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힘으로 지켰다”…파크골프장으로부터 백련근린공원 지켜낸 사람들

김송이·전지현 기자 2023. 6. 14.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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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백련근린공원에서 지난 4월 23일 아이들이 올챙이를 관찰하는 등 생태체험활동을 하고 있다. 전지현 기자

서울 서대문구 논골마을 주민들은 지난 3월부터 매주 일요일마다 백련근린공원에 모였다. 농약을 친 파크골프장 대신 두꺼비가 사는 연못과 아이들이 잠자리를 잡으러 뛰어다니는 공원이 남아있길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그렇게 이어간 100일간의 싸움 끝에 이들은 “0세부터 100세”를 위한 공원을 지킬 수 있게 됐다.

서대문구청은 백련산에 파크골프장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철회했다고 14일 밝혔다. ‘논골마을 주민비상대책위원회’ 등 파크골프장 조성에 지속적으로 반대 의견을 제기한 주민들의 의견을 수용한 것이다.

주민들은 “감격스럽다”고 했다. 16번 시위 중 10회 이상 참여했던 김진경씨(65)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이긴 것 같다”고 했다. 김씨는 백련공원에 서 있는 커다란 느티나무를 볼 때마다 논골마을이 고향인 어머니가 말씀하시던 옛 정취를 떠올린다. 김씨는 “처음에는 우리 같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구청장을 상대로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을 많이 했다”면서 “구민들이 힘을 합쳐서 이만큼 해냈다는 것이 굉장히 뿌듯하다”고 말했다.

백련공원 인근에서 11년째 살고 있는 김근숙씨(65)는 “킥보드를 타는 유치원생들도, 아장아장 걸어다니는 아기들도 백련공원에선 안전하고 편하게 다닐 수 있다”면서 “이런 공간을 여러 사람이 힘을 합쳐 찾아서 가슴이 먹먹하다”고 했다.

지난 4월 23일 서울 서대문구 백련근린공원 인근에 파크골프장 조성 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조태형 기자

그간 김씨를 비롯한 주민들은 구청의 일방적인 골프장 조성 계획에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파크골프장을 설치하려면 어린아이부터 어르신들까지 동네 쉼터로 이용해 온 백련공원을 헐어야 하기 때문이다. 파크골프장에 잔디를 심으려면 농약을 쳐야 한다는 점도 문제였다.

서대문구는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이 파크골프협회 등 직능단체장과 차담회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지난해 8월 이후 파크골프장 조성을 추진해왔다. 지난 2월 사업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5월에는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이 여론조사에서 백련공원이 위치한 홍은2동 주민들은 찬성보다 반대 의견을 더 많이 표했다.

구청은 주민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해 사업대상지를 변경하기로 했다. 서대문구청이 지난 5월 작성한 ‘백련산 파크골프장 조성사업 대상지 변경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백년약수골 주변이 새로운 파크골프장 부지로 꼽힌다.

아직 논란의 불씨는 남아있다. 파크골프장 새 부지로 유력한 곳이 명지초등학교와 홍연초등학교 사이에 있기 때문이다. 홍연초등학교 2·4학년 손주를 둔 김근숙씨는 “초등학교 근처가 가파른 비탈길이라서 차가 다녀도 보이지 않는데 파크골프장이 생기면 차가 더 많이 다닐까봐 손주들이 걱정된다”면서 “파크골프장이 완전히 철회되기 전에는 마음이 편하지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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