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의 쌍둥이 길…일본어 몰라도 걱정 마세요

김영미 여행작가 2023. 6. 19.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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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세계여행] 일본 규슈올레길을 가다
규슈올레 무나카타·오시마 코스
풍차전망대로 오르는 길은 푸르고 고요한 현계탄 바다를 배경으로 넓은 초원이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걷기를 유독 좋아하는 사람인지라 일본에도 올레길이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언젠가는 걸어야지 마음에 담아두던 차에 갑자기 일본여행을 계획했고 규슈올레에 관한 정보도 본격적으로 찾았다.

규슈올레는 2023년 3월 현재 7개 현에 걸쳐 18개 코스가 운영되고 있다. 25개 코스를 개장했지만 이런저런 사유로 7개 코스가 문을 닫았다. 제주올레만큼이나 다양한 자연과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규슈올레는 대부분 10km 남짓으로 그리 긴 거리는 아니다. 게다가 모두 다른 지역에 뿔뿔이 훑어져 있어서 하루에 한 코스만 걸으며 규슈올레 코스 주변 도시를 여행하면 좋다.

최근 한국의 여행사들이 규슈올레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많은 사람들이 제주올레를 걸은 후에 규슈올레에도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추측된다. 규슈올레는 제주올레와 모든 시스템이 같아서 간세(조랑말 모양 이정표)와 올레리본, 화살표를 보고 따라 걸으면 일본어를 몰라도 길 찾기는 쉬워 자유여행으로도 어렵지 않게 걸을 수 있다.

오시마·무나카타 코스의 시작지점인 오시마로 가는 페리를 운항되는 무나카타시 고노미나토 페리터미널.

18개 코스 중에서 후쿠오카현이 가장 많은 코스를 개설하고 있다. 총 6개로 무나카타·오시마 코스, 야메 코스, 구루메·고라산 코스, 미야마·기요미즈야마 코스, 지쿠호·가와라 코스, 후쿠오카·신구 코스이다. 18개 코스 중에서 배를 타고 가야 하는 코스는 무나카타·오시마 코스와 사이키·오뉴지마 코스 두 개뿐이다.

후쿠오카현의 가장 큰 섬 오시마 한 바퀴

규슈 후쿠오카 여행 중에 가장 접근성이 좋고 자연풍광이 아름다운 무나카타·오시마 코스를 도전하기로 했다. 무나카타·오시마 코스는 후쿠오카현에 처음 만들어진 코스로 총 길이 11.4km. 후쿠오카의 섬 중에서 가장 큰 섬인 오시마섬을 한 바퀴 걷는다. 오시마는 산림이나 벌판이 섬의 대부분을 차지해 천혜의 자연경관을 가지고 있고 날씨가 맑고 시야가 좋은 날에는 '신이 머무는 섬' 오키노시마가 보인다. 오시마·무나카타 코스의 가장 멋진 스팟은 풍차전망소. 오시마섬에서 가장 로맨틱한 장소로 꼽히는 곳이다.

시작지점인 오시마는 무나카타시宗像市 고노미나토神湊에서 페리로 약 25분이 걸린다. 무나카타시 고노미나토까지는 후쿠오카에서 페리 또는 기차로 이동할 수 있다.

무나카타대사 나카쓰미야 신사에는 견우직녀 설화가 전해지는 은하수를 의미하는 강이 흐르고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은하수교가 있다.

오시마항 페리터미널은 작지만 무척 깨끗하다. 터미널 안에 관광 안내소와 매점이 있다. 무나카타·오시마 코스에는 음료수나 먹거리를 구입할 만한 장소가 마땅히 없어서 터미널 매점에서 준비하는 것이 좋다. 이곳 터미널에선 자전거를 대여할 수 있어서 올레 걷기를 끝내고 자전거로 섬 일주를 하는 특별한 경험을 해보는 것도 좋다.

