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킬러 문항’으로 대치동 평정한 ‘시대인재’, 文정부 때 저금리 정책금융 지원 받아
대치동 평정한 대형 입시학원 ‘시대인재’
시중금리보다 낮은 1.5%대 저금리로 15억 지원받아
중진공 “코로나19로 집합금지 명령 피해 업종 지원한 것”
지난 몇 년 간 대치동 학원가에서 가장 뜨거운 입시 학원은 ‘시대인재’다. 주말에는 전국 수험생 1만5000여명이 고속철도를 타고 학원 수업을 들으러 올라올 정도다. 수험생들을 끌어 모으는 요인은 이른바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에 수험생이 대처할 수 있게 해주는 자체 모의고사다.
그런데 이 같은 성장의 배경에 문재인 정권 때 실시된 연 1.5% 저리의 정책금융 지원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 규정상 입시 학원에는 금융지원을 할 수 없지만 하이컨시는 지원을 받았다. 중진공 측은 코로나19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예외가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은마아파트 사거리 주변 ‘시대인재’ 간판 빽빽
학원 ‘시대인재’는 2014년 문을 열어 10년도 지나지 않았지만 대치동 학원가를 평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은마아파트 사거리에서 사방이 ‘시대인재’ 간판으로 뒤덮여 있다. 대치동 학원가에서 ‘킬러 문항’ 해결사로 소문이 나며 빠르게 성장했다.
온라인 강의를 하지 않아 매출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지만 실적은 경이적이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2747억원으로, 그 중 수강료 매출이 2610억원을 차지한다. 영업이익은 269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9.8%에 달한다. 실적은 ‘인강(인터넷 강의)’ 시장을 개척한 메가스터디(매출액 1216억원, 영업이익 121억원)를 훌쩍 뛰어넘는다. 재수종합반도 강남대성학원보다 우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대인재를 운영하는 회사는 ‘하이컨시’다. 2013년 설립됐고, 법인으로 전환한 것은 2016년 11월이다. 창업자인 오우석(47) 전 대표가 지분 98.5%를 갖고 있고, 현재는 ‘정치와 법’ 과목을 가르치는 박근수(50) 강사가 대표를 맡고 있다. 하이컨시는 사실상 대형 입시학원 업체이지만, 스스로를 ‘모두의 성장이 지속될 수 있는 HR 플랫폼을 만드는 교육 스타트업’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시대인재 운영 하이컨시, 연 1.5~1.9% 저금리로 중진공서 15억 대출받아
시대인재가 급성장하는 과정에는 정책금융이 등장한다. 하이컨시가 감사보고서를 처음 공시한 2019년에는 신한은행·국민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 등 시중은행과 산업은행·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에서 자금을 빌렸다. 대출 금리는 연 4~6% 수준이었다.
그런데 2020년 감사보고서에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하 ‘중진공’)의 이름이 등장한다. 중진공은 연 1.5%의 저금리로 5년 간 10억원을 하이컨시에 지원했다. 1년 뒤에는 연 1.9%의 낮은 금리로 역시 5년간 5억원을 지원했다. 대출 명목은 ‘운영자금’이었다.
중진공은 중소벤처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설립된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준정부기관이다. 중진공은 중소벤처기업이 창업기와 성장기, 재도약기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대출이나 이자를 지원해주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혁신성장 분야, 그린 분야, 지식서비스 산업 등에서 사업을 벌이는 기업을 중점 지원한다.
하이컨시는 중진공이 원칙적으로 정책자금을 지원할 수 없는 기업이다. 중진공은 사행산업 등 국민 정서상 지원이 부적절한 기업은 ‘융자 제외 대상 업종’으로 정해놓고 있다. 그 중에는 ‘일반 교과 및 입시 교육’도 포함된다. 하이컨시는 ‘시대인재’라는 대형 학원을 운영하고 있으므로 중진공이 정책자금을 지원할 수 없는 셈이다.
다만 중진공은 일시적으로 입시 학원에도 정책자금 지원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정부는 입시 학원과 노래연습장, 감성주점·헌팅포차, 헬스장, 단란주점, 오락실, 영화관, 식당·카페 등에 등에 ‘집합 금지’ 또는 ‘집합 제한’ 명령을 내렸다. 이 때문에 당시 경영이 어려워진 중소기업에 정책자금을 지원했고, 하이컨시도 자금을 받았다는 것이다.
중진공 관계자는 하이컨시가 정책자금 지원을 받은 데 대해 “2020년 9월 코로나19 때문에 중소기업 정책자금 융자 계획이 변경돼 대형 입시 학원도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며 “피해 업종이 발생하면 융자 계획을 중소벤처기업부가 변경해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하이컨시가 정책자금을 지원 받을 때 중진공에는 산업통상자원부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을 지낸 김학도 이사장이 재임하고 있었다. 당시 중기부 장관은 박영선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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