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세계 대활약…‘내 머릿속 거미줄’ 꼬일라[시네프리뷰]

2023. 6. 21.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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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또 다른 지구 이야기다. 이번에 방사능 거미에 물린 사람은 그웬 스테이시다. 스파이더우먼 그웬이 싸움을 벌일 때 ‘스파이더 소사이어티’에서 온 스파이더 남녀가 등장…. 열혈 팬이 아니라면 제대로 따라가긴 쉽지 않다.

소니 픽쳐스


제목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Spider-Man: Across the Spider-Verse)
제작연도 2023
제작국 미국
상영시간 139분
장르 애니메이션
감독 조아킴 도스 샌토스, 켐프 파워, 저스틴 톰슨
출연 샤메익 무어, 헤일리 스테인펠드, 제이크 존슨, 잇사 레이, 브라이언 타이리 헨리, 로런 벨레스, 레이첼 드래취, 오스카 아이삭 외
개봉 2023년 6월 21일
등급 전체 관람가
수입/배급 소니 픽쳐스 코리아

그러니까 이것은 또 다른 지구 이야기다(팬페이지를 보니 이 지구는 지구65라고 한다). 이 지구에서 방사능 거미에 물린 사람은? 그웬 스테이시다. 즉 스파이더맨이 아니라 스파이더우먼이 이 지구의 슈퍼히어로다. 다른 지구에서 스파이더맨이었던 피터 파커는 어떻게 됐을까. 슈퍼빌런 ‘리저드’가 되어 폭주한 그를 그웬이 실수로 죽인다. 그리고 죽은 피터 파커 옆에서 망연자실 서 있는 그웬을 경찰 반장인 아버지 조지가 목격하고. 그때부터 조지는 이 ‘살인자’를 쫓는다. 스파이더 가면을 쓴 살인자가 자신의 딸이라는 것도 모른 채.

자기 지구로 돌아간 스파이더우먼 그웬

어느 날 밤, 스파이더우먼-그웬은 다른 유니버스에서 온 벌처를 만나 싸움을 벌인다. 이 유니버스는 이탈리아 르네상스풍으로 이뤄졌나 보다. 그때 짜잔! 등장하는 다른 차원의 스파이더 남녀. 이들은 그웬을 도우려 ‘스파이더 소사이어티’에서 왔다.

이런 슈퍼히어로물 전개에서 전형은 주인공이 천신만고 끝에 악당을 물리치면 삐뽀삐뽀 경광등을 울리며 경찰이 뒤늦게 등장하는 장면이다. 현장에 나타난 경찰은 아버지 조지였다. 그웬은 마스크를 벗고 스파이더우먼이 실은 당신의 딸이었음을 밝힌다. 정의감에 투철한 아버지는 자기 딸인데도 불구하고 체포하려 한다. 그웬을 도우러 왔던 미구엘과 제시가 당황해하는 그웬을 평행우주를 가로질러 존재하는 ‘스파이더 소사이어티’에 초대한다. 이제 그웬은 평행우주의 차원을 넘나들며 스파이더맨과 함께 위기에 처한 여러 지구를 구하는 역할을 맡는다.

영화는 2018년 역시 애니메이션으로 나온 전편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이하 뉴 유니버스)와 이어진다. 피터 파커가 죽고 2대 스파이더맨이 된 흑인-정확히 말하면 흑인과 히스패닉의 혼혈-꼬마 마일스 모랄레스가 전편의 주인공이었고, 킹핀이 ‘차원이동기’를 작동시킨 덕분에 영문도 모르고 빨려들어온 그웬과 다른 차원의 피터 파커, 1933년 흑백 느와르 세계관 속 스파이더맨, 32세기에서 스파이더 로봇을 조종하는 일본인 소녀 페니 파커, 방사능 ‘돼지’에 물린 거미 피터 포커 등이 힘을 합쳐 폭주하는 악당 킹핀을 저지하고 자신이 원래 속해 있던 지구로 돌아간다는 설정이었다. 능력 없던 꼬꼬마 2대 스파이더맨은 그 와중에 성장하고. 영웅은 외로운 법이지만, 적어도 다른 차원에서 그 누군가는 자신의 역할을 해나가고 있다는 동지의식이 싹튼다.

