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10주년은 평생 한번 뿐”...40만 아미 집결한 여의도, 보랏빛으로 물들다

최효정 기자 2023. 6. 18. 06: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BTS 데뷔 10주년 기념 행사에 전세계 아미 40만 몰려
호텔은 만실, 쇼핑몰은 북적... 한정판 상품은 완판
BTS 콘서트장 방불케 한 여의도... 안전사고 없어

“BTS 10주년을 맞아 한국 여행을 하려고 직장에 3개월 휴가를 냈어요.” (6년 차 BTS 팬인 영국인 새미 리버스 씨)

“10주년은 평생 한 번뿐이잖아요. 직장에 2주간 원격근무를 하겠다고 했어요.” (브라질인 줄리아 리베이로 씨)

“BTS가 데뷔한 2013년부터 팬이었어요. 어린 시절부터 함께 성장해 온 기분이 듭니다.” (한국 팬 정수현 씨)

17일 낮 12시,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역 인근이 보랏빛 물결에 휩싸였다. 국적도, 나이도, 성별도 제각각인 사람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BTS의 상징색인 보라색 옷이나 같은 색 굿즈(상품)를 들고 설레는 얼굴로 여의도 한강공원을 향했다. 지난 13일 데뷔 10주년을 맞은 전세계적인 아이돌 그룹 BTS(방탄소년단)를 축하하기 위해 소속사 빅히트 뮤직이 개최한 행사 ‘‘BTS 10th 애니버서리 페스타(2023 BTS 페스타)’에 참석하려는 인파였다.

이날 행사에 얼마나 참석했는지 공식적으로 집계된 바는 없지만 주최 측과 경찰은 한강공원 일대에 약 4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고 추산했다. 여의도 인근 주요 호텔들은 거의 만실을 기록했고 더현대서울, IFC몰 등 주요 쇼핑몰도 평소보다 많은 해외 관광객 방문을 맞이하느라 분주했다. 유통업계에서 BTS 10주년 기념 한정판으로 내놓은 객실 패키지, 도넛 등 먹을거리는 줄줄이 완판됐다.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온 많은 해외 팬들이 이참에 BTS 멤버들의 고향인 부산, 대구 등을 성지 순례할 계획을 세웠다는 소식에 관광업계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17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에서 열린 BTS페스타에 참석한 발렌티나 채비즈(가장 왼쪽) 일행./소가윤 기자

◇ 전 세계 아미(BTS 팬) 집결… 온 김에 한국 여행도

이날 행사장인 여의도 한강공원에는 BTS 히스토리 월, ‘달려라 방탄’ 무대 의상, 10주년 페스타 기념 조형물, 타투 스티커 체험 부스, BTS 라이브 스크린 등이 설치되어 세계 곳곳에서 온 ‘아미’들을 반겼다. 오후 5시에는 행사장 내 마련된 ‘아미 라운지’에 RM이 직접 등장해 ‘오후 5시, 김남준입니다’라는 이름으로 특별 코너를 진행했다. 오후 8시 30분에는 성대한 불꽃놀이가 방탄소년단의 음악과 멤버 정국의 내레이션과 함께 펼쳐졌다.

한강공원에 설치된 ‘BTS Presents Everywhere(BTS는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보라색 글씨 조형물 앞에서 친구 3명과 함께 줄 서고 있던 영국인 새미 리버스(21) 씨는 직장에 3개월간 휴가를 내고 BTS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 그는 지난달부터 친구들과 함께 부산과 제주를 여행했다며 “2017년도부터 BTS의 팬이 됐고, 한국을 그간 너무 여행하고 싶었는데 꿈을 이뤘다”면서 “저녁에 하는 불꽃놀이도 기대된다. 10주년을 축하할 수 있어 벅찬 기분”이라고 말했다.

브라질인 줄리아 리베이로(30) 씨는 BTS 10주년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2주간 원격근무를 하는 조건으로 한국으로 왔다. 꼬박 이틀 걸려 지난 12일 지구 반대편 한국에 도착했다. 그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가수 BTS를 만나기 위해 시차를 감수하고 밤 10시부터 새벽 5시까지 일을 했다. 그는 “잠을 계속 설쳐서 너무 피곤하지만 10주년 행사는 평생에 한 번뿐”이라며 “얼마 전 하이브 전시회도 다녀왔고 오는 26일 슈가 콘서트도 갈 것”이라고 했다.

BTS 활동 10년의 역사가 녹아든 ‘히스토리월’과 ‘의상 전시장’에도 이날 낮부터 수백 명의 팬들이 몰렸다. 한국어보다 영어와 일본어, 스페인어 대화가 더 흔히 들려왔다. 미국 시카고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린다(24) 씨는 보라색 가방과 보라색 벙거지를 자랑하면서 “BTS가 주는 ‘자신을 사랑하라(Love yourself)’와 같은 메시지를 특히 좋아한다”면서 “서울과, 제주, 부산을 여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시에서 영어 강사로 일하고 있는 미국인 세라(33) 씨의 검정 가방에는 RM 얼굴이 새겨진 배지가 붙어 있었다. 세라씨는 “무궁화호를 타고 와 오전 11시쯤 도착해 체험 부스들을 돌았다”며 “너무 더워서 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로 점심을 먹으러 갈 것”이라고 말했다.

17일 더현대 서울의 1층 폭포가 BTS의 상징색인 보라색으로 물들어 있다./소가윤 기자

◇ 인근 쇼핑몰·호텔도 ‘BTS 특수’ 누려

이날 행사로 인근 쇼핑몰과 호텔도 특수를 누렸다. 정오부터 밤늦게까지 행사가 이어지면서 참석한 팬들이 식사와 숙박 등을 위해 몰리면서다.

