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김명수 6년의 사법부 늪

이른바 ‘사법농단’ 혐의로 기소돼 4년이 넘게 진행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1심 재판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늦어도 올해 내에는 1심 선고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말도 탈도 많았고, 공판만 280회가 열리는 등 대한민국 사법 역사에 기록될 재판이었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각종 지연술이 나오기도 해 한쪽에서는 ‘재판 지연 전략의 교과서’라고 조롱하기도 한다.
현재 법조계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에게 중형이 선고될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 많다. 관련 사건으로 기소된 판사 중 2명에게만 유죄가 인정됐기 때문이다. 만약 양 전 대법원장에게도 무죄나 가벼운 형이 선고된다면 법원 진상조사 포함, 6년 넘게 이어져 온 사건의 결말치곤 허무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을 거 같다.
지금에 와서 보면 이 사건을 과연 검찰로 가져가야 했었는지 의문까지 든다. 사법농단에 검찰이 개입하도록 한 사람은 김명수 대법원장이었다. 법원의 진상조사가 이미 시작된 2017년 9월 취임한 김 대법원장은 내부의 많은 반대를 뚫고 검찰 수사에 협조하기로 결정했다. 안철상 당시 법원행정처장 등은 이에 반대해 자리를 내려놓기도 했다. 김 대법원장은 법원 내부 의견보다 자신을 임명한 청와대의 의중을 더 중시한 거 같다. 당시 청와대는 ‘정의로운 검사’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적폐청산을 주도하기를 바랐다.
검찰 수사는 예기치 못한 과잉을 낳았다. 여론을 등에 업고 사법부를 수사할 수 있는 ‘천재일우’를 잡은 검찰은 모든 것을 다 들여다보려고 했다. 압수수색의 범위를 놓고 법원에서는 과하다는 말이 나올 만했다. 압수수색 영장은 무더기로 기각됐고, 그에 대한 비판은 또 법원을 향했다. 정상적인 법리 논쟁을 할 수 없는 시기였고, 법원의 결정은 ‘제 식구 감싸기’라는 손가락질을 피해갈 수 없었다. 가장 심한 과잉은 법원행정처에 근무한 적이 없는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에 대한 수사였다. 법원행정처의 행정권 남용이 아니라 재판연구관의 증거인멸이 쟁점이 됐다. 수사가 시작되면서 생긴 혼란은 김 대법원장의 책임으로 돌아왔다. 거기서부터 대법원장의 리더십은 사라져 버렸다.
사법부는 지난 6년간 사법농단의 늪에 빠져 있었다. 한때 미래의 사법부를 이끌어갈 사람으로 촉망받던 엘리트 판사들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눈물을 흘렸고, 연루된 다수의 판사는 법원을 떠났다. 그사이 시급한 개혁 과제는 한 발짝도 내딛지 못했다. 12명의 대법관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사건이 대법원에 쌓여 있고,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고법 부장판사 승진 제도 폐지와 법조 일원화 전면 도입으로 인한 혼란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당시 법원행정처 고위 인사들의 잘못이 없다는 말이 아니다. 잘못을 드러내고, 반성하고, 다시는 똑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방법으로 수사와 처벌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응징의 시간’ 동안 많은 것이 지체됐다. 오는 9월이 되면 새로운 대법원장이 임명될 것이다. 사법부는 이제 과거에 얽매일 시간이 없다. 새롭게 출발할 수 있도록 모두가 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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