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이 의회 더 많이 진출해야 지속가능한 경제 가능”

주영재 기자 2023. 6. 25.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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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당 정치인 위테브로이크·밀느가 본 녹색당의 과제

[주간경향] 1972년 호주에서 ‘태즈메이니아 연합모임(United Tasmania Group)’이라는 이름으로 첫 녹색당이 탄생했다. 이후 전 세계 곳곳에 들불처럼 녹색당이 등장해 지금은 100개가 넘는 녹색당이 활동 중이다. 기업 활동의 자유와 재산권 보호를 중시하는 보수당이나 노동자 운동에서 탄생한 좌파 정당은 모두 계급정당을 표방한다. 계급의 이해가 아닌, 인류 전체의 생존 그리고 더 나아가 지구에 몸담고 있는 모든 생명을 염두에 둔 녹색당은 이들과 출발선부터 다르다.

이들의 생명정치, 녹색정치는 기후위기 시대에 더 각별한 중요성을 갖게 됐다. 독일을 비롯해 유럽 7개 국가에서 녹색당이 정부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흔히 오해하듯 녹색당은 ‘나무만 껴안는 사람’이 모인 곳이 아니다. 민주주의와 인권, 사회정의와 평화를 지향하는 정당, 다양성을 존중하고 자원순환을 통한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정당이다. 그리고 이 철학을 공유하는 전 세계 녹색당의 모임이 글로벌그린즈이다.

지난 6월 8~11일 인천에서 열린 글로벌그린즈 총회가 열렸다. 녹색당이 시민들에게 대안 세력으로 인정받기 위해 어떤 노력과 전략이 필요한지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여기에 여러 전·현직 녹색당 정치인들이 참여했다. 유럽녹색당 공동대표를 역임하고 현재 브뤼셀 지방의원으로 일하는 에블린 위테브로이크와 태즈메이니아주 상원의원을 거쳐 글로벌그린즈 앰버서더로 활동하는 크리스틴 밀느도 그 일원이다. 지난 6월 9일 총회장에서 만난 두 사람은 녹색정치가 의회에 진출하기 위한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후위기를 막으려면 화석연료 산업에 포획된 의회에 녹색당이 더 많이 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블린 위테브로이크 전 유럽 녹색당 공동대표가 지난 6월 9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이번 총회에서 에코사이드(생태학살)가 주요하게 논의됐다.

에블린 “에코사이드 법제화 운동은 약 5년 전부터 시작했다. 먼저 정의를 명확히 하는 작업을 했다. 정의는 간명하다. 생태계에 심각하고 광범위한 장기적 악영향을 주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왜 지금 이게 필요한가. 향후 몇 년간이 매우 결정적 시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생명 다양성이 훼손되고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홍수나 가뭄 같은 재난을 겪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기후변화 때문이다. 생명다양성을 공격하는 국가와 기업체에 속한 개인의 행위를 처벌할 필요가 있다. 현재 녹색당을 중심으로 각국 의회에서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 유럽의회에서도 지난 3월 에코사이드 정의를 채택하고, 기존 형법 체계에 집어넣기로 합의하는 성과가 있었다. 벨기에 의회도 논의를 시작했다.”

크리스틴 “호주 토레스 해협의 섬 원주민들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그들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섬이 침수되고 있다면서 호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정부와 기업에 책임을 묻기 위해 법원을 이용할 것이다.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법을 강화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화석연료 산업으로부터 기부금을 받지 않은 사람들이 의회에 진출해 정치인들이 화석연료 산업에 얼마나 포획돼 있는지를 폭로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호주 정부가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폭리를 취하는 가스업계를 대상으로 새로운 과세를 도입하겠다고 했는데, 그 수준을 정하는 협상 장소에 가스업계 인사들이 함께 있었다. 업계가 준비한 수준에서 세금을 결정하는 식이다. 자원 기반 산업에 의한 국가 포획의 대표적 사례다.”

-경제 성장을 포기할 수 있을까.

에블린 “도넛과 같은 순환경제로 전환해야 한다. 기업이 생산방식을 바꾸고 재사용·재활용을 늘린다고 하지만 그린워싱은 아닌지 주시해야 한다. 순환경제로도 충분히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벨기에는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었다. 자원순환과 지속가능한 식품, 수자원 관리에서도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지속가능한 경제가 가능함을 입증하는 건 녹색당의 도전과제다. 처벌이 아니라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적으로도 득이 되는 활동임을 입증하는 일이 중요하다.”

크리스틴 “유한한 행성에서 무한히 경제 성장을 할 수는 없다. 사용량을 줄이고, 사용한 것을 재활용해야 한다.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를 전기자동차로 바꾸고, 그 전기차를 재생에너지로 구동해야 한다. 하지만 재생에너지나 배터리 모두 광물을 비롯한 자원이 필요하다. 그래서 전체적으로는 수요를 줄여야 한다. 전기차를 장려하되 소형차를 권장하고, 도시를 재설계해 자동차 대신 자전거 이용을 확대해야 한다. 석기시대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다. 소비를 줄여도 편안하고 높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다. 사용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효율적으로 사용하자는 말이다. 더 민감하고, 더 현명해져야 한다.”