코로나 이전 터미널 입구에 올레 꾼들을 위한 대나무 지팡이가 놓여 있던 사진을 보았는데 지금은 흔적조차 없다. 간세도 문 뒤쪽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놓여 있어서 마음이 씁쓸하다. 다행히 터미널 한쪽에 올레 스탬프는 있었다. 물론 스탬프를 찍지 못해도 인터넷으로 인증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터미널을 나와서 시작 방향은 알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올레 리본을 찾았더니 전봇대 아래에 있는 돌에 파란색 올레 화살표가 있다.

오시마·무나카타 코스의 가장 멋진 스팟인 풍차전망소. 오시마섬에서 가장 로맨틱한 장소로 꼽히는 곳이다.

길을 걸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무나카타대사 나카쓰미야宗像大社中津宮 신사에 도착했다. 이곳엔 무나카타 세 여신 중의 하나인 다기쓰히메노가미湍津姫神를 제신으로 모신다. 경내 양쪽에는 견우신사와 직녀신사가 있고, 입구에는 견우직녀 설화가 전해지는 은하수를 의미하는 강이 흐르고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은하수교가 있다. 가장 안쪽에 신사가 있다.

신사를 나오면 전형적인 일본 시골풍경이다. 벽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여러 가지 그림들이 그려져 있고 길가에는 수선화가 한창이다.

오시마섬의 최고봉인 미다케산으로 오르는 길엔 야생멧돼지를 조심하라는 경고가 곳곳에 붙어 있다. 등산길 주변에 멧돼지 소행으로 보이는 흔적들도 계속 나타난다. 인적이 거의 없는 길이니 홀로 걸을 땐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오시마항 페리터미널에서 렌트한 자전거로 연인이 데이트를 즐기고 있다.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제법 경사가 가파르다. 그래서 규슈올레 홈페이지에서 무나카타·오시마의 난이도를 중상으로 분류했나보다. 힘은 들어도 원시림처럼 우거진 숲길이라 피톤치드 가득하다. 예상했던 것보다 꽤 가파르고 숨이 차지만 이 맛에 산에 오른다. 정상에 오르니 조금 전에 떠나왔던 오시마항이 보인다.

화창한 날에는 오키노섬, 후쿠오카 돔과 후쿠오카 타워, 히코산을 조망할 수 있다. 오시마섬에서 직선거리로 145km 떨어진 곳에 부산이 있다. 서울에서 대전보다 더 가까운 거리이다. 날이 맑은 날에는 오시마에서 약 49km 떨어진 '신이 사는 섬, 오키노시마'가 보인다고 한다.

유럽을 연상케 하는 풍차전망대

목장 길을 따라 언덕으로 오르면 유럽을 연상케 하는 풍차전망대가 시야에 들어온다. 바다를 조망하는 최고의 전망대로 낮에는 멀리 현계탄을 바라보고 밤에는 하늘의 북두칠성을 즐길 수 있다. 느릿느릿 흐르는 밤의 시간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오시마·무나카타 코스에서 마을로 들어서면 길가에는 수선화가 가득하다.

메이지 초기 육군 창설 이후, 전쟁 때마다 북부 규슈 연안 일대의 요새는 포대를 건설하거나 보강을 해왔다고 한다. 오시마의 포대도 포병 부대가 배치되었던 곳이다. 당시에는 대포 4문이 설치되었다가 철거되었고 지금은 두꺼운 콘크리트로 만든 포대 터만 남아 있다. 포대 터와 풍차가 멋지게 어우러진다. 봄에는 유채꽃, 여름에는 해바라기, 가을에는 코스모스가 계절에 따라 멋진 풍광을 연출한다. 윈도우의 배경화면과 같은 풍경이다. 푸른 바다가 배경으로 깔리니 더욱 장엄하다. 마침 오시마항 페리터미널에서 렌트한 자전거로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이 지나간다. 한 장의 그림엽서처럼 아름다운 풍경이다.

