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돋보기] 다가오는 월세 시대, 현명한 투자전략은
지난 5월 중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기자 간담회에서 전세 제도가 수명을 다한 것 같다면서 이에 대한 개편 작업을 밝혔다. 최근 역전세, 깡통전세, 전세 사기 등으로 전세 제도가 사회 문제화되면서 전세 사기 특별법 제정과 더불어 근본적인 임대차 제도의 재정비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혹자는 최근 가팔라진 전세의 월세 전환 속도 및 전세 사기 문제를 보면서 전세의 종말을 언급하기도 한다. 하지만 오랫동안 국민의 중요한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해왔던 전세 제도가 쉽게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주택의 월세 전환 가속화가 계속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투자전략의 다변화를 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전세 제도의 왜곡 현상
전세 제도는 1970년대 이후 고도 경제성장기에 미비한 국내 금융시스템을 보완하면서 개인 간 직접금융인 사금융의 역할을 해왔다. 집주인으로서는 전세금을 지렛대 삼아 손쉽게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었고, 세입자에게는 내 집 마련 전 주거 안정을 누릴 수 있었다. 금융 관점에서 전세금을 보면 집주인은 채무자, 세입자는 채권자인데, 집값 상승이 지속했던 경제성장기에는 집주인에게 전세금 반환 부담이 적었고, 세입자는 안정적으로 전세금을 회수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2008년 이명박 정권부터 전세금 대출 제도가 시행되면서 금융기관이 집주인과 세입자의 금융 매개 역할을 하게 되고, 실질적으로 금융기관이 채권자가 되고, 집주인과 세입자는 모두 채무자 지위로 바뀌었다.
최근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한 전세 대출금 이자 증가는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을 증가시켜 전세 수요 감소 및 전셋값 하락을 일으켰고, 집주인은 역전세로 전세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국, 세입자의 주거비와 동조화된 금융 비용의 증가가 전세 제도의 안정성을 깨뜨리며 채무자인 집주인, 세입자 모두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 따라서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을 통해 집주인은 전세금 반환 부담을 줄이고 세입자는 금융 비용과 달리 변동성 없는 확정 월세를 선호하게 된다.
월세 전환 가속화 계속될까
먼저, 거시경제 측면에서 보자면 고도성장보다는 장기 저성장 국면으로 갈 공산이 크다. 반면, 탈세계화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고착화 우려로 초저금리 시대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경제 저성장과 장기 중립 금리(1~3%) 레벨에서는 장기적으로 부동산 자본이득(가치 상승)보다는 소득 이득(월세 수익)에 대한 관심이 커질 전망이다.
인구구조 측면에서도 혼인율 감소에 따른 1~2인 가구 증가로 월세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고, 수명 연장에 따른 고령층 인구 증가로 은퇴 세대의 안정적 현금흐름 확보를 위한 월세가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이번 전세 사기 여파로 전세 제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악화하여 세입자는 전세금 반환 리스크를 고정적 월세 부담으로 일정 부분 상쇄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전세 대출 금리변동에 따른 불안정한 금융 비용 대신 확정적 월세를 선택함으로써 안정적인 주거비 지출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크다.
정부도 임대차 제도 정비에 들어가면서, 전세 제도의 부작용을 줄이고 월세 전환을 유도할 가능성이 큰 상황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세입자 월세 세액공제 확대, 전세 반환 보증보험가입요건 강화, 일정 요건 아래 에스크로 제도 도입, 국민주택 규모 이하 아파트 매입임대사업자 등록제도 부활, 등록임대사업자 장기보유특별공제 확대 등이 예상되며, 특히 다주택자들의 등록임대사업자 비율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월세 시대 대단지 소형 아파트 투자 주목할 만
그럼 월세 시대, 현명한 투자 전략은 무엇일까. 먼저, 투자 수익을 위한 주택 상품을 선택하는 데는 안정성이 높은 대단지 소형 아파트를 눈여겨봐야 한다. 물론 이번 전세 사기의 주 대상이었던 다세대주택보다는 월세 전환 속도가 느리겠지만, 중대형 아파트 대비 세입자 월세 세액공제 요건에도 부합하고, 전·월세 전환율이 높아 월세 수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중대형 대비 갭투자가 많았던 소형 아파트의 시세가 이번 금리 인상 시기에 더 많이 하락해 내재가치 대비 저평가된 상황이다.
입지 선정 시에는 1~2인 가구의 수요가 많은 역세권이나 사회초년생, 신혼부부가 선호하는 먹자 상권 또는 오피스 상권 인근이 좋다. 또한 건물 관리 능력 및 자금 여력이 된다면 역세권 이면부에 위치한 주거용 꼬마빌딩(다가구·상가주택)도 투자해 볼 만하다. 빌딩의 경우 집합건물이 아닌 토지와 건물로 이루어진 부동산으로, 향후 지역의 변화와 발전 방향에 따라 다른 용도로 개발될 잠재력도 보유하게 된다.
만약, 장기보유 목적의 투자라면 재건축, 재개발 가능성이 있는 아파트, 다세대주택에 일찍 들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장기간 월세 수익을 누리다가 재건축, 재개발이 무르익을 무렵 매각 이익도 기대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자녀에게 증여나 양수도를 계획한다면 자녀의 라이프 사이클과 재건축, 재개발 사이클을 매칭시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자녀가 미성년일 때 월세 수익으로 양육비에 보태 쓰다가 재건축 구역 지정 전에 사회초년생이 된 자녀에게 증여를 통해 신혼집을 미리 마련해주는 것이다.
월세형 주택에 투자하기로 결심했더라도 집주인 입장에서 가장 걱정할 부분은 월세가 꼬박꼬박 잘 들어오는지다. 전세와 달리, 보증금 규모가 작아 미납 월세를 담보하기 어렵다. 상업용 부동산과 마찬가지로 월세 시대에는 주거용 임차인의 신용도가 중요해질 것이다. 임대인은 월세 지급 여부를 보증금 규모가 아닌 임차인의 신용도로 보고 평가해야 할 것이고, 임차인의 신용 점수와 신용 등급을 체크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내 집 마련을 목표로 하는 무주택자는 월세 시대에 어떤 전략을 가져가면 좋을까. 분양 전환 가능한 장기 민간 임대주택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장기간 안정적인 임대주택에 거주하면서 임대주택의 분양 전환 또는 무주택자 우선 공급 청약을 투 트랙으로 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인기 청약 단지들의 경우 단기간에 당첨되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면 장기간 무주택자 요건을 유지하면서 종잣돈도 모으고, 가점도 높이고, 청약 기회를 많이 가져가기에 장기 임대주택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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