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원장도 검찰 출신 오나”···잇단 대형 변수에 수험생들 ‘부글’

이유진·김세훈 기자 2023. 6. 19.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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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문항’ 배제·평가원장 사임에
수험생·학부모·입시 관계자 ‘혼란’
고3 “폭탄 투척”, 학부모 “악조건”
입시 전문가들 “추상적 대안” 비판
당정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이른바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 출제를 배제하고, 수능의 적정 난이도 확보를 위해 출제 기법 등 시스템을 점검하기로 협의한 19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 앞에 교육 내용이 안내돼 있다. 연합뉴스

정부·여당이 19일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이른바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을 배제하겠다고 발표하자 수험생과 학부모, 입시 관계자 등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여기에 수능을 불과 5개월 앞두고 수능을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이규민 원장이 사임하는 초유의 일까지 벌어지자 교육 현장의 불안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세종에 사는 고3 학생 이모군(18)은 “평가원장 사임 속보가 뜨고 지금 교실에 난리가 났다”며 “‘우리 어차피 망했다’며 소리 지르는 친구도 있고, 아직 6월 모평(모의평가) 결과도 안 나왔는데 뭐가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군은 “대통령이 킬러문항을 두고 약자인 아이들 갖고 장난치는 거라고 했다는데 누가 장난을 치는 건지 모르겠다”면서 “우리(학생들) 의견은 묻지도 않고 수능을 코앞에 두고 폭탄만 투척했다”고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도 이 원장의 사임 소식으로 술렁였다. 최근 교육부 대입 제도 담당 국장급 인사가 경질된 데 이어 평가원장이 “6월 모의평가에 책임을 지겠다”며 사임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자 “이러다 ‘건폭’ 다음 ‘교폭’이란 단어도 나오겠다” “평가원이나 대치동 학원가도 압수수색할 듯” “평가원장에도 검찰 출신이 오는 것 아니냐” 등 자조 섞인 농담이 나왔다.

이규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지난 3월2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행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킬러문항 배제라는 수능 출제 방식에 대한 혼란도 이어졌다. 의대 진학을 준비 중인 대학생 양모씨(23)는 “과거보다 킬러문항의 난도는 낮아진 편이고, 대신 준킬러 문제가 늘었다”며 “수험생 입장에선 준킬러문제가 늘면 오히려 시간분배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양씨는 “이렇게 가면 결국 올 만점을 받아야 의대를 갈 수 있으니 사교육은 더 심화될 것 같다”고 했다.

고3 수험생 부모 신경진씨(52)는 “대통령 한 사람의 문제제기로 불수능, 물수능을 오가는 게 5~10년을 절박하게 준비한 아이들에게 가혹한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며 “정부 정책이 급변하면 결국 교육정보에 적응하려고 사교육에 의존하게 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신씨는 “특히 지방에 살다 보니 수능이 지역에 사는 학생들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장기적 교육정책을 고민해서 학교 교사들도 예측가능할 수 있게끔 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300만명이 가입한 대학입시 커뮤니티 ‘수만휘’에는 이번 발표에 따른 수능 유불리를 따지는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특히 이른바 ‘물수능’을 예측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한 학부모는 “9월 모의고사 한 번으로 수험생들은 수능을 점쳐야 하는 악조건이다. 안개 속에서 수능보기”라며 “상위권 친구들은 더더욱 특목고와 자사로 쏠림이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는 댓글을 달았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가운데)과 이철규 사무총장(왼쪽)이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교육 경쟁력 제고 및 사교육 경감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대화하는 동안 이주호 교육부총리가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당정이 ‘공정 수능’을 외치면서도 자사고, 외국어고, 국제고 등을 존치하기로 한 데 대한 비판 목소리도 나왔다. 고2·중2 자녀를 둔 김모씨(47)는 “고교 서열화는 놔두고 수능만 때려잡는 게 말이 되냐”면서 “이렇게 되면 특목고를 가려고 아이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사교육을 받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당장 첫째도 걱정이지만 둘째도 고등학교 진학부터 계획을 수정해야 하는 건 아닐지 고민이 된다”고 했다.

입시 전문가들도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이 원장의 사임에 대해 “정부의 발언이 평가원에는 압박으로 느꼈을 것이다. 이렇게 가면 누가 (수능)출제위원으로 가겠냐는 말이 나왔다”며 “결국 수험생들에게 죄송하다는 건데, 이런 시기에 수능을 총괄하는 평가원장이 바뀌는 건 좋은 신호는 아니”라고 말했다.

당정이 킬러문항을 배제하겠다 발표한 데 대해선 “킬러문항은 최상위권을 변별하는 문제인데, 변별을 요하는 시험에서 킬러문항을 배제한다는 것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대안도 너무 추상적이다. 킬러문항을 배제하고 출제기법을 고도화하겠다는 건 문제를 꼬아내겠다는 것인데 결국 학생들은 이런 문항도 킬러문항으로 여길 것”이라고 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적어도 이런 발표는 학기 초나 수능이 끝난 직후에 해야 했다”며 “수험생들은 당장 공부했던 패턴을 바꿔야 하는 등 혼란이 야기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임 대표는 “사교육 과열 문제의 원인이 고난도 킬러문항이라고 보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서열화된 대학입시 속에서 치러지는 상대평가라는 선발구도가 근본 문제이고, 고난도 킬러문항은 증상일 뿐인데 증상을 없앤다고 근본 원인이 해결될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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