유럽의 목장 같은 풍경을 뒤로하고 오키쓰미야 요배소까지 가는 길엔 규슈올레 리본을 잘못 보고 한참 길을 헤맸다. 어렵게 올레 리본을 찾았고 이와세 해안에 위치한 오키쓰미야 요배소에 도착했다. 요배소 바로 앞이 현계탄이다.

규슈올레에서 만나는 간세. 화살표는 제주 올레와 쌍둥이이다.

오키노시마섬은 다고리히메田心姬 여신의 신체라 여겨서 '신이 사는 섬'이라 불리며 여성들의 입장이 금지되어 있다. 오키쓰미야 요배소는 오키노시마섬에 갈 수 없는 여성들이 그곳에 있는 무나카타대사 오키쓰미야를 참배하기 위해 세워졌다. 또한 오키노시마는 평소에는 대중에게 공개하지 않아서 사람들은 이곳에서 기도를 하고 오키노시마섬을 숭배한다.

날이 흐려서인지 오키쓰미야 요배소 앞 바다가 유난히 파도가 거칠어진다. 이 거친 파도는 오키노시마섬에서 흘러흘러 이곳으로 왔겠지. 아무리 고개를 들어 바다를 바라보아도 오키노시마섬은 흔적도 발견할 수 없다.

마을길로 들어선다. 올레 길도 거의 끝을 향해간다. 마을은 제주 모습과 너무나 흡사하다. 날씨도 제주와 비슷하고 길가에 있는 감귤나무와 수선화는 자꾸 제주를 소환한다.

오키쓰미야 요배소는 오키노시마섬에 갈 수 없는 여성들이 그곳에 있는 무나카타대사 오키쓰미야를 참배하기 위해 세워졌다

간스 해수욕장은 여름철에 특히 인기가 많은 곳이다. 간스 해수욕장에는 바다 속에 주홍색 토리이가 서 있다. 후쿠오카 오기 불과 5일 전에 들른 미야지마 이츠쿠시마신사의 토리이와 크기만 다를 뿐이다. 작은 돌섬 유메노 사요지마섬의 소나무와 어우러진 모습이 참으로 멋지다.

페리터미널 직전에 있는 오시마교류관은 페리 시간이 너무 촉박해서 관람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무사히 올레를 마치고 예정대로 페리터미널에서 무나카타로 나가는 배에 몸을 실었다.

규슈올레는 모든 것이 제주올레와 너무 흡사해서 걷는 내내 마치 제주를 걷는 것 같이 편안했다. 일본어를 전혀 몰라도 이정표를 따라서 걷는 것이 전혀 힘들지 않았다. 봄 소풍 다녀온 듯 가볍게 무나카타·오시마 코스를 걸었다. 제주올레와는 비슷한 듯 다른 규슈올레, 낯설지 않아서 더 좋았던 길이다. 아껴먹는 과자처럼 일본 규슈 여행을 올 때마다 규슈올레를 한 코스씩 걸어야겠다.

규슈올레 팁

교통편 JR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할 때는 운행시간을 반드시 확인하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 전 코스가 떨어져 있어서 코스 간 이동이 쉽지 않다는 것이 규슈올레를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숙박 대도시는 게스트하우스 찾기가 쉽지만 소도시는 료칸이나 민박을 이용해야 하는데 숙박비용이 저렴하지 않다.

걷기 좋은 시기 규슈는 위도 상으로 제주보다 조금 아래에 있어서 봄과 가을이 걷기엔 최적의 시기이고 습한 여름철은 피하는 것이 좋다.

무나카타·오시마 코스 경로

오시마항 페리터미널 → 무나카타대사 나카쓰미야 신사 → 미다케산 정상 → 시이다케산 등산로 → 나카쓰와세 숲길 → 풍차전망소 → 포대 터 → 오키쓰미야 요배소 → 오시마 커뮤니티 → 오시마초등학교·중학교 → 오시마항 페리터미널

월간산 6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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