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능력개발평가, 폐지가 답일까 [김유나의 풀어쓰는 교육 키워드]
“‘악플(악성 댓글)’은 무시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아.”
입사 초기 선배들이 했던 조언 중 하나입니다. 기자에게 포털사이트에 달린 기사 댓글은 궁금하면서도 두려운 존재입니다. 생각지 못했던 부분을 짚어주는 건강한 비판도 있지만, 익명성을 악용한 악플도 많기 때문입니다. 입사 초기엔 인신공격성 조롱 댓글을 볼 때면 손이 덜덜 떨릴 정도로 충격을 받았습니다. 입사 10년이 넘은 지금은 많이 의연해졌으나 상처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늘 독자의 반응이 궁금하면서도 댓글이 많이 달린 것을 보면 순간 긴장되는 이유입니다.
지난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교사 6500명을 조사한 결과 31%가 서술식 문항에서 성희롱·외모 비하·욕설 등을 경험했다고 답했습니다. 교원단체에 접수된 사례들을 볼까요. “무엇보다 몸매가 지린다.“, “나이 들어서 선생하고 있는 게 별로다.”, “쓰레기 아들 낳을 것이 한눈에 보임.”, “성관계 실습해주세요.” 지난해 세종의 한 고교에서는 한 남학생이 여교사 이름을 언급하며 “○○이, ○○ 크더라. 짜면 모유 나오냐”고 적는 등 다수 여교사에게 성희롱 발언을 쓴 사실이 공론화돼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성희롱과 욕설로 점철된 교원평가는 교권·인권 침해의 주범이 되고 있다”며 “교원들은 결과를 보며 교직을 다시 생각할 만큼 충격을 받고, 교원평가 즈음에는 생활지도를 기피하거나 서술식 문항 결과는 아예 안 보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교육부는 세종 고교 사건 재발을 막겠다며 개선책을 들고 나왔습니다. 서술식 문항 앞에 “부적절한 답변 제출 시 처벌될 수 있다”는 경고 문구를 넣고, 부적절한 단어 필터링을 강화한다는 것이 요지입니다. 서술식 문항의 경우 과거 질문이 ‘선생님의 좋은 점’ 등으로 구체적이지 않았다면, 앞으로는 ‘가장 인상에 남는 수업과 그 이유’, “선생님이 학습에 도움되는 피드백을 얼마나 하나’ 등 구체적으로 해 유의미한 답변을 유도한다고 합니다. 또 부적절한 답변 발견 시 수사를 의뢰하는 등 엄정대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세종 고교 사건 당시 가해 학생 특정에도 소극적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입니다.
교육부 말대로 일부 부적절한 답변 때문에 평가 자체를 없앨 수는 없습니다. 평가의 순기능도 분명 존재하죠. 하지만 현재 교원평가가 ‘교원의 전문성 신장’이란 목적을 달성시키지 못하고 교원에게 상처만 준다는 교원단체의 주장에도 수긍이 갑니다. 한 교사는 “서술식 문항은 아이들에게 덫을 놓는 것“이라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나쁜 행동을 할 마음이 없던 아이도 서술식 문항에 장난삼아 부적절한 발언을 쓸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가해 학생을 찾아 엄정 대처하기에 앞서 부적절한 발언을 할 기회를 차단하는 것이 교육적이란 얘기죠.
교육부는 교원평가를 ‘왜’하는지부터 다시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교원평가의 목적인 ‘교원 전문성’은 객관식 평가로는 얻을 수 없고 꼭 서술식 문항을 유지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일까요? 교사들은 전문성 신장을 위해 부적절한 답변에 대한 상처는 감수해야 하는 걸까요? 서술식 답변에 아무리 좋은 비판이 있더라도 지금처럼 교사들이 결과를 보는 것을 두려워하고 외면한다면 ‘안 하니만 못한’ 평가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적어도 무차별적인 욕설엔 노출되지 않도록, 평가를 모두 객관식으로 바꿀 수는 없는 걸까요. 초등학생은 서술식 문항을 유지해야 한다면 중·고생이라도 서술식 문항을 없애는 대안을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교육부는 연예인 기사의 댓글 창이 사라진 이유도 되새겨봤으면 합니다. 교사들도 상처받는 존재니까요.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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