그다음 이야기? 그웬이 차원을 넘나드는 스파이더 소사이어티의 멤버가 됐기 때문에 다시 둘은 조우할 필연적인 운명에 놓인 것이고.

멀티버스 ‘스파이더월드’ 따라잡기

영화의 앞부분만 간략히 요약했다. 읽는 독자로서 잘 이해가 됐을지 모르겠다. 지난해 <닥터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가 개봉할 당시 리뷰에서 “‘멀티버스’라는 개념을 도입하면 관객들은 이해하기가 복잡하지만 창작하는 입장에서는 아주 편해진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아직 한국에서 개봉하지 않아 제대로 된 리뷰는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몇몇 인터넷신문 등에 나온 리뷰를 보면 솔직히 영화 스토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쓴 것인지 의심스럽다. 그냥 황홀하고 멋진 작품 운운하며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가는데, 열혈 팬이라면 모를까, 스토리를 제대로 따라가긴 쉽지 않은 영화다(한 리뷰글에서 전편을 보지 않더라도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주장하는데 글쎄. <뉴 유니버스>를 보지 않았다면 이 영화에서 다루는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을까. 개봉 당시 영화를 보지 못하고, 넷플릭스에서 열혈 팬인 아이 덕분에 어깨너머로 봤다. 안 보고 극장에 들어갔으면 큰일 날 뻔했다).

실사 버전에서 영화로 제작된 역대 <스파이더맨> 시리즈 주인공 3명, 일명 ‘삼스파’가 총출동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2021) 이전에 멀티버스 속 스파이더 ‘퍼슨들’이 힘을 합쳐 싸운다는 <뉴 유니버스>가 있었다. 영화 후반부에서 ‘알고 보니 이랬다’는 프리뷰에서는 공개할 수 없는 또 한 번의 ‘반전’이 있다. 이건 전작 <뉴 유니버스>와 정합성이 맞는 반전일까. 그걸 확인하려면 다시 꼼꼼히 봐야 하는데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던 이전 편의 서비스는 종료돼 볼 수가 없다. 아쉽다.

원작 만화에서 피터 파커의 첫 연인이었던 그웬 스테이시

아마존


영화 <스파이더맨> 시리즈만 본 사람에게는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에서 그웬 스테이시가 또 다른 평행우주에서 스파이더우먼으로 나온다는 설정이 뭐 그럴 수도 있지, 정도로 넘어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코믹 버전의 <스파이더맨>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남다른 문제다. 즉 코믹시리즈에서 원래 피터 파커의 애인은 그웬 스테이시였다. 영화 버전에 주로 등장하는 메리 제인, MJ가 아니라.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등장인물을 총정리해 놓은 인터넷 사이트에 의하면 그웬 스테이시가 마블 코믹스에서 첫 등장한 것은 1965년 12월 나온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31>이었다. 풀 네임은 그웬돌린 스테이시. 원작 코믹스에서 그웬은 피터 파커와 대학 동창으로서 공식적으로 첫 연인이었다(영화로 제작된 스파이더맨의 최신 시리즈에서 피터 파커와 연인 MJ는 아직 대학에 가지 못한 고등학생이었고, ‘미스테리오’ 사망 후 정체가 폭로된 피터 파커와 MJ, 조력자 네드는 MIT에 원서를 넣었지만 모두 낙방한 신세로 전락한다). 원래 그웬은 콧대가 높은 ‘츤데레’ 스타일의 여대생이었다. 최초의 만화 버전에서 피터 파커는 MJ 대신 그웬 스테이시를 연인으로 택한다.

스파이더맨이 피터 파커인 걸 최초로 안 사람이 누구냐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공식적으로 정리된 이야기에 따르면 MJ가 먼저 안 것으로 돼 있지만, 실제 코믹 발매순으로 보면 그웬이 먼저 알았다. 실사화 영화 버전에서는 MJ에게 연인의 자리를 뺏겨 그냥 실없는 조연으로 등장할 뿐이다. 코믹 버전에서는 트라우마 속에서 고뇌하는 영웅이라는 스파이더맨 캐릭터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그웬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린 고블린과 싸움 도중 스파이더맨의 실수로 죽어버렸기 때문이다(사진). 아마 이번 편에서 친구 피터 파커를 죽이는 장면은 원작 코믹의 설정을 뒤집은 것으로 보인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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