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학기 중에"…2800억 쓴 4세대 나이스 개통초 '혼란'

'지능형 나이스' 이틀 전 개통…"계속 로딩 중"
"기말 출제 기간인데 클릭해도 안 들어가져"
교육부 "30일까지 24시간 비상 근무체제 가동"

[서울=뉴시스]21일 개통한 4세대 나이스(NEIS)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화면. (자료=서울교사노동조합 제공) 2023.06.23.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김경록 기자 = 교육부가 총 2824억원을 들여 지난 21일 4세대 교육행정 정보시스템 '나이스(NEIS)'를 개통했지만, 학기 중간 행정 처리 시스템이 대폭 바뀐 탓에 학교 현장은 혼란과 불편을 겪고 있다.

23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전 6시 4세대 나이스가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 2020년 9월부터 총 66명의 인력과 총 2824억원이 투입된 대규모 개편을 마친 뒤였다.

교육부는 '지능형'이라고 이름 붙인 4세대 나이스가 교원의 업무 경감 및 학생·학부모의 편의성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개통 초기 학교 현장 반응은 정반대였다.

서울 소재 고등학교 교사 최모(47)씨는 한숨을 쉬며 "22일이 기말고사 문제 원안 마감인데 나이스가 계속 불안정하고, 어떤 성취 기준에 따라 출제했는지 입력하는 '문항 정보'는 클릭해도 안 들어가진다"며 "방학도 있는데 나이스 개편을 왜 학기 중에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효천 전국초등교사노조 사무처장은 "나이스 3세대에 입력한 평가 내용이 있는데 4세대로 개편하면서 모두 비어있는 상태"라며 "교육부가 이관시켜주겠다고 했지만 교사들은 해놓은 일이 다 날아갈까 봐 불안에 떨고 있다"고 밝혔다.

박정현 인천만수복중학교 교무부장은 "출결이나 수행평가 점수 입력이 잘 안 된다는 반응들이 있다"며 "인터페이스도 한눈에 안 들어와서 글씨 크기를 줄여서 보고 있는데 노안 때문인지 잘 안 보인다"고 했다.

개통 이틀 만에 참다못한 교원단체가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은 전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로그인을 수없이 하고, 로그인을 하더라도 계속 로딩 중이라는 화면만 보였다"며 "간단한 시스템조차 오류가 빈번했고, 교직원들은 개인 근무상황을 수기로 작성하는 등 여러 불편함을 겪고 있다"고 성토했다.

서울 교사 최씨는 "3세대에서 4세대로 전환하는 15~21일 동안 발생한 초과근무나 출장을 하나도 올리지 못했다"며 "나중에 내부 기안을 올려 결재 받고, 행정실 가서 표기하면 된다는데 누가 그렇게까지 하겠나"라고 분노했다.

심지어 시스템 오류로 보안 사항인 다른 학교의 시험 정답표가 뒤섞여 출력되는 일도 발생했다. 전날 오후 교육부는 급히 설명자료를 내고 "타 학교 문항정보표가 인쇄되는 현상을 발견하고 인쇄기능을 즉시 중지, 추가 인쇄를 방지했다"고 밝혔다.

온라인에는 학부모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4세대 나이스 개통 첫 날인 21일 오후 한 학부모 누리꾼은 맘카페에 "4세대 개편되고 너무 불편하다. 학생서비스는 어디에서 보는 건지 찾을 수도 없다"고 글을 적었다. 다른 학부모 네티즌은 댓글에 "담임 선생님이 수행평가 점수 나이스에 올릴 테니 확인하라고 했는데 볼 수가 없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시험운영(베타테스트) 과정에서 발견하지 못했던 문제들은 상황대책반에서 모니터링하며 조치 중"이라며 "30일까지 24시간 비상 근무체제를 가동해 4세대 나이스 시스템 안정화와 사용자 불편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접속이 느려지는 문제에 대해서는 "업무집중 시간대에 일부 시도교육청 시스템 속도가 느려지는 현상이 발견돼 시스템 가용 자원을 즉시 증설했다"며 "속도 지연이 지속되고 있는 서울시교육청에 대해서는 24일까지 시스템 추가작업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학기 중에 4세대 나이스를 개통한 이유로는 "7월을 넘어가면 대입 전형에 문제가 생긴다"고 답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시가 9월부터 시작이기 때문에, 학교생활기록부 등 대입 전형 자료를 생성하는 데 문제가 없는지 검증하는 시기가 7월"이라며 "학기 초는 학교 인사 이동 등 변화가 많은 시기라 그때도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올 연말까지 6개월 간 4세대 나이스 사용자 지원 및 안정화 기간을 운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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