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화, 한승원, 황미나…웹툰으로 살아난 순정만화 “추억돋네”

남지은 2023. 6. 13.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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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엔터, ‘아카시아’ ‘프린세스’ ‘취접냉월’ 등 웹툰화
“중년 독자들에 반가운 추억, Z세대에 명작 향유 기회”
<아카시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어머, 그 옛날 <아카시아> 맞네. 추억 돋는다!”

한때 순정만화에 빠져 허우적대던, 지금의 중년들은 요즘 다시 ‘소녀 감성’에 젖는다. 1980년대 단행본 초판 발행 이후 절판되어 지금은 구하기 힘들다는 만화책 <아카시아>(김동화·한승원 작가)가 지난달 12일 웹툰으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만화는 주인공 네명이 2천년 전 전생에서 얽힌 인연을 20세기 현생인 미국에서 이어가는 내용. 웹툰은 20세기 미국 배경을 2023년 대한민국 연예계로 바꿨다.

<아카시아> 단행본을 소장하고 있는 한 원작 독자는 “웹툰으로 나온다는 소식 자체가 과거 순정만화 세대를 잊지 않은 것 같아서 반가웠다”며 “만화책과 웹툰을 비교하며 보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아카시아> 외에도 최근 1~2년 사이 과거 순정만화 대표 작가의 작품을 웹툰화하는 작업이 이어진다. 1995년 시작한 한승원 작가의 장편 <프린세스>는 2021년에 웹툰 작업을 시작했다. 작가의 건강 문제로 미완결작으로 끝났던 <프린세스>는 웹툰 연재와 동시에 6부(시즌6) 작업도 시작했다. <굿바이 미스터블랙> 등으로 유명한 황미나 작가의 <취접냉월>(1995년)도 2권으로 출시된 단편만화를 125화 분량의 웹소설로 선보인 뒤 지난해 웹툰으로 만들었다. 만화가 웹소설, 웹툰으로 이어진 첫 사례다. 모두 단행본이 절판되거나 연재가 중단되는 등 여러 이유로 독자들이 오랫동안 보고 싶어 한 반가운 작품이다.

<취접냉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궁> <원더 우먼> 등 과거 작품을 웹툰으로 만든 경우는 있지만, 시대를 풍미한 순정만화는 특히 눈길을 끌고 있다. 30~40년 전 순정만화를 이제 와 웹툰으로 되살리는 이유는 웹툰 시장을 넓히기 위한 목적이 주요하다. 웹툰 주요 이용자는 10~30대. 과거 작품으로 그 시절을 추억하게 하며 웹툰을 보는 연령대를 확장하려는 것이다. <궁>도 30~40대 여성 독자층이 가장 많이 봤다.

이소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팀장은 “명작은 세대를 관통하는 울림과 재미가 있다. 그 시대를 휩쓸었던 단행본을 웹툰화하면서 한국 순정만화 전성기를 기억하는 독자들에게 반가운 추억을 안겨주고, 오늘날 정서에 맞춰 조금의 각색을 더하면 제트(Z) 세대에게도 익숙한 웹툰 형식으로 명작을 향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웹툰 장르를 다양화하려는 작업이기도 하다. 해외 론칭도 준비 중이어서 다른 나라 반응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과거로 돌아가는 회귀나 다시 태어나는 환생 등 요즘 드라마에서도 인기인 코드도 갖고 있다. 등장인물 간의 관계성 등 서사가 강해 드라마화 등 잠재력을 지닌 지식재산권(IP)를 소유할 수 있는 차원도 된다. <프린세스>도 가상의 북유럽 삼국을 배경으로 3세대에 걸친 사랑과 정치를 이야기한다.

<프린세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러나 과거 순정만화라고 모두 웹툰으로 주목받는 것은 아니다. 단행본을 웹툰화하는 과정은 까다롭다. 기존 작품을 채색하는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세로 내려보기 모바일에 최적화된 형식으로 맞추려고 컷을 다시 나누는 등 섬세한 작업이 요구된다. <프린세스>는 시즌 1~5를 컬러로 다시 선보였다. 순정만화 시대를 살지 않은 젊은 세대들의 눈길도 끌어야 해 시대에 맞는 적절한 각색도 필요하다. <취접냉월>은 무협소설 진산 작가가 웹소설화하면서 세계관을 확장해 여러 등장인물을 추가했다. 순종적인 여성을 주체적으로 바꾼 점이 눈에 띈다. 웹툰 <아카시아>는 오미 작가 등이 주인공 한시아가 관찰 예능에 출연하는 등 요즘 연예계에 맞춘 설정으로 친근함을 더한다.

웹툰의 등장으로 과거 만화책을 다시 찾게 되면서 달라진 관점도 흥미롭다. 원작 <아카시아>에서 아카시아는 페드라가 자신을 괴롭히는 것도 모를 정도로 착하기만 한 청순가련형 주인공으로 인기였는데, 지금 보면 되레 답답해 보인다. 반면, ‘악녀’ 취급받던 페드라가 여자 때문에 자신을 배신한 라메세스를 내치고 왕이 되려고 하자, “사랑에 울지 않고 권력욕을 내세우는 페드라의 야망이 멋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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