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외식 10만원 시대···'e정육점' 불판 달아오른다

신미진 기자 2023. 6. 16.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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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정육판매 인기
식당 삼겹살 1인분 2만원 육박
각종 관리비·인건비 상승 영향
"차라리 집에서 구워먹자"
대상·동원 등 식품 대기업 출사표
'육백점' 주문량 1년새 2배 껑충
'도축 4일 이내' 등 품질 내세우고
콜드체인 구축으로 신선도 보장
[서울경제]

직장인 김 모(39) 씨는 지난주 말 부모님·동생과 함께 삼겹살 집을 찾았다가 계산서를 보고 흠칫 놀랐다. 네 명이서 1인분에 2만 원인 삼겹살을 인원수대로 주문하고 여기에 된장찌개와 공깃밥, 소주 두 병을 곁들이니 10만 원이 훌쩍 넘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그래도 제일 가격 부담이 없다고 생각했던 ‘소주에 삼겹살’에 배신 당한 기분이었다”며 “소고기를 직접 사서 집에서 구워 먹는 게 가성비 면에서 더 낫다는 동생의 말에 앉은 자리에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고 고개를 끄덕였고 이제 그렇게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외식 물가가 계속 오르면서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소비자들이 ‘온라인 정육점’을 찾고 있다. 껑충 뛴 인건비와 임대료·연료비 등이 고스란히 고깃집 메뉴판 가격에 반영되면서 외식 부담이 커지자 직접 고기를 사서 집에서 구워 먹으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식품 유통 업체들은 점점 늘고 있는 육류 직접 소비 수요를 선점하기 위해 판매 부위를 세분화하고 항공 직송에 콜드체인 시스템까지 갖춰 신선도를 유지하는 등 인터넷을 통한 소비자직접판매(D2C)를 강화하고 있다.

16일 한국소비자원 가격 정보 종합 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삼겹살(200g) 평균 외식비는 1만 9150원으로 2년 전보다 15.4% 올랐다. 2021년까지 삼겹살 외식비는 1만 6000원대를 유지하다 지난해 5월 1만 7595원으로 뛰더니 어느새 2만 원에 육박할 정도로 비싸졌다. 반면 소비자가격은 오히려 내렸다. 축산물품질평가원 기준 지난달 삼겹살(200g) 평균 소매가는 5278원으로 1년 전보다 약 6%가량 저렴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국내 도축 마릿수가 증가한 데다 지난해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에 따른 기저효과로 돼지고기 값이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돼지고기 값 하락에도 외식 물가가 상승하는 것은 각종 관리비가 올랐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기·가스·수도 가격은 1년 전보다 23.2% 높아져 전월에 이어 두 달 연속 20%대 오름세를 이어갔다. 서울 마포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A씨는 “유류비·인건비가 상승한 데다 중간 유통 업체를 통해 들어오는 돼지고기 값은 산지 가격과 달리 오름세”라며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가게를 접어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외식 물가가 뛰자 직접 고기를 구워먹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직접 판매 업체들은 조용히 웃고 있다. 과거 축산물의 경우 온라인 유통 업계에서 변질 우려 때문에 주문이 저조해 ‘난제’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유통 업체들이 자체 콜드체인 물류망을 구축해 배송 안전성을 높이고 유통 단계를 줄여 가격을 낮추자 소비자들이 몰리며 시장 자체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에 활기가 돌자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동원그룹은 지난해 계열사 동원홈푸드 산하의 축육 부문이 보유한 육가공장을 통해 축산물 전문 몰 ‘육백점’을 론칭했다. 일반 축산물의 경우 농장-도축장-육가공-도매-소매 등 복잡한 유통 단계를 거치는 반면 육백점은 중간 유통 단계를 축소해 단가를 낮춘 것이 특징이다. 동원그룹의 한 관계자는 “가성비 덕분에 소비자들의 반응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며 “육백점의 이달 주문량은 전년 동월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고 전했다.

대상(001680)그룹도 최근 스테이크 전문 몰 ‘미트프로젝트’를 내며 출사표를 던졌다. 직접 보유한 가공 공장에서 원육의 이동 과정을 줄이고 항공 직송을 통한 제품 공수, 주문 직후 손질 등 높은 신선도를 내세웠다. 항공 직송 냉장 토마호크 스테이크(500g) 가격은 3만 9900원으로 저렴한 수준이다. 대상 관계자는 “육류 소비 증가와 하나를 먹더라도 제대로 먹겠다는 소비 심리에 주목했다”며 “축육 전문 쇼핑몰로 육성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선발 주자인 정육각은 2016년 설립 이후 지난해 400억 원대의 매출을 기록하며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축산물에서 수산물로 판매 품목을 넓히고 4일 이내 도축한 고기로 만든 밀키트와 이유식용 고기 등을 판매하며 후발 주자들과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정육점 역시 방문객이 늘면서 이달 1~13일 기준 ‘초신선 삼겹살’ 판매량이 2주 전보다 16%가량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수요가 세분화되고 가격 정보가 많아질수록 한 가지 품목만 파는 식품 버티컬 플랫폼이 각광을 받을 것”이라며 “온라인 정육점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신미진 기자 mjsh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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