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객 잡는 건 상품뿐, 마트·슈퍼 통합으로 ‘그로서리 1번지’ 만들 것”...박우진 롯데마트 상무

김은영 기자 2023. 6. 23.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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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기 트렌드 변화에 마트·슈퍼 통합… 2025년까지 통합 완료
매장은 차별화, 백오피스는 통합해 시너지 낼 것
마트·슈퍼 상반기 흑자 예상… 롯데슈퍼는 7년 만에 연간 흑전 가능성
인프라·시스템보다 중요한 건 ‘사람’… 임직원에 ‘원팀’ 강조

“고객을 유인할 수 있는 건 오직 상품과 콘텐츠뿐입니다. 롯데마트가 고객들이 지지하는 ‘넘버원 그로서리 마켓’이 되도록 탈바꿈하겠습니다.”

롯데마트와 롯데슈퍼의 통합 작업을 총괄하는 박우진 롯데마트 PMI(Post-Merger Integration·인수 후 통합) TF(태스크포스) 담당 임원(상무)이 밝힌 포부다.

롯데쇼핑은 현재 마트사업부와 슈퍼사업부를 통합하는 작업에 한창이다. 지난해 말 두 사업부 수장을 강성현 대표로 일원화하고, 상품 조달(소싱)과 온라인 등 전 부문의 통합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5년까지 시스템을 일원화해 사업부 통합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21일 서울 송파구 롯데마트·슈퍼 본사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 중인 박우진 롯데마트 상무

1998년 출범한 롯데마트와 2001년 출범한 롯데슈퍼가 하나의 사업부로 합치게 된 이유는 소비 트렌드가 급변하고 있어서다.

온라인 쇼핑의 부상과 1인 가구 증가,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쇼핑 문화가 바뀌면서 전통적인 장보기 채널인 할인점과 슈퍼마켓도 생존을 위한 변화가 절실해졌다.

통합 시너지는 당장에 나타나고 있다. 롯데마트와 롯데슈퍼는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92%, 235% 증가했고, 2분기도 비슷한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롯데슈퍼의 경우 2017년 적자로 돌아선 이후 7년 만인 올해 연간 흑자 전환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박 상무는 “우리끼리의 통합이 아니라, 고객이 봤을 때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어야 한다”며 “단순히 간판을 바꾸고 직원을 통합하는 게 아니라 좋은 가격과 품질, 이에 맞는 매장 간판과 디자인, 고객의 동선 등이 함께 연계되도록 할 방침”이라고 했다.

조선비즈는 지난 21일 박 상무를 만나 통합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박 상무는 2001년 롯데슈퍼에 입사해 20년 넘게 슈퍼사업부에서 경력을 쌓았다. 지난 4월부터는 롯데마트와 롯데슈퍼의 통합 작업을 진행하는 PMI TF를 이끌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넘버원 그로서리 마켓’이라는 통합 슬로건을 내놨다.

“‘넘버원 그로서리(식료품) 마켓’은 우리가 지향하는 비전이자 미션이다. 롯데마트와 롯데슈퍼를 이용하면 더 건강한 식생활, 더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뜻으로, ‘고객의 삶 자체를 잡겠다’는 우리의 의지를 담았다.”

-롯데마트·슈퍼의 통합 방향성은?

“마트와 슈퍼를 이용하는 고객은 같아보이지만, 목적이 다르다. 마트에선 비축형 구매를, 슈퍼에 갈 때는 그날 먹을 한 끼 해결이 주목적이다. 그런 만큼 고객에게 보이는 프론트엔드(매장)는 철저히 차별화해 고객에게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백오피스는 통합하고 압축해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통합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오늘좋은' 상품 이미지 컷. /롯데마트

-통합 작업은 어디까지 진행됐나.

