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설계도' 유출 범죄…TSMC는 어떻게 막나보니

이인준 기자 2023. 6. 13. 17:1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술 유출 범죄, 대만선 '간첩죄' 최대 12년 징역
美도 피해액에 따라 최대 33년9개월까지 엄벌
처벌 만으론 한계…인재 유출 막고 특허 강화 필요
[서울=뉴시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제공) 2022.09.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설계 자료가 통째로 중국에 넘어갈 뻔한 사건이 발생하며 기술 유출 관련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처벌 강화만으로는 기술 유출 문제를 완벽히 차단할 수 없어, 대책 마련을 다각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파운드리 반도체 1위 업체인 TSMC를 보유한 대만은 지난해 국가안전법 개정을 통해 군사·정치 영역이 아닌 경제·산업 분야의 기술 유출도 '간첩 행위'에 포함시키며 처벌 수위를 한결 높였다.

이에 따라 국가 핵심기술을 중국, 홍콩, 마카오 등 해외에 유출하면 '5년 이상 12년 이하'의 유기징역과 대만달러 500만 위안 이상 1억 위안(42억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기술 유출 범죄를 ‘간첩죄’로 간주해 더 무거운 형벌을 내리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연방 양형기준을 통해 피해액에 따라 범죄 등급을 조정하고 형량을 대폭 확대할 수 있다. 기술 유출은 6등급 범죄에 해당돼 0~18개월까지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지만, 피해액에 따라 최고 36등급까지 상향 조정이 가능하다. 이 경우 188개월(15년 8개월)에서 최대 405개월(33년9개월)의 징역형을 내릴 수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한국에서도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의 경우 법원이 기술 유출 범죄에 대해 판결할 때는 '지식재산권범죄 양형기준'에서 '영업비밀 침해행위'를 적용한다. 이에 따르면 해외 기술 유출 시 기본 징역형은 1년~3년6개월이며, 가중 사유를 반영해도 최대 형량은 6년에 그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반도체 등 기술의 해외 유출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기업의 생존과 국가경쟁력을 위협하고 있으나 실제 처벌은 낮은 수준"이라며 기술유출 범죄의 처벌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서를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전달하기도 했다.

처벌 만으로 한계…인재 유출은 법으로 못막아

일부에서는 단순 처벌만으로는 기술 유출 방지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들린다.

특히 반도체 엔지니어가 이직했을 때 한국에서 습득한 지식과 공정 노하우가 해외 기업으로 전수되는 것은 법으로 막기가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에서 D램 반도체 설계를 담당했던 한 임원은 2018년 중국 반도체 업체로 이직했다가 법원으로부터 전직 금지를 당했다. 장원기 전 삼성전자 사장도 2020년 중국 시스템 반도체 설계 생산업체 에스윈에 부회장으로 가려다가 논란이 일자 이직을 포기했다.

이번에 수원지검에서 수사를 받는 A전 상무가 대표로 있는 중국 메모리 업체도 한국 메모리 업체 고위 임원과 국내 반도체 엔지니어 출신 200명 이상이 근무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전직 금지나 처벌 등 네거티브 한 방식으로는 기술 유출 문제의 해결이 어렵다"며 "그보다 국내 소재·부품·장비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해외로 인재 유출을 막는 것이 근본 해결책"이라고 밝혔다.

이와 맞물려 이공계 대학 기피 등 엔지니어에 대한 처우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전 세계가 반도체 산업을 둘러싸고 한판승부를 벌이는 상황에서 인재 확보가 가장 중요한 승부처로 급격하게 부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반도체특위 위원장인 양향자(무소속) 의원은 SAP코리아와 투자자문기업 마벡(MAVEK) 주최로 열린 '글로벌 반도체 전쟁과 미래' 웨비나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의 최대 약점으로 '인적 자원'을 꼽았다.

그는 "엔지니어 연봉이 개업의사만도 못한데, 누가 15년 이상 열정을 바칠 수 있겠냐"고 말했다. 이어 "첨단 산업, 특히 반도체 산업을 다루는 인재들은 국가의 명운을 짊어진 국가대표"라며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허 전략과 보안 인프라 강화도 필요

적극적인 특허 출원 전략도 요구된다. 연구개발 성과물의 글로벌 특허 출원을 통해 재산권을 지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의 IBM을 제치고 미국 실용특허 1위를 차지했다.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반도체 공급망이 재편되고 있는 상황에서 특허 등록을 가속화하고 있다.

다만 특허 등록을 계기로 경쟁 업체 추격의 실마리를 제공하거나, 특허 분쟁에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핵심 부품은 경쟁업체들이 기술을 모방하지 못하도록 특허를 출원하지 않는 '블랙박스' 전략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업계는 지적한다.

사내 보안의 중요성도 거론된다. A 전 상무는 다양한 부서들을 거치며 제품 개발 프로세스 전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 것으로 추정된다. 반도체 제품 개발의 전 과정을 알고 있는 프로젝터의 리더가 많을수록 기술 유출의 우려가 커지는 만큼, 제품 개발 단계를 복잡하고 다양하게 쪼개는 방식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단순 실수로도 치명적인 손실을 볼 수 있는만큼 기술 유출 경각심을 높일 필요도 있다.

TSMC는 지난 2018년 한 직원이 바이러스 검사를 마치지 않은 이동식저장장치(USB)를 사내 시스템에 연결했다가 생산설비 가동 중단 사태를 일으켰다. 직원 부주의로 TSMC의 12인치 웨이퍼(반도체 원판) 생산설비 3곳이 바이러스 감염으로 공정이 중단돼 하루 3억 대만달러(110억원)로 추정되는 손실을 입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ijoinon@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