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막규제 논란…“원칙·이용 편의 아우를 틀 마련해야”

양석훈 2023. 6. 16.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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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막 규제로 소규모 농지 거래는 더 위축될 겁니다. 우리 가족만 해도 5도2촌 꿈을 접었습니다."

"330㎡(100평) 농지에 호화 농막이 웬 말입니까. 거기다 농사는 뒷전에 두고 술판만 벌이는 모습을 보면 한숨이 나옵니다."

경기 안양에 거주하는 B씨는 "농막을 철거하고 농지를 팔려고 고민하고 있다"면서 "농사도 안 짓고 농막을 설치하면 문제지만 도시민이 주말에 농막에 머물면서 농사짓는 건 농촌에도 도움이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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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전용 많고 숙박지 활용
“별장처럼 사용하는 건 안돼”
주말농장 도시민 유입 차단
“소규모 농지 거래 위축 우려”
윤 대통령, 규정 강화 ‘제동’
게티이미지뱅크

“농막 규제로 소규모 농지 거래는 더 위축될 겁니다. 우리 가족만 해도 5도2촌 꿈을 접었습니다.”

“330㎡(100평) 농지에 호화 농막이 웬 말입니까. 거기다 농사는 뒷전에 두고 술판만 벌이는 모습을 보면 한숨이 나옵니다.”

농막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농막이 본래 목적대로 쓰이도록 규제를 강화하자는 주장과 농촌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풀자는 의견이 팽팽히 맞선다. 농막 논란에 불이 붙은 건 최근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지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다. 현행법상 농막은 농자재를 보관하거나 농작업 중 일시 휴식을 위해 농지 위에 설치하는 시설이다. 주거 목적으로 쓰일 수 없고 규모는 연면적 20㎡(6평) 이하로 제한된다.

하지만 농업과 무관하게 쓰이는 농막이 상당한 게 현실이다. 최근 감사원이 20여개 지방자치단체 관내 농막 3만3140채를 전수조사한 결과 1만7149채가 불법 전용·증축된 것으로 확인됐다. 숙박시설은 물론 가상화폐 채굴장으로 쓰이는 농막도 있었다.

개정안은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핵심은 농막이 농막답게 쓰이도록 하자는 것이다. 우선 개정안은 농막이 주거 목적으로 사용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동안은 주거와 일시 휴식의 경계가 불명확했는데 개정안은 농작업 없이 여가시설로 활용하거나 휴식 공간이 바닥 면적의 25%를 초과하는 경우를 ‘주거’로 규정했다. 비농민에 한해 농지 면적에 따른 농막 면적 기준도 새로 마련했다. 예를 들어 농지 면적이 660㎡(200평) 미만이면 농막 연면적은 7㎡(2평) 이하로 제한된다.

하지만 이런 규제 강화가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제도 실효성 문제가 제기된다. 도시민 A씨는 “휴식 공간 25% 규정은 과하다”면서 “또 농민도 농막에서 야간 취침을 할 수 있는데 어떻게 단속할 것이냐”고 꼬집었다.

특히 농막 주거 규정을 완화해 도시민의 농촌 유입을 촉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쪽에선 이번 규정 강화가 시대 흐름과 맞지 않는다고 본다. 경기 안양에 거주하는 B씨는 “농막을 철거하고 농지를 팔려고 고민하고 있다”면서 “농사도 안 짓고 농막을 설치하면 문제지만 도시민이 주말에 농막에 머물면서 농사짓는 건 농촌에도 도움이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오히려 농민은 줄고 농막 수요는 늘어나는 시점에 우리도 러시아의 다차(Dacha·시골별장)처럼 새로운 농막 제도를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박상헌 한라대학교 ICT융합공학부 교수는 “전원주택만큼은 아니더라도 농막에 농지 이용 대가로 일정 세금을 물리는 등 도시민과 농촌에 두루 도움이 되는 새 농막 제도를 인구감소지역 89곳에 우선 도입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농막 실태와 ‘주말 농막족’이 지역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제대로 분석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농막 규제를 푸는 건 시기상조라는 반론도 있다. 유찬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농식품부나 지자체의 허가나 협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농지전용과 달리) 농지 이용행위에 해당하는 농막은 구체적 현황과 이용 실태 파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서 “농막 실태와 함께 도시민이 농막을 통해 얼마나 관계인구로 자리 잡을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논란이 격화하면서 농식품부는 14일 결국 입법 예고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현장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의견을 고려할 때 추가 보완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농식품부의 농막 규제 강화에 사실상 제동을 걸었다. 김미애 전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13일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단과 오찬을 하며 농막 규제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할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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