-이탈리아를 비롯해 극우 세력이 부상 중이다.

에블린 “유럽의 문제는 북유럽을 비롯해 많은 나라에서 극우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핀란드와 스웨덴은 환경의식이 높다고 생각하지만, 그곳에서도 많은 사람이 극우와 보수당에 투표한다. 난민 문제와 함께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경기침체가 겹쳤기 때문이다. 우려스러운 건 알다시피 우파는 기후 문제에 있어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들을 지지자로 끌어들일 수 있을까.

에블린 “그게 불가능하다면 내가 정치를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해답은 지역에 집중하는 것이다.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해법을 갖고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이상이 아니라 현실적 대안을 제안해야 한다. 시민들을 찾아가 그들과 말해야 한다.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시민들에게 우파가 해답이 아니라고 논리적으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떻게 극우를 지지할 수 있냐며 비난해선 안 된다. 사람들을 죄인으로 만들어서도 안 된다. 설명하고, 답을 줘야 한다. 그 답은 국제적인 답일 뿐만 아니라 그들의 일상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답이어야 한다.”

-녹색당의 지향점은.

에블린 “많은 정치인이 기후 문제가 단지 환경 문제만이 아니라는 걸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적 문제이자 사회적 문제이고, 절대적으로 글로벌 관점에서 봐야 하는 문제다. 녹색운동이 바라보는 관점이기도 하다. 어떤 사람들은 녹색당이 나무만 심길 원하는 사람들이라고 비판한다. 사실이 아니다. 내가 정치를 시작했던 때는 벨기에 녹색당이 창당한 1982년이다. 창당했을 때 숲을 구하자는 운동이었다기보다 평등과 연대와 같은 사회적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었다. 내게 녹색당원(to be a green)이 되는 건 단순히 나무나 곤충을 구하는 의미가 아니다. 한 살 된 손자와 같은 다음 세대를 위한 싸움이었다. 또한 언제나 글로벌한 싸움이었다. 난 비정부기구 활동가가 아니라 정치인이다. 따라서 내게 투표할 사람들이 필요하다. 그들은 오직 환경만 생각하는 사람을 뽑지는 않는다. 글로벌 문제와 경제적·사회적 삶의 질과 같은 모든 문제의 정책적 대안을 갖고 있는 사람을 필요로 한다. 이런 걸 보여주는 데 때로 녹색당이 어려움을 겪는 것도 사실이다. 사람들은 우파와 좌파, 리버럴엔 익숙해도 녹색은 뭐냐고 묻는다. 계급적 정당 투표에 익숙한 유권자들을 상대로 녹색당의 정체성을 설명하기가 쉽진 않다.”

리스틴 밀느 글로벌그린즈 앰버서더(전 호주 녹색당 대표)가 지난 6월 9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호주 정부의 기후정책을 평가한다면.

크리스틴 “호주는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43%까지 배출량을 감축하겠다는 목표(한국은 2030년까지 2018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40% 감축 목표 밝힘. 시점이 과거일수록 감축 부담이 커짐)를 밝혔다. 하지만 1.5℃ 내 억제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43%가 아니라 76%가 돼야 한다. 지금 목표도 새로운 석탄과 가스 채굴을 계속 승인하고 있어서 실현이 어려워 보인다. 지난해 호주 총선 결과 자유당에서 노동당으로 정부가 바뀌었고, 새 정부는 국제사회에 ‘호주가 돌아왔다. 호주가 세계시민으로 돌아왔다’고 말했지만, 이전 정부와 새 정부 사이에는 말과 표현 방식을 제외하고는 큰 차이가 없다. 최근 미국 ‘기후무결성센터(Center for Climate integrity)’에서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세계에서 가장 큰 오염을 일으킨 20개 기업 중 호주의 BHP(세계 최대 광산업체)가 20위를 차지했다. 이 회사만이 아니라 많은 호주 광산회사들이 중앙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서 광산을 개발하면서 생명다양성을 파괴하고 있다. 호주는 2025년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를 유치할 계획인데 새로운 광산과 석유, 가스 채굴을 허가하는 한 태평양 국가들에 호주를 지지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최근 호주에서 산불이 큰 문제가 됐다.

크리스틴 “2019년 산불로 호주 전역에 걸쳐 광범위한 숲이 잿더미가 됐고 수많은 동식물이 사라졌다. 끔찍했다. 지난 몇 년 동안 겪었던 큰 홍수로 사람들은 지구온난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가속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원인은 날씨 때문이지 기후가 아니라고 말했던 기후 부인론자들은 적어도 호주에선 사라졌다. 하지만 새로운 논리가 등장했다. 지금 당장은 어렵다. 너무 빨리해선 안 된다는 지연의 논리다. ‘지연’은 호주에서 효과적인 새로운 기후부인론이 됐다.”

-태즈메이니아를 비롯해 호주 원시림 보호에 힘썼다.

