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견' 프리고진에게 물렸다…위기의 푸틴, 대형 악재 봉착(종합2보)

최윤정 2023. 6. 24.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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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주러 미대사 "푸틴 권력 약화 신호"…외신들 "푸틴 최대 위기"
가디언 "빨리 제압해도 충격파 수개월…전쟁 돌파구 마련 가능성 커져"
연설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런던=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최윤정 특파원 =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무장 반란을 일으키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장악력이 위태로워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3일(현지시간) 미국 NBC뉴스 등에 따르면 2012~2014년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를 지낸 마이클 맥폴은 이날 트위터에 "푸틴은 (전쟁 하루 전인) 2022년 2월 23일 국내외적으로 강력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고 올렸다.

맥폴은 그러나 "그(푸틴)는 참혹한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그것(강력한 위치)을 모두 날려버렸다"고 주장했다.

프리고진이 바그너 용병 2천여명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러시아군 수뇌부에 돌렸고, 이는 푸틴 대통령의 권력에 또 다른 타격을 가했다는 설명이다.

맥폴은 그러면서 "오늘 발생한 러시아 병력 간 충돌은 그(푸틴)가 점점 약해지고 있다는 또 다른 신호일뿐"이라고 덧붙였다.

외신들도 이번 무장 반란을 두고 "푸틴이 중대 위기에 직면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푸틴 대통령의 연설 장면을 전하며 이번 반란을 "작년 2월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을 지휘한 이래 그가 국내에서 직면한 최대 위기"라고 보도했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도 "중대한 군사적 위기"라는 표현을 써가며 이번 반란이 푸틴에게 타격을 미칠 것이란 전문가 의견을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정치분석가 타티야나 스타노바야는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 엘리트층은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를 때까지 대통령이 더 신속한 대응을 하지 못한 데 대해 푸틴을 비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예브게니 프리고진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영국 BBC는 바그너그룹이 러시아 주요 도시 중 하나인 로스토프를 장악했다는 사실 자체로 이미 "푸틴 대통령에게 큰 당혹감을 안겼다"며 그가 상황을 통제할 수 있을지는 "오늘 사안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프리고진의 이번 무장 반란이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이날 보고서에서 푸틴 대통령이 반란을 묵인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며 이번 반란이 성공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분석했다.

ISW는 프리고진이 이번 반란을 "실존적인 생존 노력으로 여기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러시아 고위 장교들과 군인들의 충성을 얻으려는 것"이라고 추정했다.

하지만 프리고진이 지지해온 세르게이 수로비킨 장군이 이번 반란을 공개 비난한 것을 고려하면 충분한 군사적 지원을 얻어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ISW는 "바그너가 국방부를 확실하게 위협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푸틴이 국방부를 전복시키려는 프리고진의 성공적인 노력을 묵인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스타노바야도 이번 반란이 곧 바그너의 해체로 이어질 것이라며 "프리고진의 끝이자 바그너의 끝"이라고 해석했다.

이 밖에 ISW는 로스토프나도누 군 지휘부에 대한 바그너의 공격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펼치는 전쟁 노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관측했다.

호주 ABC뉴스는 "크렘린궁이 패닉에 빠졌다"며 "러시아 위기가 고조되면 푸틴은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병력을 끌어와 그의 위치를 강화해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월 스트리트 저널(WSJ)도 이번 사태에 대해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 사회와 군에 초래한 긴장의 직접적인 결과로, 23년에 걸친 푸틴의 통치에 가장 심각한 도전"이라고 규정했다.

WSJ은 바그너 그룹의 반란이 신속히 진압되지 않는다면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지원을 받아 대반격에 나서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내분이 전선의 부대들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 가디언지는 모스크바에 장갑차들이 돌아다니는 이미지는 소련 종말을 앞당기는 계기였던 1991년 여름 국가보안위원회(KGB) 강경파 쿠데타 시도를 떠올리게 하지만,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보기엔 너무 이른 것 같다고 말했다.

가디언지는 결과가 어떻게 되든 간에 푸틴은 2000년 대통령이 된 후 가장 취약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가디언지는 프리고진의 반란이 빠르게 제압되더라도 충격파는 수개월간 이어질 것이고 정치적 불안정이 심화하며 푸틴의 지도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여름에 우크라이나가 돌파구를 마련할 가능성이 극적으로 높아졌으며, 러시아 군의 사기가 무너지면 빼앗긴영토를 빠르게 점령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acui721@yna.co.kr merci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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