더현대 서울은 1층 중앙에 위치한 12m 높이의 인공 폭포 ‘워터폴 가든’에서 보라색 레이저를 쏘는 등 축하 이벤트를 개최했다. 5층과 6층에는 BTS가 새겨진 거울과 함께 발판 역할을 하는 보라색 조형물이 있는 포토존이 마련됐다. 더현대 안내원 A씨는 “오늘 해외 팬이나 국내 팬들 모두 BTS 포토존 위치를 엄청 많이 물어봤다”며 “쉴 새 없이 모여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더현대에서 만난 대만인 나나(40) 씨는 페스타 참석을 위해 남편과 아들을 모두 데리고 왔다며 “지난 15일 입국해 4일간 서울 여행을 하고 있다. 오전에 BTS페스타에 갔다가 저녁을 먹으러 백화점으로 넘어왔다”고 말했다.

더현대 서울과 이어진 여의도 IFC몰 지하 2층 도넛 가게 노티드에서는 BTS 에디션 도넛이 완판됐다. 발길을 돌리는 팬들도 보였다. 노티드 직원 B씨는 “오전 10시에 하루 60개 준비되는데 점심시간도 되기 전 2시간도 채 안 돼 마감됐다”고 말했다.

호텔업계에 따르면 방탄소년단 10주년 페스타를 맞아 인근 호텔들인 페어몬트 엠배서더, 콘래드, 켄싱턴 호텔 등은 객실 예약률이 90%를 넘겨 만실을 기록했다. 특히 콘래드 서울이 하이브와 협업해 만든 ‘방탄소년단 데뷔 10주년 테마 객실 패키지’는 완판됐다. 패키지는 디럭스룸·스위트룸 객실과 함께 방탄소년단 팬덤인 아미를 상징하는 보라색의 ‘퍼플 박스’로 구성됐다. 콘래드 호텔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국가에서 패키지를 예약했다”면서 “80% 이상이 외국인 손님”이라고 말했다.

17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열린 BTS10주년 축하제. 멤버 RM의 라디오 진행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조연우 기자

◇ RM 등장한 라디오 행사 땐 팬들 ‘떼창’...BTS 콘서트 방불케 해

이날 오후 5시 ‘아미라운지’에서는 BTS 리더 RM이 직접 참여해 1시간 동안 ‘오후 5시, 김남준입니다’라는 라디오를 진행했다. 아미 멤버십 가입자 중 추첨을 통해 당첨된 3000명만 ‘아미라운지’에 들어갈 수 있는 입장권을 얻을 수 있다.

RM은 라디오 진행 중간에 해외에서 온 팬들을 위해 영어로 진행하기도 했다. 미국에 있는 멤버 뷔, 정국과 전화를 연결해 팬들에게 깜짝 선물 증정식을 하기도 했다. 팬들은 “10주년 축하해”, “김남준 고마워”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있었다. RM은 1시간 동안 라디오 사연 소개, 멤버와 전화 연결, 노래 공연 등을 했다.

BTS의 무대 영상과 함께 노래가 재생되는 ‘BTS 라이브스크린’ 행사장에서는 수천 명의 인파가 잔디 위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있었다. BTS 히트곡 ‘I Need You’ 노래 도입부가 나오자 사람들의 함성이 들리며 흡사 콘서트장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노래를 함께 따라 부르던 정수현(27) 씨는 이날을 위해 창원에서 KTX로 4시간을 달려왔다. 정 씨는 BTS가 데뷔한 2013년부터 지금까지 10년간 콘서트, 행사장 등을 찾아다녔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 성장해 온 기분이 든다”며 “오늘 행사 마감 시간인 오후 10시까지 즐기다 돌아갈 거다”라고 했다.

17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BTS페스타에서 진행된 불꽃놀이./소가윤 기자

◇ 여의도 하늘 수 놓은 ‘불꽃놀이’…대미 장식

이날 밤 8시 30분 여의도 하늘이 보라색 별 모양 불꽃으로 수놓아졌다. 빨간색 노란색 갖가지 원형과 하트 모양의 다양한 폭죽이 터졌다. 배경 음악으로 BTS의 곡 ‘페이크 러브(fake love)’가 흘러나왔다. 중간중간에 파란색과 노란색이 섞인 거대한 불꽃이 터져나오자 시민들은 ‘와’라며 함성을 지르기도 했다.

주최 측은 사고에 대비해 안전 요원을 배치해 계속 시민들을 안내했다. 보라색 조끼를 입은 안내 직원들이 펜스 앞 20m 간격으로 곳곳에서 “멈추지 말고 계속 이동해 주세요”라고 외치며 안전봉을 휘둘러 질서를 유지했다.

초록색 분홍색 파란색 등 형형색색 불꽃의 규모가 점점 커지자 시민들은 연신 감탄했다. 아들과 남편과 함께 나들이를 나온 이 모(43) 씨는 “불꽃놀이를 하는지 몰랐는데 나온 김에 구경하게 됐다”며 “가까이서 보니까 너무 멋있다”고 말했다.

불꽃놀이가 끝난 뒤 팬들은 비교적 차분한 모습으로 인근을 빠져나가 별다른 사건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 행정안전부는 행사 당일 오후 2시부터 문화체육관광부, 경찰, 소방 등과 정부합동점검단을 구성해 인파밀집사고 대책, 교통통제·응급의료 대책을 점검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여의동로 마포대교 남단부터 63빌딩 앞 1.5㎞ 구간을 전면 통제했다.

서울시는 이날 정오부터 행사장 주변인 여의동로 일대 버스 정류장 4곳의 운영을 통제하고,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지하철 5호선과 9호선 등의 운행 횟수를 늘려 운행했다. 여의도환승센터와 여의도역, 여의나루역을 거치는 노선에도 버스를 집중적으로 배차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