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귀공자’ 리뷰, 맑은 눈의 광인으로 변신한 김선호

2023. 6. 15. 10:0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출처: 네이버 영화
맑은 눈의 광인을 보았다.

박훈정 감독의 신작 ‘귀공자’에는 지금껏 본 적 없는 색다른 광인이 등장한다. 누가 봐도 호감인 말쑥한 얼굴에 엷게 띤 미소, 그러나 흔들림 없는 동공과 목적을 알 수 없는 추적에 도통 재단할 수 없는 인물. 미친듯이 타깃을 쫓다가도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손거울을 꺼내 휘파람을 불며 머리칼을 매만지는 여유. 대체 그는 누구인가.

한 마디로 정의하기 불가능하다. 물음표 투성이인 존재이지만 결말에 이를 때쯤 실체가 드러난다. 이 미스터리한 캐릭터에 대한 의문을 영화의 말미까지 끌고 가는 연출이 꽤나 흥미롭다.

코피노(코리안_필리피노) 마르코(강태주)는 아픈 어머니의 수술비와 약값을 벌기 위해 불법 경기장을 전전하는 복싱 선수다. 어느 날 마르코는 평생 본 적 없는 아버지로부터 큰 돈을 얻을 수 있다고 꼬드기는 무리와 만나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모두가 잠든 밤, 기내에서 마르코에게 슬며시 다가와 자신을 ‘친구’라 소개하는 귀공자(김선호). 마르코에게 귓속말을 속삭인 뒤 홀연히 떠난다. 이후 마르코는 정체불명의 귀공자를 비롯해 사학재단 이사이자 재벌 2세 한이사(김강우), 필리핀에서 교통사고로 엮였던 윤주(고아라)에게 영문을 모른 채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렇게 시작된 추격전은 미스터리와 함께 긴장감과 몰입감을 선사한다. 서로 다른 인물들의 추격 방식은 ‘귀공자’의 관람 포인트로 꼽을 수 있다. 먼저 스스로를 ‘프로(Pro)’라 일컫는 귀공자는 높은 다리에서 뛰어내려도 끄떡없는 초인과 다름없다. 흔들림 없이 뜀박질을 하고 카체이싱에도 월등한 능력을 지녔다. 지닌 그를 보면 박 감독의 ‘마녀’ 시리즈의 마녀들이 연상된다. 이기심과 잔혹함으로 얼룩진 한이사의 장총 액션도 인상적이다. 윤주는 화끈한 운전 실력으로 마르코를 쫓기도, 자신을 쫓는 또 다른 추격자들을 따돌리기도 한다. 마르코는 미친듯이 도망 다닌다. 영문도 모른 채 숲과 도로, 마을, 터널을 가로지르며 무조건 달린다.

‘귀공자’는 여러모로 신선한 작품이다. 어둡고 퇴폐적이어야만 누아르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다. 강렬한 액션을 한 후 함박웃음을 짓거나 묘한 환호성을 지르는 낯선 캐릭터가 ‘새로운 누아르 액션의 탄생’에 힘을 더한다. 스크린 데뷔작임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김선호는 능청스럽고 역동적인 귀공자 역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액션은 물론, 중간중간 던지는 유머 섞인 대사도 맛깔 나게 풀어낸다. 지금껏 맡아온 캐릭터와 전혀 다른 캐릭터를 맞춤 수트를 입은 것처럼 연기했다.

신예 발굴에 탁월한 능력을 지닌 박훈정 감독은 이번에도 배역에 꼭 맞는 강태주를 선택해 주연으로 앉혔다. 무려 1,908:1의 경쟁률을 뚫고 마르코 역을 차지한 강태주의 처절하고 처연한 연기가 인상적이다.

매력적인 캐릭터, 호기심을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박 감독의 연출력, 피땀 섞인 추격전 덕분에 러닝타임 118분이 금세 흘러간다. 치열한 추격 끝에는 귀공자의 매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반전 스토리가 등장한다. 극장에서 확인하시길. 6월 21일 개봉.

최따미(최다함) 우버객원칼럼니스트(영화 인플루언서)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