크리스틴 “벌목한 숲보다 원시림이 화재에 대한 탄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지구온난화로 더 크고 빈번하게 산불의 위험을 직면한 지금 숲을 온전한 형태로 남겨두는 일이 중요하다. 50년 동안 캠페인을 벌여왔는데 이제 원시림 벌목을 끝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았다. 서호주에서는 원시림 벌목이 금지됐고, 불과 몇 주 전 빅토리아주에서도 더 이상 원시림 벌목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호주의 환경 단체들과 협력해 뉴사우스웨일스와 태즈메이니아에서도 벌목업계의 로비를 종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바이오매스를 확보하기 위해 열대우림을 파괴하는 경향도 있다.

크리스틴 “유럽의 많은 녹색당은 석탄과 가스 대신 바이오매스(산림부산물)를 태우는 것을 재생에너지로 용인하고 있다. 그 나무가 어디에서 왔는지 자세히 살펴보지는 않았다. 사탕수수와 같은 농업 폐기물에서 얻은 것은 괜찮지만 유럽에서 바이오매스를 위한 목재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대규모 삼림 벌채가 진행되고 있다. 바이오매스 연소는 생물다양성 손실을 가속화하는 또 다른 방법일 뿐 아니라 대기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숲을 제거하면서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한다.”

-녹색당 안에서 의견이 갈리는가.

크리스틴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다기보다는 제대로 된 정보를 얻지 못해서이다. 제대로 된 정보를 얻는다면 의견이 바뀌리라고 본다. 문제는 회계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상의 회계규칙에 따라 숲이 태워지는 곳(유럽)이 아니라 숲이 잘린 곳에서 탄소가 배출되는 것으로 계산된다. 그래서 유럽에서 서류상 배출량을 줄이기를 원한다면 바이오매스가 좋은 해결책이 되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그러나 해결책이 아니다.”

-녹색당이 대안이어야 하는 이유는.

크리스틴 “녹색당이 전 세계의 권력을 장악하고 그 힘을 인류와 지구의 생존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 시간이 부족하다. 국가 주권에 사로잡혀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지구온난화, 생물다양성 손실, 핵전쟁 같은 원하지 않는 선택지가 다가오고 있다. 미래가 불안하다고 생각한다면 녹색이 답이다. 전 세계에서 가능한 한 빨리 녹색정치가 정부에 들어가야 한다.”

-총회 연설에서 민주주의 강화를 강조했다.

크리스틴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 비폭력 평화 시위에 대한 권리는 모든 환경 문제 해결에 매우 중요하다. 민주주의를 강화하지 않으면 전 세계 생물다양성 손실과 기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일례로 선거제도를 들 수 있다. 많은 정부가 우리에겐 민주적 시스템이 있고, 누구나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규정이 엄격해 자동으로 배제되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에서는 출마 비용(기탁금의 경우 국회의원 1500만원, 시도의원 300만원, 구시군의원 200만원)이 많이 든다고 들었다. 특권층이 아닌 일반 시민이 다수인 정당이 차별을 받는다. 따라서 한국 사회에서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할 일은 선거제도 개방이다. 선거 시스템에 대한 접근성 문제는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돈 때문에 배제돼선 안 된다. 기득권 세력의 의도적인 정책을 경계해야 한다. 유럽과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 녹색당이 당선될 수 있는 유일한 이유는 선거제도 때문이다. 유럽의 녹색당이 한국의 녹색당보다 똑똑해서가 아니다. 비례대표제에 기반을 둔 선거제도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10%를 득표하든 5%를 득표하든 그 비율만큼의 의석을 얻는다. 물론 호주와 영국에서도 하원의원에 당선되려면 과반을 얻어야 해서 신인이 선출되기는 매우 어렵다. 유럽에서 보듯, 비용을 낮추고 더 공정한 비례대표제로 가는 선거제도만이 이 모든 차이를 만들 수 있다.”

-정치에서 얻은 경험은.

크리스틴 “가장 중요한 끈기를 배웠다. 옳은 일임을 알고 끈질기게 노력하면 시스템에 균열이 생기고 승리할 수 있는 시점이 온다. 문제는 지구온난화와 생물다양성 손실로 인해 지금 우리에게 시간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이러한 혁신은 향후 10년 안에 이뤄져야 한다. 한국의 녹색당이 정부에 진출해야 하는 까닭이다. 호주도, 전 세계도 마찬가지다.”

에블린 “글로벌 그린즈는 글로벌 문제와 지역 문제 사이에서 연결점을 만들고자 한다. 인구 6만명의 그렇게 크지 않은 도시의 의회와 정부에서 일했다. 거기서 한 일이 때론 유럽 레벨의 문제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언제나 둘 사이에서 연결점을 찾으려고 했다. 유럽의회는 내가 사는 브뤼셀에 있다. 이곳의 주민들은 ‘그래 가까이 있지만 난 너희들이 거기서 뭘 하는지 몰라’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늘 두 층위 사이의 연결점을 만들길 원했다. 지역 레벨에서 하는 행동은 매우 중요하다. 사람들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내년 6월 6~9일 유럽의회 선거가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 유럽에서 우파와 포퓰리스트, 인종차별주의자들이 세를 얻어가고 있다. 이런 우파의 파고에 함께 맞서기 위해 전 유럽의 녹색당은 매우 긴밀히 협업해야 한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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