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자동차가 돌아왔다…'젊은이 거리' 명성 되찾는 신촌 [송영찬의 신통유통]

송영찬 2023. 6. 16.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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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스타트업 박람회가 열린 서울 신촌 연세로 일대가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이날 박람회는 현대백화점과 서대문구청의 주최로 박람회를 비롯해 3대 3 농구 이벤트 등이 진행됐다. /현대백화점 제공

지난 15일 오후 8시 서울 신촌 명물거리에선 길거리 버스킹 공연이 한창이었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걸음을 멈추고 휴대폰으로 공연을 찍기도 하고 아예 계단식 의자에 앉아 공연을 지켜보기도 했다. 대학교 기말고사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주변 식당과 주점들도 북적이기는 마찬가지였다. 한 맥주집 점주는 “3월부터 매출이 크게 늘었다”며 “외국인 손님이 이렇게 눈에 띄게 늘어난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오랜 침체기를 맞았던 신촌 상권이 다시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연세로의 ‘차없는 거리’가 해제되고 주변 대학들의 대면 수업이 본격 재개된 영향이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도 결제액과 이용금액은 크게 늘어나며 상인들도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다만 주변부 상권엔 여전히 공실도 많아지며 상권 양극화가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코로나19 이전보다 더 늘어난 결제액

지난 3월 서을 신촌 연세로에 벚꽃이 활짝 피어 있다. /서대문구청 제공

16일 한국경제신문과 비씨카드가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 3~5월 신촌 지역의 카드 이용액과 결제 건수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12.1%, 14.3%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선 이용금액과 결제건수가 각각 18.2%, 22.3%나 늘어났다. 신촌 상권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외식업종의 결제액 증가는 더욱 두드러졌다. 

카페, 식당, 주점은 지난 2019년 동기 대비 각각 69.5%, 32.9%, 30.2% 이용금액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공실률도 크게 낮아졌다. 한국부동산원 중대형상가 공실률 자료에 따르면 신촌·이대 공실률은 지난해 4분기 9.1%에서 올 1분기 6.9%로 크게 떨어졌다. 

상인들은 상권이 살아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로 ‘차없는 거리’ 해제를 꼽는다. 서울시는 박원순 전 시장 재임 시절이던 지난 2014년 신촌의 핵심 상권을 관통하는 연세로를 서울시 최초의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했다. 이후 버스와 16인승 이상 승합차, 긴급차량, 자전거를 제외한 모든 일반 차량은 연세로에 진입하지 못하고 경의중앙선 신촌역 앞의 신촌역로나 홍대입구역 인근의 동교동 삼거리 등으로 크게 우회해야 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과 신촌 상인들은 신촌 상권 쇠락의 원인이 여기에 있다며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를 지속적으로 요청해왔다. 서울시는 서대문구와 상인들의 의견을 반영해 지난 1월 8년만에 연세로의 ‘차없는 거리’를 해제했다. 

실제 차없는 거리 해제 효과는 유통 업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신촌의 유일한 백화점인 현대백화점 신촌점의 지난 2~5월 주차장 입차 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8.4% 늘어났다. 주차 편의가 올라가며 매출 역시 같은 기간 전년동기 대비 10.8% 올랐다. 현대백화점은 차없는 거리가 해제로 차량 통행량 증가가 일반 보행 유동 인구 증가를 불러오는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이 기간 외국인 매출은 전년대비 25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방문객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유플렉스 전문관의 같은 기간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27% 늘었다. 김봉수 신촌 상가번영회 회장은 “연대 정문에서부터 역까지 차들이 자유롭게 다니면서 유동인구도 늘었다”며 “백화점 갔다가 식사하려는 사람들이 몰려나오면서 음식점 매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사장님들도 많다”고 말했다.

  상권 양극화는 한계..."행사 다양화"

지난 2월 서울 신촌 명물거리 일대가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가 해제된 지 만 한 달 만이다. /최혁 기자

아직 한계도 있다. 같은 신촌 상권 내에서도 양극화가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특히 현대백화점 신촌점과 명물거리 등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신촌 중심부 상권과 연세대학교 남문 일대와 신촌 기차역 인근 상권의 회복 속도가 다르다는 점이다. 16일 신촌 거리에서 만난 이강헌 씨(29)는 “대학 졸업 후 오랜만에 신촌을 찾았는데 예전보다 사람들이 더 많아진 느낌”이라면서도 “골목 깊숙이 있던 식당들이 몇 년 전 없어졌는데 아직도 공실로 남아있어 놀랐다”고 말했다. 

그동안의 신촌 상권 침체 원인이 차없는 거리에만 있지 않다는 말도 나온다. 신촌의 한 식당 점주는 “차없는 거리가 시작된 2014년부터 연세대가 1학년생 전부를 송도캠(국제캠)으로 보냈다”며 “1학년이 모두 사라진 것이 더 결정타였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과 서대문구는 이달부터 신촌의 옛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 여러 행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3일에는 스타트업 박람회를 개최한데 이어 오는 24일엔 프랑스 거리 음악 축제와 길거리 농구 등의 행사를 진행한다. 이밖에도 오는 9월 지구촌 문화 축제, 10월 지역 맘카페와 함께하는 플리마켓 등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신촌이 옛 명성을 되찾아 영트렌드 상권으로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콘텐츠와 지원방안을 꾸준히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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