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닥터 김사부3’ 안효섭이 말한 ‘다음 순간’을 지켜내는 방법 [김재동의 나무와 숲]

김재동 2023. 6. 17.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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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재동 객원기자] “항상 우리의 권리보다 환자가 우선시 될 수 밖에 없고, 우리의 절박한 목소리가 세상한테는 이기적인 목소리로 들리고, 그럴 때마다 ‘우리는 대체 뭘 위해 헌신하고 있는 건가?’ 상처받고 힘빠지고 회의도 들고.. 다 알아요. 그러나 우린 계속 싸워나갈 수 있잖아요. 하지만 지금 들어오는 중증환자들은 우리가 없으면 싸울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없으면 다음 순간이 없다구요!”

16일 방송된 SBS 금토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3’에서 강동주(유연석 분)의 독선에 반발, 보이콧에 나선 돌담 외상센터 스태프들을 설득한 서우진(안효섭 분)의 당부다.

물론 방점은 돌담 중증외상센터의 존재 이유에 찍혀있다. 중증환자들의 다음 순간을 지켜주는 것. 하지만 앞선 의료진의 헌신이 외면받는 현실에 대한 지적도 간과할 수 없다.

강동주에 앞서 센터장에서 낙마한 차진만(이경영 분)도 같은 주장을 했었다. 그는 대한민국 의료계가 의사들에 대한 존경은 저버리고 사명감으로만 의사들을 옭아맨다고 지적했고, 부득이한 죽음조차 도의적으로 사과하는 순간 개떼처럼 달려들어서 의사를 가해자로 만들고 살인범으로 몰아붙이는 세태를 비판했다.

서우진과 차진만의 차이는 방점을 각각 ‘환자 살리기’와 ‘의사의 권익’에 두고 있다는 정도다.

차진만과 같은 시각을 공유한 양호준(고상호 분)은 반발한다. “우리의 권리도 생존만큼 중요해. 왜 우리만 환자를 생각해야되는데? 강동주도 환자를 생각한다면 지가 먼저 와서 꿇어야지.”

양호준이 언급한 예의 ‘강동주’는 의사와 환자를 둘러싼 병원, 보건당국, 사회로까지 확장될 수 있다. 환자의 생존은 의사만이 감당할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성원 모두의 책임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분명한 현실은 차은재(이성경 분)의 말처럼 ‘환자를 볼모로 자존심 싸움 하자는 것’으로 비쳐질 테고 의료공백을 메꾸자고 다른 동료들을 몇 배 더 힘들게 만드는 처사가 될 뿐이다.

오명심(진경 분)은 말했다. “여러분들이 조금이라도 더 마음편하게 자리를 비우려면 누군가는 여기서 여러분 몫의 일을 해줘야 하지 않겠어요? 우리가 싸우는 건 불합리한 제도와 시스템이지 환자는 아니니까.” 그러면서 덧붙였다. “그렇다고 여러분들 목소리 내는 걸 주저하지 말아요.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회야말로 진짜 아픈 사회니까.”

최근 ‘응급실 뺑뺑이 사망 사고’가 빈번히 보고되고 있다. 용인시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70대 노인은 2시간 동안 병원 11곳에서 수용불가 통보를 받고 구급차 안에서 사망했다. 지난 3월엔 대구의 건물에서 추락한 10대 학생이 2시간 동안 응급실을 찾다가 사망하기도 했다. 2013년부터 ‘응급의료 기본계획’의 주요 지표로 채택된 ‘중증응급환자 적정시간내 최종치료기관 도착비율’은 지속적으로 50%선에 머무르고 있다.

그리고 의료계는 그 근본 원인으로 필수의료과 전문의 부족을 거론하고 있다. 특히 응급실 상주 응급의학 전문의 부족이 심각한데 6월 17일자 머니투데이에 따르면 1명의 응급의학전문의가 연간 4400명 이상의 환자를 본다. 또한 중증환자 응급실 방문 3대 주요 원인인 급성심근경색, 허혈성 뇌졸중, 중증외상을 다룰 심장내과, 신경과, 외과 등의 전문의도 태부족이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는 한겨레 기고에서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 기피과목의 지원율이 낮은 이유는 전공의 정원이 많기 때문이란 진단을 내놓았다. 즉 전문의 수보다 2배 가까이 많은 전공의를 뽑음으로써 전공의를 마친 전문의들이 갈 자리가 없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즉 병원들은 인건비가 많이 드는 전문의 대신 저렴한 인건비로 장시간 노동을 감당하는 전공의를 충원하는데 골몰하고 그 여파로 전공의 지원율이 떨어지며 전문의 부족사태를 겪게 된다는 말이다.

이렇다보니 과목별로 전문의가 3~5명은 있어야 24시간 365일 진료가 가능한데 많은 병원이 전문의 1~2명만으로 운영되고 있어 낮에는 응급환자, 심장환자를 보는 병원이 넘쳐나지만, 밤이 되면 중증응급환자가 거리를 떠도는 무의촌이 되고 만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이를 해소하자면 병원이 적정수의 전문의를 고용하도록 하고, 골든타임을 고려한 적정수의 응급·심장병·분만센터를 지정·지원하며, 전공의 정원을 조정해 배출된 전문의들이 큰 병원서 제 역할을 하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환자는 의사가 살리지만 보건당국이 합당한 시스템을 만들고 병원이 그 시스템을 제대로 적용해야 사회가 안전해진다는 설명이다.

장동화(이신영 분)는 말했다. “제 목표는 항외과입니다. 누군가의 목숨을 책임질만큼 그런 사명감은 없어서요.”

그런 사명감은 자부심이 붇돋운다. 또 그런 자부심은 주변의 인정과 존경이 부축한다. 차진만 말처럼 부득이한 죽음조차 의사 책임이 되고 살인자의 멍에를 써야 한다면 자부심 대신 자괴감이 들테고 사명감은 사라지고 무사안일 보신주의가 그 자릴 대신할 테다.

센터장 대행을 맡은 강동주는 서우진에게 말했었다. “세상에서 사부님처럼 될 수 있는 사람은 사부님 혼자 뿐이야!” 그리고 독백했다. “그거 아십니까? 사부님은 우리 정신은 될 지언정 우리 목표가 돼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는 아무것도 성공시킬 수 없을 겁니다.”

트리플보드 써전으로서의 테크닉은 물론 사명감까지 완벽한 돌연변이 천재는 김사부(한석규 분) 하나로 족하다. 그 사명감은 후배들의 본이 되어 계승될 수 있지만 의사를 키워내는 풍토는 사회시스템 전체가 작동해야 성공할 수 있다. 우리 모두의 안전한 ‘다음 순간’을 위하여.

/zait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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