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괴담發 천일염 사재기 돈 버는 사람은 따로 있다

송혜진 기자 2023. 6. 16.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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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염 낭설에 곳곳 구매 급증
정부 “매일 안전 브리핑 할 것”
지난 14일 오후 제주시내 한 마트에서 도민이 텅 빈 소금 매대를 바라보고 있다. 2023.6.14/뉴스1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가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일부 대형 마트에서 국내 천일염이 동나고,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소금 매출이 급증하는 ‘소금 사재기 현상’이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항간에 번진 ‘천일염 공포’는 낭설(浪說)에 가깝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삼중수소는 물의 형태로 존재해 일반적인 물과 화학적으로 동일하다”면서 “천일염을 만드는 과정에서 물은 공기 중으로 모두 증발하기 때문에 삼중수소 영향을 받을 일은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괴담(怪談)이 계속 퍼지면서 일반 소비자들이 영향을 받는다는 데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4일까지 소금 전체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55.6%가 늘었고, 천일염 매출은 118.5%가 늘었다. 롯데마트에선 지난 1일부터 14일까지 소금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30% 늘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지난 사흘 사이 천일염을 사려는 손님들이 갑자기 몰려들더라”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소금은 무섭게 팔려나가고 있다. SSG닷컴에선 지난 1~14일 천일염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6배 늘었다.

그래픽=백형선

천일염 괴담 등이 사그라들지 않자 정부는 매일 대국민 브리핑에 나서기로 했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일본이 추진 중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에 대해 국민 여러분과 언론의 우려가 상당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과학적 사실에 기반한 정보를 자주 제공해 드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고, 소통의 창구로서 일일 브리핑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관련한 괴담이 퍼지면서 가장 먼저 소금 사재기를 시작한 곳은 사실 일반 소비자들보단 중간 도매상들이다. 실제로 일반 마트나 수퍼, 편의점에서 소금 가격은 사실 현재로선 거의 차이가 없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작년 8월에 소금 가격이 전반적으로 한 번 오른 후로 소금 가격은 오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롯데마트와 이마트 관계자 역시 “천일염 가격은 현재 전년과 동일하게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간 도매상 사이에서 뛰어오른 소금 값

도매 사이트에선 천일염 가격이 눈뜨면 달라질 지경으로 가파르게 뛰고 있다. ‘도매스팟’ ‘틈새마켓’ 같은 전문 도매 쇼핑몰에선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천일염이 20㎏에 1만7000~2만원 정도에 거래됐다가 이달 초부터 6만원대가 돼 3배가량으로 뛰어올랐고, ‘방사능 오염수 방류 초읽기’ 뉴스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지난 12일 이후부터는 8만원을 넘긴 곳도 적지 않았다. 불과 20여 일 만에 천일염 한 자루 가격이 4배로 뛰어오른 것이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에 ‘소금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도매상들이 제일 처음으로 소금을 사가는 곳이자 전국에서 천일염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곳으로 꼽히는 전남 목포 신안군 수협도 실제로 최근 가격을 올렸다. 워낙 소금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 전년보다 택배 물량이 10배나 늘자 인력이 부족해졌고, 이에 사람을 더 고용하게 되면서 인건비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전국 천일염의 85%를 취급하는 신안군 수협 직매장은 지난 8일 ‘신안천일염 2021년산 20㎏’ 가격을 2만5000원에서 3만원으로 20% 인상한다고 공지했다. 신안군 수협 관계자는 “현재는 이마저도 다 팔려나가 물량이 아예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바닷물 성분의 약 3%…영향 못 줘”

많은 전문가는 오염수 방출이 ‘바닷물을 증발시켜 만드는 천일염’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입장이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원전 오염수에 있다는) 세슘과 스트론튬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걸러지기 때문에 바다에 배출돼도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일은 없다”며 “삼중수소 역시 방류구에서 2~3㎞만 떨어져도 빗물에 섞여 나오는 수준으로 농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런 극미량의 방사성물질이 바닷물 성분의 약 3%에 불과한 소금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천일염 사재기가 이어지는 데는 “일종의 선(先)수요 때문에 가격이 오르는 현상”(CJ제일제당 관계자)이란 분석도 나온다. 일반 개인 소비자들이 불안해서 천일염을 사들이기 시작한 건 불과 2~3일밖에 되지 않은 현상이고, 도매업자와 기업들이 B2B(기업 간 거래)로 소금 가격이 앞으로 계속 오를 것이라고 보고 미리 사두기 시작하면서 가격이 계속해서 더 오르게 됐다는 설명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소금은 미리 사놓아도 어차피 금방 상하지 않고 오래 쓸 수 있어 사재기하기 좋은 상품”이라면서 “이 때문에 가격이 오르기 전에 미리 대량 구매를 해놓겠다는 심리도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괴담에다 수급 불균형이 함께 작용해 소금 값 급등이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 식품 업체 관계자는 “올해 비가 워낙 많이 와서 전남 신안에서 생산되는 천일염의 양이 지난 10년 평균의 70%가량으로 크게 줄어들면서 소금 값이 뛴 것이 1차적으로 큰 원인이고, 최근 몇 년 사이 풍력발전을 한다는 이유로 소금 염전 면적을 계속 줄이다 보니 생산량이 계속해서 더 줄어든 것도 있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도 이날 일일 브리핑에서 “현재 개인 직거래 비율은 전체 거래의 7~8% 수준에 불과해 전체 천일염 가격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해수부는 또한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난 이후부터 작년까지 286번 천일염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했다. 이 중 방사성물질이 검출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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