)을 타격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장이 열린 것”이라며 “중국 기업을 포함해 펜타닐 공급망을 조사, 기소하는 데 주저하지 않겠다. 안전한 피난처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법무부 1, 2인자가 동시에 미국으로 펜타닐 원료를 밀수출하는 중국 기업을 강력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

법무부는 이날 중국 화학업체 아마블 바이오테크, 렌청테크놀로지 등 4개 기업과 이 회사 임원 등 중국인 8명을 기소했다. 아마블 바이오테크는 온라인에 ‘100% 스텔스 배송 보장’ 같은 문구를 내걸고 미국과 멕시코에 펜타닐 화학 원료 전구체(前驅體)를 수출한 혐의다.

이 회사는 펜타닐 제조업자로 위장한 미 마약단속국(DEA) 직원에게 펜타닐 원료 210㎏을 보내면서 “미국과 멕시코에 고객이 많다”며 펜타닐 생산을 도와주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DEA는 그 대가로 가상화폐를 주겠다며 이 회사 임원 2명을 유인해 피지에서 하와이로 추방되게 한 뒤 체포했다. 펜타닐 원료 210㎏은 2500만 명 살상용 펜타닐을 만들 수 있는 양이라고 법무부는 밝혔다.

렌청테크놀로지 등은 펜타닐 원료를 일반 국제우편 등을 통해 미국에 몰래 들여왔다. 이들은 쉽게 분리할 수 있는 화학 물질을 펜타닐 원료에 섞어 다른 물질인 것처럼 속여 세관을 통과했다고 법무부는 전했다.

● 中에 펜타닐 원료 수출통제 압박

미 법무부가 펜타닐 밀수출과 관련해 중국 기업들을 정조준하면서 미중 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펜타닐 원료 수출은 블링컨 국무장관이 방중 당시 미중 협력을 요청한 대표적 사안이다. 미중이 기후변화 같은 주요 협력 분야에 대한 실무 그룹을 재가동하기로 한 가운데 이번 기소로 중국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18~49세 사망 원인 1위로 떠오른 펜타닐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중국이 멕시코 등에 대한 펜타닐 원료 수출을 제한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블링컨 장관은 20일 미 CBS방송 인터뷰에서 “중국은 몇 년 전 펜타닐을 금지 품목에 올려 중국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펜타닐은 사실상 없어졌다”며 “하지만 이후 펜타닐 원료가 멕시코 등으로 자유롭게 수출되면서 미국으로 흘러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펜타닐 위기는 미국이 수요 관리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맞서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24일 미 사법당국의 중국인 2명 체포에 대해 “전형적인 임의 구금이자 일방적 제재이며 완전한 불법”이라고 반발했다. 외교부는 “중국 국민 기본 인권을 엄중히 침해하고, 중국 기업 이익을 엄중하게 해쳤다”며 “중국 측은 앞으로 필요한 조치를 취해 중국 기업과 국민의 합법적 권익을 결연히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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