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번 돈으로 인간에게 기본소득을”… 챗GPT 창시자 샘 올트먼이 구상하는 미래

김수미 2023. 6. 23.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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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만나지 3분 만에 빌 게이츠가 19세였을 때 이랬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미국 스타트업의 요람인 와이콤비네이터 창립자 폴 그레이엄은 ‘챗GPT의 아버지’인 샘 올트먼(38)오픈AI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의 첫인상을 이렇게 묘사했다. 올트먼이 19세에 와이콤비네이터의 창업 캠프 1기로 들어가 위치기반 소셜미디어  ‘루프트’를 만들었을 때다. 그레이엄은 올트먼이 28세가 됐을 때 CEO 자리를 넘겨줬다. 

지난 9일 올트먼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직접 인터뷰를 진행하고, 대통령까지 면담했다. 챗GPT 창시자와 그가 구현하고자 하는 미래기술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방증한다. 신간 ‘샘 올트먼의 생각들’(여의도책방)은 그런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책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난민 금지 시위에 참석한 샘 올트먼. 포브스
◆미국 소수자에서 실리콘밸리의 거물이 되기까지

미국 미주리주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올트먼은 8세에 매킨토시를 프로그래밍하고 분해할 정도로 영리했다. 16세 때 다니던 사립 고등학교에서 기독교 그룹이 특정 성적 취향에 대한 모임을 보이콧 하자 올트먼은 “학교는 억압적인 장소인가, 열린 장소인가”라는 공개 질문을 던지며 전교생에게 커밍아웃하기도 했다.

올트만은 스탠퍼드대학 2학년 때 사귀고 있던 닉 시보와 휴대전화 사용자가 위치 기반으로 다른 사용자에게 자신이 있는 곳을 알려주는 루프트를 창업했다. 루프트는 아이폰, 안드로이드, 블랙베리와 윈도 계열 스마트폰을 모두 지원하고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와도 통합해 사용할 수 있어 사용자가 500만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구글 등 위치기반 서비스 경쟁자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상거래 서비스 연결이 기대에 못미치자 올트먼은 루프트를 2012년 4340만달러를 받고 매각했다.

그리고 2012년 루프트를 키워준 와이콤비네이터에 합류해 2년만에 CEO에 올랐다. 그가 당시 발굴해 낸 스타트업이 세계 최대 공유숙박업체 에어비앤비, 2021년 기업가치 100조원 이상 인정받으며 세계에서 가장 비싼 핀테크 기업으로 불리는 스트라이프, 세계 1위 소셜 뉴스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 핵융합 에너지기업 헬리온 에너지 등이다. 그가 와이콤베네이터의 CEO가 된 후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규모가 바뀌었다는 평이 나온다. 
그러나 올트먼은 2015년 일론 머스크와 공동 설립한 오픈AI에 본격적으로 매달리기 위해 2019년 와이콤비네이션을 떠났다. 올트먼과 머스크는 인공지능의 발전이 가져올 위협으로부터 인간의 미래를 지키자며 비영리재단으로 오픈AI를 만들었다. 그러나 머스크는 오픈AI와 테슬라가 인공지능 인재를 쟁탈전을 벌이게 되고, 자신이 오픈AI를 이끌겠다고 했다가 거부당하자 오픈AI를 떠났다. 머스크가 떠나면서 약속했던 10억달러 기부를 취소하면서 오픈AI는 슈퍼컴퓨터에 인공지능 모델 훈련하는데 드는 천문학적 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됐다. 결국 2019년 자금 조달을 위해 영리법인으로 전환했고, MS가 기다렸다는 듯 1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나섰다.
그리고 오픈AI는 2022년 11월 챗GPT를 세상에 공개했고, 역대 최단기간인 2개월만에 사용자 1억명을 돌파했다. 2위인 틱톡은 9개월만에 1억명을 넘겼었다.
루프트의 CEO 시절 샘 올트먼(오른쪽)이 미국 샌프란시스코 마운티뷰에 있는 본사 사무실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과 회의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올트먼이 꿈꾸는 세상

인류 역사상 가장 혁명적인 기술이 될지 모를 인공지능을 바라보는 인간의 속내는 복잡하다. 무엇보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올트먼은 이를 인정하면서도 인간을 배제시키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자유를 줘 노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일해 막대한 부를 창출할 수 있고, 그 대가로 인간에게 기본소득을 주면 인간은 보다 창의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구체적으로 “10년 내 인공지능이 인간 노동력을 대체하고, 미국 성인 2억5000만명에게 연간 1500만원 상당의 기본소득을 제공할 수 있는 수준의 부를 생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본소득의 재원은 인간의 노동력 없이도 부를 창출할 수 있는 기업과 자산가들이 보유한 토지에 세금을 부과해서 만든다는 구상이다. 이를 사회 대다수에게 재분배하는데, 이 때 암호화폐를 기본소득으로 나눠주자는 것이다. 올트먼은 홍채인식 기술로 신원을 증명하면 암호화폐를 지급하는 프로젝트 재단 월드코인을 2021년 공동 창립하기도 했다. 실제로 월 1000달러의 기본소득을 받는 그룹과 받지 않는 그룹을 나눠 그들의 노동과 일상의 변화를 분석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9일 방한한 샘 올트먼(오른쪽)이 그레그 브록먼 오픈AI 공동창업자와 함께 서울 여의도동 63스퀘어에서 소프트뱅크벤처스 주최로 열린 ‘파이어사이드 챗 위드 오픈AI’ 대담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과연 AI는 그가 꿈꾸는 것처럼 유토피아를 가져올까, 인간 소외와 갈등을 증폭시키며 디스토피아를 가져올까. 2000년대 딥러닝 기술을 제시하며 현재의 인공지능과 생성 인공지능 모델의 근간을 만든 세계 4대 인공지능 석학 제프리 힌턴은 지난 5월 75세 나이에 구글 퇴사하면서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남겼다.

“그동안 내가 한 인공지능 연구에 대해 후회한다. 최선의 희망은 세계 최고의 과학자들이 인공지능 제어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수있을때까지 기술발전 속도를 늦추는 것이다.”

김수미 선임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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