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성 위성서 발견된 생명의 뿌리…6대 원소 마지막 퍼즐 찾았다

곽노필 2023. 6. 18. 09:1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카시니호의 엔셀라두스 수집데이터 분석
지하 바다에서 솟은 물기둥 얼음 입자서
6대 필수 원소 중 마지막 남은 ‘인’ 확인
엔셀라두스 남극의 지하 바다에서 얼음 표면층을 뚫고 솟아 오르는 물기둥. 2009년 카시니호가 촬영한 사진이다. 나사 제공

“심봤다!”

숲속의 심마니들이 외치는 이 탄성을 연상시킬 만한 물질이 우주 관측 자료의 숲에서 발견됐다. 과학자들이 토성의 얼음 위성 엔셀라두스에서 그동안 애타게 찾던 인산염 형태의 인을 찾아낸 것.

독일 베를린자유대가 중심이 된 국제연구진은 엔셀라두스의 얼음 표면층 아래에 있는 바다에서 분출된 물기둥 속의 얼음 알갱이에 인산염이 다수 포함돼 있는 걸 확인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인은 생명체를 구성하는 필수 원소 가운데 하나로 인간의 뼈와 치아, 세포막을 구성하는 주요 성분이자 유전자 기본 단위인 핵산(DNA, RNA), 생명활동을 위한 에너지를 저장하고 운반하는 데 사용하는 ATP(아데노신3인산)의 핵심 원소이다. 하지만 지구에서도 매우 적게 존재하는 원소로, 지구가 아닌 천체에서 인을 발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태양계에는 엔셀라두스 외에도 지하바다를 품은 천체가 다수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이번 발견은 앞으로 외계 생명체를 찾는 일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2005년 카시니호가 엔셀라두스에서 6만1300~1만1100km 떨어진 거리를 근접비행하면서 찍은 사진이다. 나사 제공

생명체 존재 기대감 높아져

지름 500km로 토성에서 6번째로 큰 위성인 엔셀라두스는 23만km 거리에서 1.3일에 한 번씩 토성을 공전한다. 과학자들은 2004년부터 2017년까지 토성을 탐사했던 카시니호의 관측 데이터를 통해 엔셀라두스에는 두께 30~40km의 얼음 표면층 아래에 약 10km 깊이의 액체 바다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카시니호는 당시 엔셀라두스의 남극에서 얼음 표면층을 뚫고 물기둥이 솟아 오르는 모습을 관측했다. 과학자들은 최근 제임스웹우주망원경(JWST) 관측을 통해 수증기 기둥의 최대 길이가 거의 1만km에 가깝다는 걸 발견했다.

이번 발견은 카시니호가 토성의 고리 가운데 하나인 E링을 통과하면서 수집한 345개의 얼음 알갱이를 우주먼지분석기(CDA)를 통해 심층 분석한 결과다. 과학자들은 얼음 알갱이 9개에서 인산염 분자를 발견했다. E링은 엔셀라두스 표면에 줄무늬처럼 난 균열을 통해 분출된 물기둥에서 우주로 방출된 입자들이 만든 고리다.

연구진은 2020년(발표는 2022년) 지구화학적 모델링 기법을 활용해 엔셀라두스에 인이 존재할 것으로 예측한 데 이어, 이번 후속 연구에서 실제로 인의 존재를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번 발견은 탄소와 수소, 산소, 질소, 황에 이어 엔셀라두스에서 생명체의 6대 필수 원소를 모두 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다. 6대 원소는 기호를 합쳐서 ‘촌스프’(CHONSP)라고도 부른다. 이에 따라 생명체 존재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엔셀라두스의 얼음 알갱이에서 나트륨, 칼륨, 염소 및 탄산염 함유 화합물을 밝혀냈다. 또 컴퓨터 모델링을 통해 지하 바다가 중간 정도의 알칼리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나사는 “이런 요소들은 모두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높이는 것들”이라고 밝혔다.

2006년 카시니호과 관측한 토성의 E고리와 엔셀라두스. 엔셀라두스에서 210만km 떨어진 거리에서 촬영했다. 나사 제공

예상보다 흔한 태양계의 바다

연구진의 분석 결과 엔셀라두스 얼음 알갱이 속의 인 농도는 지구보다 100배 이상 높았다. 연구진은 “보수적으로 잡더라도 엔셀라두스 지하 바다의 인산염 농도는 지구 바다보다 평균 수백배 높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연구를 이끈 포스트버그 교수는 인 농도가 이렇게 높은 것은 엔셀라두스의 바다에 탄산염이 풍부한 것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엔셀라두스의 바다는 ‘소다수 바다’라고 부를 수 있다”며 “소다수는 암석에 갇혀 있는 인산염을 잘 녹여낸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지난 25년 동안 행성 과학에서 가장 흥미로운 발견 중 하나는 표면 얼음층 아래에 바다가 있는 세계가 우리 태양계에서 흔하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엔셀라두스를 비롯해 목성 위성 유로파, 토성 위성 타이탄, 명왕성 등이 그런 사례다.

지구처럼 표면에 액체 바다가 있으려면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별에서 가까워야 하지만 지하 바다는 인근 천체간의 중력 마찰력과 회전에너지에서 에너지를 얻기 때문에 은하계 어디에서나 존재할 수 있다. 특히 이 에너지는 천체의 깊숙한 곳에서 생명체 탄생의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에너지원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과학자들은 엔셀라두스 내부의 알칼리성 바다가 암석 핵과 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인산염의 용해를 촉진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인산염의 존재는 엔셀라두스의 바다에 생명체가 살 수 있다는 추론을 강력하게 뒷받침한다. 사우스웨스트연구소 제공

포스트버그 교수는 이번 발견은 액체 바다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태양계의 다른 천체에도 인산염이 풍부하게 존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공동저자인 미국 사우스웨스트연구소의 크리스토퍼 글라인 박사는 “이번 발견으로 엔셀라두스의 바다는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가장 엄격한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다음 단계는 그 바다에 실제로 생명체가 살고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038/s41586-023-05987-9

Detection of phosphates originating from Enceladus’s ocean.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