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수 없습니다” 한 서린 꽃말 가진 청초한 자주달개비·달개비 [정충신의 꽃·나무 카페]

정충신 기자 2023. 6. 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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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무렵 빗방울 맺힌 자주색 자주달개비에 벌이 찾아왔다. 2021 년 5월17일 경기 남양주시 프라임악기박물관

자주달개비 꽃말은 ‘사랑할 수 없습니다’, 달개비는 ‘짧은 즐거움’

자주달개비는 북아메리카산 양달개비, 자주닭개비, 자로초 별명

닭의장풀은 달개비, 닭의 밑씻개 별칭…토종으로 파란색 많아

해 뜨면 꽃잎 열리고, 해 지면 꽃잎 다물어…향기 없어 자가 수정도

■정충신의 꽃·나무 카페

자주달개비는 닭의 장풀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초본식물이다. 북아메리카 원산지로 관상용으로 심는다. 양달개비, 자주닭개비, 자로초라고도 불린다. 다 자랐을 때 키는 50㎝ 정도로 아담하며 줄기는 무더기로 자란다. 꽃은 초여름인 5월경부터 피기 시작하는데 자줏빛 푸른빛의 매력적인 꽃이 피며 꽃줄기 끝에 모여 달린다.

빗방울 맺힌 보라색 자주달개비(자주닭개비). 지난 5월 27일 경기 남양주시 북한강변 대너리스 카페 앞뜰에서 촬영

‘부지런한 사람들만 볼 수 있는 꽃’이란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아침 일찍 피어 해가 불쑥 솟아오르면 꽃봉오리를 닫아버린다. 꽃받침조각과 꽃잎은 3개씩이고 수술은 6개이며 수술대에 청자색 털이 있다.잎은 어긋나고 넓은 줄 모양이며 윗부분은 수채같이 되고 끝이 젖혀진다.꽃은 5월경에 피기 시작하고 자줏빛이 돌며 꽃줄기 끝에 모여달린다.

흰색 꽃잎과 수술 부위 보라색이 감도는 자주달개비. 지난 5월27일 경기 남양주시 대너리스카페 앞뜰

수술에서 돋은 털은 1줄로 배열해 ‘원형질 유동’(plasma streaming·원형질이 외부 자극에 의해 세포 내에서 회전운동이나 왕복운동을 하는 것)과 세포분열 등을 관찰하기 쉬우므로 식물학 실험재료로 흔히 사용된다.

분홍색 자주달개비. 지난 5월 27일 북한강변 경기 양평의 한 식당 뜰에서 촬영

토종식물인 닭의장풀(달개비)과 비슷하지만 꽃색이 보다 자주색, 짙은 보랏빛을 띠고 있어짙 자주달개비라고 한다. 꽃색도 자주색·하늘색·흰색·분홍색 등이고 꽃잎이 많아진 겹꽃 등이 있다. 자주달개비는 방사선에 노출됐을 때 변이종이 나오는데 분홍색으로 변하는 게 특징이다. 방사선 주변에 자주달개비를 심기도 한다.

서울 용산 대통령실(옛 국방부) 무궁화동산 인근 담쟁이덩쿨로 뒤덮인 아까시 나무 곁에 꽃을 피운 자주달개비.2021년 5월17일 촬영

자주달개비는 번식이 잘 된다. 줄기를 잘라서 물꽃이를 해두면 뿌리가 나와 흙에 심으면 된다. 한해살이풀로 줄기는 지표면 가까이에서 가지가 갈라지면서 그 마디에서 뿌리를 내린다. 꽃의 이름은 꽃 모양이 닭의 벼슬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자주색, 흰색꽃, 분홍색 3종류 자주달개비 꽃이 피어 있다. 북한강변 경기 양평 한 식당 앞뜰에서 지난 5월27일 촬영

닭의장풀은 달개비·닭의밑씻개라고도 한다. 관상용인 자주달개비와 달리 길가나 풀밭, 냇가의 습지에서 잡초처럼 흔히 자란다. 줄기 밑 부분은 옆으로 비스듬히 자라며 땅을 기고 마디에서 뿌리를 내리며 많은 가지가 갈라진다. 줄기 윗부분은 곧게 서고 높이가 15∼50cm이다. 잎은 어긋나고 달걀 모양의 바소꼴이며 길이가 5∼7cm, 폭이 1∼2.5cm이다. 잎 끝은 점점 뾰족해지고 밑 부분은 막질(膜質·얇은 종이처럼 반투명한 것)의 잎집으로 된다.

