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같은 전세금 올 1조 떼였다
직장인 이 모씨(34)는 2년 전 서울 강서구의 한 다세대 빌라에 보증금 2억원에 전세로 입주했다. 올해 초 계약 만기가 도래하고 아이도 태어나자 이씨는 더 큰 집으로 이사하기 위해 보증금 반환을 집주인에게 요청했다. 하지만 집주인은 "전셋값이 많이 떨어져 세입자를 구할 때까지 보증금을 내주기 어렵다"는 말만 반복했다. 결국 만기 후에도 들어오겠다는 세입자가 없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자 이씨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보증금 반환을 청구하기로 했다.
이처럼 다세대 주택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급락하자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하는 전세보증 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임대차 3법 부작용으로 2년 전 전셋값이 가장 많이 올랐을 때 계약을 체결한 세입자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16일 HUG에 따르면 5월 기준으로 접수된 보증사고 건수는 월간 기준 역대 최고치인 1444건으로 집계됐다. 보증사고 금액도 3252억원으로 역시 가장 많았다.
올 들어 5월까지 HUG가 집주인을 대신해 돌려준 보증금 누계는 1조565억원으로 사상 처음 1조원을 돌파했다.
전국 102만가구 '역전세' 위험
5월 보증사고 역대 최다
전문가들은 역전세에 따른 전세보증사고 급증이 이제 막 시작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역전세 위험 가구는 총 102만6000가구로 전체 전세 가구의 52.4%에 달한다. 전세보증금이 매매 가격보다 더 높은 깡통전세 위험 가구도 16만3000가구로 전체의 8.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올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깡통전세와 역전세 규모가 커 향후 주택시장 최대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은행은 깡통전세는 올해 7월부터 매달 평균 1만건씩, 역전세는 매달 평균 5만3000건씩 만기가 도래할 것으로 추정했다.
역전세에 따른 보증사고는 주로 수도권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전체 보증사고 중 90.2%가 수도권에서 발생했다. 미추홀구에서 전세사기가 발생한 인천이 429건, 서울도 383건에 달했다. 서울·인천을 제외한 경기도는 총 491건이었다.
보증사고 규모가 늘어나며 집주인 대신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보증금을 갚아주는 부담도 커지고 있다. 대위변제 급증으로 지난해 HUG는 13년 만에 약 27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처럼 하반기에 역전세 대란이 예고되자 정부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완화해 집주인들의 숨통을 틔워준다는 계획이다. 앞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집주인이 자금 융통이 안 돼 보증금 반환이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보증금 반환 차액만큼 대출 규제를 완화해 연착륙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다만 DSR 규제 완화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한 방지책도 함께 내놓을 계획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국회에 출석해 "DSR 규제 완화의 위험성에 동의한다"며 "규제 완화에 따른 대출은 전적으로 보증금 반환 목적으로만 쓰여야 하고, 그 다음 세입자에게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을 전부 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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