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앞날 창창한 피고인”… ‘여고생 오물 폭행’, ‘성폭행 피해자 왕따’ 두 사건 모두 집행유예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단톡방에 피해 학생 초대 후
“더러운 X. 패줄게. 좀 맞아야 한다”
“성적으로 문란하다고 소문을 내겠다”
결국 피해 학생은 극단적 선택
2심도 징역형의 집행유예 선고
‘인천 장애 여학생 오물 폭행 사건’ 때도
항소심서 집행유예 선고 받아 석방
영장심사 출석 당시 휴대폰 보는 모습 화제 되기도

10대 A(현재 19세)양이 2021년 6월28일 인천 한 모텔에서 지적장애가 있는 여고생에게 변기물과 오물 등을 뿌리고 폭행한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지방법원에 모습을 드러낸 모습. 당시 그는 취재진 질문에도 자신의 휴대폰만 들여다봐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연합뉴스

 
‘인천 장애 여고생 오물 폭행’(2021) 사건의 주범인 10대가 2020년 성폭행 피해를 당한 친구를 ‘성적으로 문란하다’라며 사이버 불링, 이른바 ‘왕따’를 해 극단적 선택으로 몰고 간 혐의로 또다시 재판에 넘겨졌다가 항소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엄벌을 내리는 게 타당하지만 1심 판단처럼 ‘앞날이 창창한 피고인’에게 기회를 주는 게 좋지 않을까 고민했다며 이렇게 판시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인천지법 형사항소5-2부(강부영 부장판사)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A(19)양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이라는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A양은 지난 2020년 9월25일 또래 7명이 모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단체 대화방에서 B양(2020년 사망 당시 16세)이 성적으로 문란하고 이른바 ‘일진’으로 활동했다는 허위 내용으로 B양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A양은 사흘 후에도 단체 대화방을 만든 뒤 B양과 친구들을 초대해 “더러운 X. 패줄게. 좀 맞아야 한다”라며 B양을 모욕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과거에도 “성적으로 문란하다고 소문을 내겠다”라는 등 B양을 협박하거나 뺨을 때리는 등 폭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해 전인 2019년 성폭행 피해를 입은 B양은 성폭행 가해자의 선고 공판을 열흘 앞둔 2020년 9월, A양이 속한 단체 대화방에서 모욕을 당한 몇 시간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A양과 함께 채팅방에 있던 C(18)군은 “B양이 성폭행을 당했다”고 게재했고, 소년부 송치됐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극단적 선택을 한 피해자를 생각하면 피고인(A양)을 엄벌하는 게 타당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앞길이 창창한 피고인을 생각하면 1심 판단처럼 기회를 주는 것도 좋지 않을까 고민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여러 고민 끝에 원심 양형이 피고인에게 유·불리한 정상을 충분히 고려한 것으로 보이고 형량도 적정하다고 판단했다”면서 “검사의 항소 이유를 고려해도 형량이 너무 가볍지 않다고 판단해 검찰 항소를 기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검찰은 A양에게 실형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지만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되자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한편, A양은 또래 남녀 4명과 함께 2021년 6월16일 오후 9시쯤 인천시 부평구 한 모텔에 지적장애 3급이었던 16세 여고생 D양을 감금한 뒤, 얼굴 등을 주먹과 발로 때려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D양의 옷을 벗긴 뒤 머리를 변기에 내려찍고 침을 뱉었으며, 재떨이, 샴푸, 변기 물 등을 얼굴에 붓기도 했다.

당시 D양의 어머니는 딸과 연락이 닿지 않자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위치를 확인, 해당 모텔로 찾아갔고 오물을 뒤집어쓴 채 알몸 상태인 딸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D양의 어머니는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A양 등은 딸의 옷을 벗긴 채 때리며 린스, 샴푸, 바나나, 재떨이, 씹던 껌, 변기통 물을 머리에 붓고 동영상까지 촬영했다”는 게시글을 게재해 가해자들의 엄벌을 촉구하기도 했다.

A양은 이 사건의 주범으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아 석방됐다. A양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을 당시 ‘죄책감은 안 느끼냐’는 취재진 질문에도 자신의 휴대폰을 들여다 보는 모습이 포착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