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전쟁 시대…우즈벡·카자흐, 반도체·배터리 '기회의 땅'으로
[편집자주] 대한민국은 수출로 먹고 산다.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고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퍼스트 무버를 뒤쫒아 기술적 진보를 토대로 탄탄대로를 걸었다. 하지만 그 시대가 저물고 있다. 패권 경쟁과 전쟁으로 국제 무역의 흐름이 바뀌었다. 제 1 수출국이었던 중국은 기술 경쟁국이 됐고 각국은 경제·자원·에너지를 안보 차원에서 접근한다. 세계 경제 지형이 요동치는 지금, 대한민국은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한다. 머니투데이는 자원, 인력, 소득, 기술력 등 구체적 기준에 따라 개척 가능한 신시장을 조망하고자 한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현실적인 수출 위기 돌파구를 모색한다.
"차기 인도네시아 지도자는 어떤 위험과 비난이 있어도 용기를 갖고 원자재 수출 금지 정책을 이어가야 합니다."(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자원전쟁' 시대가 도래했다. 예전에는 외화를 벌기 위해 에너지와 광물 등 자원 수출에 앞다퉈 나섰던 국가들이 이제는 문을 닫는다. 계싼기를 두드리며 문턱의 높낮이를 조절한다. 경제안보적 목적 달성을 위해 자국 땅에서 나는 자원을 십분 활용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더 심화됐다. 전쟁을 겪으며 국제 자원시장이 급변하는 것을 목격한 뒤 자원부국들은 자국산 희소 자원을 무기로 활용하려는 경향이 훨씬 강해졌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이달 초 '외교부 1호 영업사원'을 표방하며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박 장관은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을 각각 예방하며 우리 기업 수출·수주 지원을 요청하는 동시에 공급망 협력 강화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은 2019년 4월 우즈베키스탄의 수도인 타슈켄트에 '희소금속센터'를 세웠다. 구리, 몰리브덴, 텅스텐 등 희소 금속을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활용해 고부가가치 소재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부족한 우즈베키스탄과 자원협력을 통해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기 위해서였다.
정부는 올해 희소금속센터에 150억원을 투자해 희소금속 상용화 사업을 더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한국은 몰리브덴과 텅스텐 등 반도체 핵심 소재 확보 등 공급망 강화 효과를, 우즈베키스탄은 미래 산업 육성을 통한 수출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김희상 주우즈베키스탄 대사는 "희소금속의 경우 우리나라가 기술투자 후 안정적으로 공급원을 확보하면 결과적으로 우리 수출에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 중 하나인 이차배터리 핵심 원료인 구리의 경우에도 우리 민간기업이 우즈베키스탄과 협력을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다.
카자흐스탄 역시 세계적인 에너지·광물 자원 부국이자 생산국이다. 세계 9위의 광활한 국토에 석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과 우라늄, 구리 등 주요 광물이 풍부하다. 석유 300억배럴(세계 12위), 석탄 256억달러(세계 10위) 등이 매장돼있다. 2022년 기준 카자흐스탄의 석유 수출국 2위가 한국이기도 하다.
매장량 기준으로 우라늄 7000톤(세계 2위), 크롬 2억3000만톤(세계 1위), 납 200만톤(세계 2위), 망간 6억7600만톤(세계 4위) 등 광물도 넘쳐난다.
김정훈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알마티 무역관장은 "카자흐스탄은 석유뿐 아니라 우라늄, 리튬 등이 풍부한 자원부국"이라며 "공급망이 불안한 우리나라로선 반도체 등 주력산업을 위한 중요한 (자원) 대체 공급지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멕시코와 캐나다, 호주와 같은 자원부국도 상호보완적 관계 속에 우리나라의 수출을 늘릴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예컨대 멕시코와 캐나다는 미국의 니어쇼어링(near-shoring, 인접 국가로 생산라인 분산) 정책의 최대 수혜국으로 분류된다. 전기차 생태계에 필수적인 리튬, 니켈, 코발트 등 핵심 광물과 제조시설, 최대 판매시장 등의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카자흐스탄 역시 2050년까지 세계 30대 선진국 진입을 목표로 강력한 경제발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노후 전력망 현대화 및 신재생 에너지 인프라 구축 등 사업 수요가 높다.
2017년까지 카자흐스탄 알마티 무역관장을 지낸 정외영 코트라 혁신성장본부장(상임이사)은 "2013년 알마티 무역관장에 부임했을 당시에는 인구가 1800만명이 안됐는데 내년에 2000만명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는 등 카자흐스탄은 '중앙아시아의 거인'으로 불린다"며 "특히 오래 전부터 한류바람이 부는 등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우리 기업들에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알마티(카자흐스탄)=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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