“아직은 초창기 수준이다. 마트와 슈퍼는 상품 단위(SKU)를 비롯해 상품 규격, 진열 계획, 재고 관리 등 모든 것이 다르기 때문에 공급망 전반의 계획을 새롭게 짜야 한다. 인프라와 시스템을 통합하는 데만 3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12월에 상품을, 올해 4월에는 SCM(Supply Chain Management·공급망 관리)를 통합했다. 자체 브랜드(PB) ‘오늘좋은’도 내놨다. 롯데마트와 슈퍼의 상품기획자(MD)가 1년간 협업끝에 완성한 통합 자체 브랜드(PB)로 품질과 가격 모두 잡았다. 현재 120여 개 상품이 출시됐는데 단백질 바, 제로 아이스티 등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다.

본사와 점포를 합치면 마트와 슈퍼 임직원이 총 2만7000명이다. 20년 넘게 따로 살던 살림을 합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 긴 호흡이 필요한 작업인 만큼, 단단하게 조직을 설계해 통합 시스템에 구현하고자 한다.”

-마트와 슈퍼의 1분기 실적이 크게 개선됐는데.

“단지 통합 작업의 결과라기보다는 3~4년 전부터 이뤄진 구조조정의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동안의 노력에 통합의 효과가 얹혀졌다고 보면 된다.

통상 마트업계에선 상반기를 비수기로 본다. 그러나 롯데마트는 1분기 흑자를 냈고 상반기에도 흑자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롯데슈퍼는 올해 7년 만의 턴어라운드가 예상된다.

슈퍼의 경우 올해 부산 남산점, 용인 언남점 등이 통합 상품과 디자인, 마케팅을 반영해 새롭게 단장했는데, 리뉴얼 전과 비교해 점포 매출이 30%씩 신장했다. 마트 역시 하반기 은평점에서 새로운 통합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 롯데마트는 앞서 제타플렉스, 맥스 등 새로운 형식의 매장을 선보이고, 주류 특화 매장인 ‘보틀벙커’로 업계에 반향을 일으켰다. 유통 전략을 어떻게 가져갈 계획인가.

“과거 5년 주기로 움직이던 유통 트렌드가 최근엔 1년 주기로 짧아졌다. 그만큼 유통 전략도 유연하게 운영할 방침이다.

제타플렉스는 일반 할인점보다 30% 이상 많은 상품 수와 다양한 특화 매장으로 구성된 플래그십(대표) 매장인 만큼 점포의 규모, 매출, 상권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출점 가능 지역을 찾고 있다. 맥스는 현재 6개 점포를 운영 중인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창고형 할인점에 대한 수요가 떨어지고 있어 전략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롯데마트’라는 공동 브랜드 아래 다양한 채널을 세분화하는 엄브렐라 브랜드(Umbrella brand)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 롯데슈퍼만 해도 현재 프리미엄 푸드 마켓, 마켓999, 마이슈퍼 등의 매장을 운영 중인데, 이름과 콘셉트 등을 재단장해 올 하반기에 공개할 예정이다.”

- 임직원들에게 통합 사원증을 배포했는데, 조직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

“PMI에서 가장 중요한 게 조직원의 이탈을 방지하는 것이다. 앞서 인프라와 시스템 이야기를 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이다. 직원들을 어떻게 하면 하나로 모을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통합 사원증 등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원팀(One Team)’을 강조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지난달부터는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리더십 워크숍’을 열어 통합의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또 매달 점장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리더십 회의’에서도 PMI 현황을 알리고 있다. 좋은 얘기든, 안 좋은 얘기든 모든 상황을 공유해 PMI의 공감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 롯데마트가 어떤 모습이길 바라나.

“고객들이 지지하는 매장. 무엇을 집어 가도 가장 맛있고 신선한 매장이 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가격과 품질, 거기에 맞는 매장의 간판과 디자인, 고객의 동선 등이 다 같이 연계되어야 한다. 마트는 현재의 구조를 단단하게 하면서 리뉴얼하는 방식을, 슈퍼는 마트의 체계화된 시스템을 접목해 점포를 확장하는 방식을 구사해 ‘그로서리 1번지’라는 목표를 달성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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