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우정의 합’ 눈이 시큰하도록 아름다웠던 그리움 앙상블 [양형모의 일일공프로젝트 29]
-슬픔을 꽃을 아름다움으로 피워낸 ‘유시연의 아리랑’
-민요와 동요의 새로운 해석, 그리움 앙상블의 ‘본색’을 만나다
예술의전당 연주회가 헨델부터 쇼스타코비치까지 클래식 레퍼토리에 집중했다면, 이날 페리지홀 연주는 좀 더 그리움 앙상블의 색깔이 강렬해졌다. 1부와 2부 연주에 앞서 비올리스트 신윤경 교수(국민대 부교수)가 혼자 무대에 올라 연주될 곡들을 설명해 관객들의 이해를 도왔다.
첫 연주곡은 모차르트의 ‘플루트 4중주 D장조 K.285’. 개량되기 전의 플루트를 ‘썩 내켜하지 않았던’ 모차르트지만, 그가 작곡한 플루트 작품들은 천재적인 아름다움으로 가득하다. 이 작품에서 모차르트는 모든 악기에게 동등함을 부여하는 대신 대놓고 ‘플루트 우대’를 악보 위에 풀어놓았다.
플루티스트 윤혜리 교수(서울대)의 연주는 발걸음이 가볍고 밝아 어디까지라도 걸을 수 있을 것 같다. 모차르트의 “자, 모두들 즐겁게 들어주세요”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연주다.
E. 도흐나니의 ‘현악 3중주를 위한 세레나데 C장조 Op.10’는 보수적인 도흐나니로서는 꽤 진보적인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2악장의 로망스에서 신윤경 교수는 단원들의 피치카토를 타고 더없이 황홀한 비올라의 로망스를 들려준다. 3악장은 상당히 강렬한 세레나데다.
1부의 끝 곡은 슈만 ‘피아노 5중주 E♭장조 Op.44’. 그리움 앙상블은 이 작품의 1악장만을 연주했는데, 이는 예술의전당 연주 때와 같다.
‘아리랑’은 바이올리니스트 유시연 교수(숙명여대)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곡. 그의 연주 영상은 일명 ‘유시연의 아리랑’으로 회자되며 유튜브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 유 교수는 오랜 기간에 걸쳐 우리 국악에 대해 깊이 천착하며 새로운 해석과 연주법을 숙성시킴으로써 클래식 음악계에 파격과 충격을 던지는 한편 학구적인 결실을 맺은 인물이기도 하다.
이날 연주에서 유시연 교수는 바닥이 닿을 정도로 아리랑의 깊은 곳까지 내려갔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으로 불리는 하이페츠의 ‘비탈리 샤콘느’는 이제 적어도 한국에서는 ‘유시연의 아리랑’에 그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슬픔뿐이랴. 해금과 아쟁을 섞어 놓은 듯한 바이올린의 음색은 슬픔의 꽃을 아름다움으로 피워냈다. 이날 연주에서 가장 많은 관객의 박수가 쏟아졌다.
김한기 작곡의 ‘경복궁 타령-반짝반짝 작은별’은 지난해 한국-오스트리아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작곡된 작품. 우리 전통민요 ‘경복궁 타령’과 오스트리아의 모차르트가 작곡한 ‘반짝반짝 작은별’에서 주제를 인용했다. 각 악기가 마치 ‘역할 바꾸기 놀이’를 하듯 재미있는 편곡이 돋보였다.
이날 연주회의 마지막 곡인 ‘새야새야 파랑새야 주제에 의한 환상곡’은 새소리를 묘사한 음형과 후기낭만의 화성적 색감이 어우러진 곡으로 즉흥적 요소를 가미해 작품을 구성했다. 바이올린(이경선)과 플루트(윤혜리)를 위한 협주곡 같은 느낌의 곡으로 그리움 앙상블의 총체적 기량을 한줌 남김없이 폭발시킨 멋진 연주였다. 최초의 1인으로 시작해 한 명 한 명 연주에 가담하는, 마치 거리의 버스킹 공연을 보는 듯한 재미도 있었다. 이경선 교수(인디애나주립대 종신교수)의 바이올린 연주는 그야말로 불타오르는 명연이었다.
관객들은 열렬한 환호와 박수로 몇 번이나 그리움 앙상블을 무대로 불러냈고, 결국 앙코르곡 ‘나의 살던 고향’을 이끌어내는 데에 성공(?)했다. 민요와 동요를 새롭게 편곡해 음반, 다수의 무대를 통해 선보여 온 그리움 앙상블의 ‘본색’을 확인할 수 있는 곡이었다.
앙코르가 끝나고, 연주자들이 모두 퇴장한 후에도 관객들은 오래도록 로비에 머물며 연주의 긴 여운을 즐겼다. 돌아서면 바로 다시 그리워지는 음악. 이것이 그리움 앙상블이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Copyright © 스포츠동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정말 사랑해” 돌아온 이정현, ‘훈남주의’ ♥남편 최초 공개 (편스토랑)
- ‘AOA 출신’ 지민, 과감한 의상과 포즈…키치한 매력 [DA★]
- 강남, 역대급 최강 금쪽이…짱구 실사판 수준 (금쪽상담소)
- 전현무, 스포츠예능국 국장 달았다…스포츠 중계 도전 (조선체육회)
- 최수종♥하희라 붕괴 위험→철거 중단…기겁할 상황 (세컨 하우스2)
- 17억원대 사기… 디셈버 출신 윤혁, 징역 6년 실형 [종합]
- 조세호, 으리으리한 신혼집 공개…명품 화병까지 “♥예비아내표 인테리어”
- 김호중 구속, “막내 매니저한테 무슨 짓” 영장판사도 질책 [종합]
- 안문숙 깜짝 “난 아직 사랑 시작도 안 했어”→폭소 (사당귀)
- 솔라 “새로운 내가 탄생하는 기분” [화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