꽃은 7∼8월에 하늘색 또는 파란색으로 핀다. 꽃받침조각은 3개이고 타원 모양이며 길이가 4mm이다. 꽃잎은 3개인데, 그 중 2개는 크고 둥글며 하늘색이고, 나머지 하나는 바소 모양이고 흰색이며 작다. 3개의 수술과 꽃밥이 없는 3개의 헛수술이 있고, 암술은 1개이다. 열매는 타원 모양의 삭과이고 마르면 3개로 갈라진다.

닭의장풀은 생활 속에 등장하는 들풀 가운데 하나로 선조들은 어린 줄기와 잎을 나물로 먹었으며 꽃잎은 남색 물감을 대신하는 염료로 이용했고 식물체를 민간 약재로도 사용했다. 식물체 전체에 약이 되는 항산화제 성분이 있고 당뇨병 치료에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국·일본·중국·우수리강 유역·사할린·북아메리카 등지에 분포한다.

이토록 청순하고 이쁜 자주달개비 꽃은 이름만 들어도 활기차고 생기넘쳐 보이는데 의외로 꽃말은 ‘사랑할 수 없습니다’이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대목이다. 닭의장풀 역시 꽃말이 ‘짧은(순간의) 즐거움’ ‘그리움 사이’이다. 한이 서린 애달픈 꽃말들이 있다.

자주달개비와 닭의장풀은 꽃피는 시간이 하루 반나절 정도밖에 안돼 슬픈 꽃말을 단 것 같다. 닭의장풀은 꽃향기가 거의 없어 곤충을 유인하기가 매우 어렵고, 햇볕이 있는 한나절만 피었다 지는 하루살이꽃이라 스스로 수정을 한다. 꽃이 지기 시작하면 꽃잎이 말리면서 자신의 꽃가루로 자가수분을 하는 것이다. 닭의장풀은 아침 설거지가 끝날 무렵에 꽃잎을 열고, 서산에 해가 기울기 시작하는 오후에 시들기 시작한다. 서양에서 부르는 ‘dayflower’는 그런 의미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이미 닭의장풀이 꽃잎을 열고 기다리고 있을 때다. 일본에서는 ‘이슬이 맺힌 풀’이라고 부른다. 이슬같이 영롱한 이른 아침 시간에 닭의장풀은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곤충이 찾아오지 않아 꽃가루받이를 못하게 되면 긴 수술 2개는 암술을 부둥켜 앉고서 빙글빙글 꼬며 자가수분을 한다.

파란색 닭의장풀. 달개비, 닭의 밑씻개로도 불린다. 2020년 6월28일 서울 서대문구 안산 촬영

왜 닭의장풀이란 이름은 이 청초한 꽃의 아름다움에 비하면 매우 어색해 보인다. 닭의장풀 잎 모양은 실제로 닭의 혓바닥을 닮았다고 한다. 닭의장풀 유래는 여러가지 설이 있다. 먼저 꽃이 핀 모습이 닭벼슬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닭장 주변에 이 꽃들이 많이 자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도 있으나 설득력이 약하다. 마지막으로 암술과 수술이 또르르 말려 꽃을 감싸고 있는 잎 안으로 들어간 모습을 보면, 꽃술 대롱이 마치 닭의 뱃속 창자를 닮아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도 있다. 중국에서는 닭 대신 오리에 빗대 ‘압장초(鴨腸草· 오리장풀)’이라 부르는 데서 보듯, 나름의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꽃·사진=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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