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한 재활용 등급제 제대로 알기 [우리가 몰랐던 과학 이야기] (301)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재활용할 수 있는 포장 용기를 구입해 사용 후엔 분리배출을 잘하는 것입니다. 요즘은 환경보호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면서 마트에서 식료품이나 생활용품, 화장품 등을 살 때 재활용할 수 있는 능한 용기인지 확인하는 게 일상이 되기도 했죠.

언제부터인지 제품에 재활용 표시 말고도 눈에 띄는 문구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재활용 우수’, ‘재활용 보통’, ‘재활용 어려움’ 등의 표시입니다. 재활용이 어렵다는 건 재활용이 안 된다는 것일까요? 그렇다면 보통은 무슨 의미일까요? 오늘은 이 재활용 등급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재활용 등급제 도입!

재활용 등급 표시 기준 및 방법. 출처=한국환경공단

 
우리나라는 2019년 12월부터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에 따라 재활용등급제를 도입했습니다. 재활용등급제는 화장품과 음료수 등의 용기를 재활용 난이도에 따라 ‘최우수’, ‘우수’, ‘보통’, ‘어려움’ 등의 등급으로 나누는 제도인데요. 어려움 등급을 받은 제품은 의무적으로 이를 표기해야 하며, 환경부담금 또한 30%까지 부담해야 합니다.

실제로 등급제가 도입되면서 제품 포장과 용기에도 변화가 생겼는데요. 예를 들어 생수병에 붙어 있던 라벨이 사라지거나 쉽게 제거할 수 있도록 바뀌었으며, 녹색의 플라스틱 음료수병이 투명하게 변하는 등 재활용이 용이하도록 개선되었습니다.

◆재활용 등급평가 기준은 무엇일까?

포장재 구조 예시. 출처=한국환경공단

 
재활용 등급을 평가할 때 기준이 되는 항목은 몸체와 라벨, 마개, 잡자재입니다. 각각 항목의 재질과 구조가 재활용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등급을 매기는 것이죠.

등급평가 대상으로는 종이 팩과 유리병, 금속 캔, 일반 발포합성수지 및 폴리스티렌페이퍼, 페트병, 합성수지 용기 및 트레이류, 합성수지 필름 및 시트류 등이 있습니다. 육안이나 기기 분석을 통해 평가를 진행하고, 다음과 같이 등급을 부여합니다.

-재활용 우수: 재활용이 용이한 재질과 구조(예: 용기, 뚜껑, 라벨 모두 ‘우수’ 등급)
-재활용 보통: 재활용이 제한적으로 용이한 재질과 구조(예: 용기 ‘보통’, 뚜껑 및 라벨 ‘우수’ 등급)
-재활용 어려움: 재활용이 어려운 재질과 구조(예: 용기 ‘우수’, 뚜껑 ‘보통’, 라벨 ‘어려움’ 등급)

 
◆재활용 ‘최우수’ 포장재는 어떤 게 있을까?

분리가 힘든 복합 포장재는 ‘재활용 어려움’ 등급에 해당합니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재활용 최우수 등급의 포장재로는 무(無)라벨 무색 페트병과 알루미늄 캔이 있습니다. 환경부에선 재활용 최우수 등급의 포장재를 제조 또는 수입한 기업에 ‘생산자책임제 활용제도’ 분담금을 50% 환급해주고 있습니다.

다만 실제 재활용 최우수 등급을 받은 페트병은 2021년 기준 전체 출고 및 수입량 대비 5.4%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이마저도 라벨을 떼지 않거나 병 안에 이물질을 넣거나 뚜껑을 닫지 않고 버린다면 재활용이 어려워진다고 합니다.

◆재활용 가능 용기는 모두 ‘우수 등급일까?

재활용 ‘보통’ 등급의 플라스틱 용기.

