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없는 사회 구현?… 한은 모바일 현금카드 잔돈적립 ‘공회전’

김유진 기자 2023. 6. 1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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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잔돈 계좌 적립 1회 한도 확대 결정
7월 말부터 거스름돈 1만→5만원 확대
”하루 이용 1건 채 안 돼” 실효성 지적
가맹점 4개밖에 없어 서비스 활성화 한계
일러스트=이은현

‘현금 없는 사회’를 위해 한국은행이 은행권·금융결제원과 야심 차게 선보인 ‘모바일 현금카드’ 잔돈 계좌 적립 서비스가 3년째 공회전하고 있다. 일부 은행에서는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는 건수가 “하루 1건이 채 되지 않을 때도 있다”라고 할 정도로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금정추)는 최근 잔돈 계좌 적립 서비스의 활성화를 위해 1회 적립한도를 확대한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경쟁력 있는 간편결제사업자가 다수 포진해 있는 시장에서 가맹점이 4곳뿐인 모바일 현금카드 서비스가 잔돈 계좌 적립한도 확대만으로 활성화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은 현금카드 잔돈 적립 서비스 1회 한도를 상향한다는 금정추의 결정에 따라 관련 작업을 진행 중이다. 잔돈 적립 서비스의 1회 한도는 1만원에서 5만원으로 늘어난다. 은행권은 약관 수정 등의 작업을 통해 7월 말부터 잔돈 적립 한도를 상향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모바일 현금카드 잔돈 적립 서비스의 활성화를 위해 한도를 늘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모바일 현금카드 잔돈 계좌 적립 서비스는 한국은행이 금융결제원, 은행권과 함께 ‘현금 없는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2020년 모바일 현금카드의 부가 서비스로 처음 선보였다. 현금, 상품권으로 결제를 한 뒤 거스름돈이 생겼을 때 가맹점에서 잔돈을 모바일 현금카드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계좌로 곧바로 입금하는 방식이다. 이 서비스는 신한·하나·우리·NH농협·기업 등 은행권의 계좌를 곧바로 연결할 수 있다.

금융결제원 홈페이지 캡처.

은행권은 금정추의 결정에 따라 잔돈 적립 서비스의 한도를 확대하고는 있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서비스 이용 자체가 저조한 상황에서 계좌로 적립할 수 있는 잔돈의 한도만 늘리는 것이 큰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특히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를 중심으로 한 간편결제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모바일 현금카드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은행권의 시각에 힘을 더한다.

한은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현금지출액은 2015년 81만원에서 2021년 51만원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체 지출액 가운데 카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37.4%에서 58.3%로 증가했다. 최근 들어서는 실물 카드조차 이용하지 않고 스마트폰을 통해 간편결제를 하는 경우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간편결제 시장에서 핀테크(금융+기술의 합성어)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66.6%, 카드사의 비중은 33.4%로 낮아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금을 쓰고 잔돈을 곧바로 계좌로 넣어주는 서비스가 현금을 사용하는 비중 자체가 크게 줄어드는 상황에서 실효성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라며 “이미 각종 페이 서비스로 현물 카드조차 쓰지 않는 상황이어서 실제로 서비스 이용자가 늘어날지는 의문이다”라고 했다.

모바일 현금카드 애플리케이션 캡처.

특히 한정된 가맹점 역시 잔금 계좌 적립 서비스의 활성화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현재 모바일 현금카드 서비스 가맹점은 농협하나로마트, 미니스톱, 현대백화점, 이마트24 단 4곳뿐이다. 농협하나로마트의 경우에는 모바일 현금카드 결제는 가능하지만 잔돈 적립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는다. 실질적으로 금융 소비자가 잔돈 계좌 적립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가맹점은 3곳에 그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거스름돈을 계좌로 적립할 정도로 모바일에 익숙한 세대는 현금을 쓰지 않고, 현금을 사용하는 연령층은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이용에 어려움을 느낄 가능성이 크다”라며 “(잔돈 계좌 적립 서비스의) 사용처마저 한정된 상황이어서 이번 적립 한도 확대뿐만 아니라 가맹점도 확대하려는 노력을 함께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다만, 한은은 포용 금융을 확대하는 측면에서 이번 잔돈 계좌 입금 한도 확대를 추진한다는 설명이다. 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 관계자는 “5만원권 사용이 확대되는 실생활을 반영해 1회 적립한도를 1만원에서 5만원으로 확대했다”라며 “이번 적립한도 확대를 통해 향후 금융위가 추진 예정인 편의점 가맹점을 통한 현금출금서비스와 함께 금융포용 측면에서 은행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에서의 현금 입금 및 출금을 위한 대체 인프라로서의 기능도 기대하고 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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