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캠코더·배꼽티… Z세대가 ‘옛 그들’을 소환했다
#1. ‘두 남자가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 여자를 사이에 두고 맞선다. 여자의 눈앞으로 총알이 날아가고 한 남자가 총을 맞고 쓰러진다. 이때 가수 조성모의 노래 ‘투 헤븐(To Heaven)’이 흐른다. 코오롱 FnC가 운영하는 쇼핑몰 코오롱몰이 선보인 유튜브 광고 영상의 일부다. 주인공을 맡은 배우 주현영은 이 광고에서 헤드폰에 집게 핀, 링 귀고리 차림으로 나온다.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유행한 세기말 스타일 옷차림이다.
#2.독일 자동차 회사 포르셰는 지난 3월 ‘네뷸라(Nebula)’라는 아트 카를 미국 텍사스주(州) 오스틴에서 공개했다. 보랏빛 가죽, 으릉거리는 듯한 엔진 소리로 2000년대 초 스타일을 재현했다. 디자이너 다니엘 아샴(Arsham)은 “2000년대 Y2K 스타일을 재해석해 복고풍이 섞인 미래지향적 디자인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했다.
소위 세기말(Y2K) 스타일이 패션계를 시작으로 광고·IT(정보기술)·자동차 등 산업 전반으로 재확산되고 있다.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대 사이에서 확산하는 Y2K 패션의 인기에 대해 보도했을 정도다.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에 친숙한 Z세대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과도기였던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유행한 통신기기나 가전제품, 자동차와 패션 등에 낯선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이 덕에 스마트폰의 발달로 잊혀졌던 캠코더와 디지털 카메라 같은 가전제품도 최근 중고 시장에서 몇 배씩 가격이 오를 정도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세기말 유행, 산업 전반으로 번져
이탈리아 패션 업체 미우미우는 올해 가을·겨울 패션 컬렉션 광고를 위해 빈티지 디지털 카메라를 선택했다. 영국 배우 에마 코린 같은 이들에게 ‘똑딱이’라고 불리는 작은 디지털 카메라를 주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찍게 한 것이다. 작은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사진을 찍는 것이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 사이에서 새로운 유행처럼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패션업계에선 배꼽티, 링 귀고리, 집게 핀, 은색 가방 같은 2000년대 초 유행했던 스타일이 화두로 떠올랐다. 월 스트리트 저널(WSJ)은 지난 14일(현지 시각) 전 세계적으로 20대 사이에서 커다란 집게 핀이 다시 유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1996년생 미국 톱 모델인 벨라 하디드(Hadid), 1996년생 미국 모델 헤일리 비버(Bieber) 같은 이들이 커다란 집게 핀을 머리에 얹고 다니기 시작하면서 지난 3월 구글에선 ‘집게 핀’이란 단어 검색이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온라인 쇼핑 결제 서비스인 ‘클라르나’에서도 지난달 집게 핀 구매액은 전달보다 24%가 늘어났다.
국내도 비슷하다. 20일 온라인 쇼핑몰 무신사에 따르면 지난 5월 15일부터 6월 11일까지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검색한 단어는 ‘실버 가방’이었다.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유행했던 가방이다. 비슷한 시기 유행했던 코르셋, 뷔스티에, 배꼽과 허리선을 드러내는 ‘크롭탑’도 그다음으로 많이 검색된 상품으로 떠올랐다.
◇중고 캠코더 가격 5~7배 오르기도
국내에선 아이돌 그룹 뉴진스가 캠코더 열풍을 일으킨 주인공으로 꼽힌다. 5인조 그룹으로 모두 2004년생~2008년생이다. 이들이 캠코더를 들고 영상을 찍는 모습이 뮤직비디오에 나오면서 빈티지 캠코더 품귀 현상이 빚어지기 시작했다.
20일 중고 나라에 따르면 일본 가전 브랜드 산요의 초경량 캠코더 ‘작티’나 소니, 파나소닉 캠코더는 본래 20만~50만원이었던 가격에서 최소 5배~7배가량 비싸게 팔리고 있다. 물건을 구하기 힘들다 보니 1시간에 1만5000원~2만원씩 받고 대여해주는 곳도 생겼다. 신분증과 보증금을 맡기고 계약서를 작성하면 시간 단위로 빈티지 캠코더를 빌려서 쓸 수 있다.
자동차 시장에도 Y2K 유행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포니의 시간’이란 이름의 전시를 시작했다. 지난 1990년 단종된 지 33년 된 포니 자동차에 대한 수집품과 영상, 자료를 전시했고, 이탈리아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과거의 ‘포니 쿠페’를 새로 복원한 모델도 국내 최초로 전시했다. 9~14일 사이 7435명이나 방문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과거 향수를 느끼는 세대뿐 아니라 젊은 Z세대 관객도 무척 많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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