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483] 클림트의 해독제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1862~1918)는 ‘황금의 화가’라고 할 정도로 눈부신 금박을 화면 전체에 바르고 그 화려함에 어울리는 관능적 여인을 주로 그렸다. 하지만 클림트는 여름이면 번화한 도시를 벗어나 연인 에밀리 플뢰게와 잘츠부르크 인근 아터제 호수로 떠났다.
눈길 닿는 곳이라면 온통 맑은 초록색 산과 파란 하늘과 고요한 호수로 가득 찬 아터제에서 클림트는 마치 신화 속 인물처럼 바닥에 끌리는 풍성한 가운을 입고 풍경화를 그렸다. 40여 점의 아터제 풍경화는 모두 같은 크기의 정사각형 화면에 역시나 초록이 가득하다. 그의 황금빛 그림들이 당대 사회에 팽배했던 퇴폐적 미감의 산물이었다면, 맑고 푸른 아터제의 여름 풍경은 해독제 같은 게 아니었을까.
‘아터제 호수의 리츨베르크’는 유명 컬렉터 부부가 클림트에게 구입했다가 그들이 세상을 뜨면서 여동생이던 아말리 레들리히에게 넘어갔다. 유대인이던 레들리히 가족은 오스트리아가 히틀러의 나치 독일에 병합되던 1938년 폴란드로 추방됐다가 죽임을 당했다. 이 그림은 1938년 게슈타포가 무단 압수했다가 1944년부터는 잘츠부르크 박물관에 걸려 있었다. 박물관에서는 2011년, 팔순 노인이 된 레들리히의 손자를 찾아 그림을 돌려줬다.
곧바로 경매에 나온 이 그림은 4000만달러, 오늘날 환율로 520억원에 팔렸다. 그 수익 일부로 레들리히의 손자는 잘츠부르크 박물관에 교육과 창작을 위한 공간 ‘아말리 레들리히 타워’를 세웠다. 이렇게 그림이 안고 있던 어둡고 참혹한 역사는 그 나름의 해독을 거쳤지만, 현재 소유주가 누군지, 그림이 어디에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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