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작은 영화관 11곳, 7000원짜리 ‘유쾌한 반란’

조홍복 기자 2023. 6. 23. 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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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영화관의 반값… 누적 관람객 195만명, 道 인구 넘어서
지난 10일 전남 영암군 작은 영화관 ‘기찬시네마’에서 영암 주민 등이 영화 관람을 기다리고 있다. /조홍복 기자

지난 17일 오후 전남 영암군 영암읍 ‘영암 기찬시네마’. 최근 개봉한 ‘엘리멘탈’ ‘범죄도시3′ ‘플래시’ ‘트랜스포머’ 4편이 상영 중이었다. 크기 490㎡(약 148평)인 이 영화관은 1관(58석)과 2관(35석) 총 두 상영관을 갖췄다. 전남도가 예산을 지원해 세운 ‘작은 영화관’이다.

기찬시네마는 1970년 말 영암중앙극장이 문을 닫은 이후 지역에서 40여 년 만에 생긴 극장이다. 인구 5만2000여 명인 영암에 있는 유일한 극장이다. 전남도와 영암군이 지난해 12월 사업비 26억3000만원을 들여 영암읍사무소 옆에 1층짜리로 신축했다. 2D(평면)뿐 아니라 3D(입체) 영화 상영도 가능하다. 팝콘과 오징어, 커피, 탄산음료 등을 파는 스낵바도 있다. 관리자 박요한(32)씨는 “요즘 주말 하루 200명 이상이 찾는다”며 “저녁 무렵 인기 있는 영화를 상영할 땐 객석이 거의 다 찬다”고 말했다.

기찬시네마의 장점은 저렴한 관람료다. 성인 7000원, 청소년 6000원으로 주중과 주말이 같다. 도시의 대형 영화관은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요금을 세 차례 인상했다. 현재 주말 관람료는 성인 1만5000원, 청소년 1만2000원가량이다. 기찬시네마 요금은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절반인 셈이다.

영암읍 주민 정병철(42)씨는 지난 10일 아내와 아이 둘, 조카와 함께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을 관람했다. 5명 관람료는 3만2000원. 대형 영화관(6만6000원)보다 50% 이상 저렴했다. 기찬시네마가 들어서기 전, 영암 주민들은 영화를 보려면 목포와 광주로 가야 했다. 승용차로 40~50분 걸린다. 정씨는 “부담 없이 집에서 가까운 기찬시네마 영화를 식구들하고 일곱 번이나 봤다”며 “스크린이 크고, 음향과 화질이 좋아 몰입감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전남의 ‘7000원 작은 영화관’이 인기를 끌며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영암과 고흥, 진도, 완도, 담양 등 전남 작은 영화관 11곳의 누적 관람객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7년간 175만명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100억원이 넘었다. 전남도는 이달 말 기준 누적 관람객 통계를 곧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해 상반기 관람객 수를 감안하면 22일 현재 누적 관람객은 작년 12월 말보다 20만명 늘어난 195만명으로 추정된다. 전남도 인구(181만2400명)보다 많다. 이갑례 전남도 문화산업팀장은 “대형 영화관이 요금을 자꾸 올려 전남의 작은 영화관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며 “코로나로 휴관하는 어려움도 있었으나 가격 경쟁력과 쾌적한 환경이 소문을 타면서 관람객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90~120석 규모 작은 영화관은 일반 영화관보다 시설 수준이 떨어지지 않는다. 스크린 크기는 가로가 최소 9m이고, 스피커는 5.1채널을 갖춰 입체 사운드를 구현할 수 있다. 화질은 2K(QHD) 이상이라 깨끗하다. 관람료는 성인 기준 6000원 또는 7000원이다.

전남도는 2014년 도민의 문화 생활 증진을 목표로 작은 영화관 사업을 시작했다. 2015년 10월 장흥에서 영화관이 28년 만에 부활했다. 작은 영화관 ‘정남진시네마’였다. 이후 최근 영암 기찬시네마까지 군 단위 지자체 11곳에 차례로 작은 영화관이 들어섰다. 전남은 이 사업을 추진하는 전국 광역시·도 11곳 중 강원(13곳) 다음으로 극장이 많다.

전남도는 시 5곳과 17군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여수·순천시 등 다섯 시와 함평(자동차 극장)·구례군(자연드림시네마) 두 군(郡)에 극장이 있었다. 나머지 15군에는 극장이 없었다. 전남도는 아직 극장이 없는 신안과 무안, 강진, 장성 네 군의 작은 영화관 개관을 추진 중이다.

작은 영화관 사업 시작 이후 도민의 문화 행사 체험이 늘어났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전남도민의 영화·연극·뮤지컬 등 문화 예술 행사 관람률은 작은 영화관 사업 추진 이전인 2014년 52.2%에서 2019년 69.6%로 높아졌다. 코로나 영향으로 2021년 24.3%로 줄었으나, 지난해 46.5%로 반등했다. 이갑례 팀장은 “올해는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리라 전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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