 
기업에서 친환경 제품을 판매할 때 내세우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재활용할 수 있는 포장 방식’을 적용했다는 점입니다. PET(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와 PP(폴리프로필렌), PE(폴리에틸렌) 등을 이용한 포장 용기는 재활용할 수 있으며, 모두 우수 등급에 해당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어떤 라벨을 사용했는가입니다. 절취선이 있어 분리할 수 있는 라벨을 썼다면 재활용 보통 등급에 해당하지만, 몸체와 분리가 될 수 없도록 접착제가 쓰인 라벨은 어려움 등급에 해당합니다. 절취선이 없고 접착제로 라벨이 붙어 있는 것 같은데 우수 등급으로 표시되어 있다면 분리가 쉬운 수분리성 접착제를 이용한 것입니다.

‘플라스틱 분리배출’ 표시가 있지만, ‘OTHER’는 재활용 ‘어려움’에 해당합니다.

 
플라스틱처럼 보이더라도, 다시 한번 확인이 필요한 제품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샴푸나 로션 등의 용기에 부착된 펌프는 플라스틱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내부에 메탈 스프링이 적용된 사례가 많습니다.

따라서 펌프 제품을 살 때는 ‘메탈 프리’인지 확인하는 게 환경에 보다 이롭습니다.

◆유리병의 배신?

 
와인과 같은 주류나 음료수, 화장품 용기에는 주로 유리병이 쓰이는데요. 플라스틱보다는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을 것 같으면서 재활용도 100% 될 것 같지만, 실제 유리나 도자기 제품은 더 어렵다고 합니다.

주류 문화가 발전하면서 최근 들어 수요가 늘고 있는 와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와인병(바로 위 사진)은 대부분 땅에 매립된다고 합니다.

재활용할 수 있는 유리병은 제한적입니다. 소주병, 맥주병과 같이 세척 후 재사용할 수 있는 것은 녹색, 갈색, 그리고 무색투명한 종류가 대부분입니다. 화려하거나 눈에 띄는 무늬 및 색채를 지닌 음료, 화장품 등의 유리병은 재활용이 어렵다고 합니다.

재활용되지 못한 유리는 땅에 매립되면 자연분해까지 약 100년의 세월이 걸리기 때문에 환경에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재활용 어려움’ 플라스틱 분리배출, 어떡하지?

‘재활용 ‘어려움’ 등급의 샴푸 제품 용기.

 
플라스틱 분리배출 표시가 붙어 있지만, 재활용 어려움 등급을 받은 제품은 분리수거를 할 때 멈칫할 수 있습니다. 재활용 어려움 표시는 소비자들이 우수 포장재 제품을 구매하도록 독려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또한 메탈 펌프 샴푸 용기와 같이 분리배출을 유도해 효율적인 재활용을 돕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재활용 어려움 등급을 받은 용기는 생수병과 같은 재활용 우수 제품들과 함께 배출되면 선별이 어려워 재활용률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요새는 대형 아파트 단지나,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서 투명 페트병을 별도 분리 배출하지만, 여전히 플라스틱으로 한번에 분류하는 곳 또한 많습니다. 하루빨리 별도 분리배출 시스템이 확대 마련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예쁜 용기보다 ‘착한’ 용기를!

재활용 ‘우수’ 등급 제품의 용기.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고, 생산부터 재활용까지 순환 시스템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우리도 생활 속 실천이 중요합니다. 제품을 고를 때는 분리배출 표시보다는 재활용 우수 표시 제품 여부를 확인하고, 분리 배출할 때는 라벨과 오염물질을 깨끗이 제거해야 합니다.

또한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고, 마트 및 편의점에서 물건 살 때 비닐 봉투를 쓰지 않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우리의 눈을 유혹하는 예쁜 병과 플라스틱 용기보다 환경이 좋아하는 깨끗하고 ‘착한’ 용기를 선택해주세요. 어렵지만 오늘부터 조금씩 실천해볼까요?

한화솔루션 블로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