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半 미라 상태”…네살에 7㎏이었던 가을이, 친모는 왜 딸을 학대·살해했나

사망 당시 뇌출혈·갈비뼈 골절 등 오랫동안 폭행 당한 흔적
친모, 성매매 후 함께 살던 여성에 돈 갖다 바치며 가을이에 화풀이

SBS 제공

 
친모의 방임과 학대 끝에 4살 나이에 7㎏의 ‘기아상태’로 숨진 ‘가을이’ 이야기가 전해져 충격을 주고 있다. 

10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따르면 가을이(가명)는 4살이던 지난해 12월 사망했다. 당시 아이의 몸무게는 7㎏, 이는 생후 4개월 신생아 수준이었다.

당시 가을이는 두개골이 골절과 함께 서로 다른 시기에 발생한 뇌출혈들과 갈비뼈가 부러졌다가 붙은 흔적 등 오랫동안 폭행을 당해온 흔적이 있었다.

방송에서 전문의들은 암 투병을 하거나 선천적인 질환이 있어도 이렇게 마르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한 전문의는 사망 당시 가을이 사진을 보고 “거의 반 미라처럼 보일 정도로 근육이 거의 다 빠진 상태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이 상태에 대해 친모 A씨(27)는 “음식을 훔쳐먹어 훈육하던 중 침대 모서리에 머리가 부딪쳐서 벌어진 일”이라며 실수로 벌어진 일이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아이의 마른 몸에 대한 설명이 되지 못했다.

검찰의 공소 내용을 보면 A씨는 딸의 사망 당일 오전 6시부터 딸의 머리를 침대 프레임에 부딪히게 하는 등 폭행을 가했다. 자신의 물건에 손을 댄다는 이유였다.

오전 11시쯤 딸이 다리를 쭉 뻗은 상태에서 거품을 물고 발작을 일으켰지만 내버려두다가 오후 4시 30분쯤 되어서야 겨우 핫팩으로 딸의 몸을 마사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가을이는 오후 6시쯤 숨을 거뒀다.

지난 3월 10일 부산지법 형사6부 심리로 열린 A씨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A씨에게 무기징역과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배고파요, 밥 주세요”라는 아이에게 6개월간 하루 한 끼 물에 분유만 타 먹이면서 자신은 아무렇지 않게 외식을 했다.

가을이가 생전 친모 A씨의 폭행으로 사시 증세를 보였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병원 측에서 시신경 수술을 권했지만 A씨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고, 가을이는 실상 실명 상태였다고 한다.

A씨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은 같은 달 24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6월 13일로 미뤄졌다. A씨 모녀와 함께 살고 있던 동거인  B씨(여·28)의 혐의가 추가로 밝혀졌기 때문이었다.

B씨는 친모 A씨가 아이 식단을 공유하는 단체 채팅방에서 만난 인물로, A씨와 가을이를 연고도 없는 부산으로 불러들였다.

당시 남편의 가정폭력, 아동학대 등에 시달리던 A씨는 B씨의 동거 제안을 받아들였다. A씨와 가을이는 B씨의 남편과 두 아들과 함께 살던 좁은 집에 들어갔고, A씨는 일도 시작했다.

여성인권단체는 A씨가 B씨의 권유로 성매매를 했으며, 그 수익금을 모두 B씨에게 줬다고 밝혔다. 실제로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A씨는 하루 많게는 4번 성매매를 했고 1년 6개월 동안 1574회, 최소 1억 3천 75만원 수익을 남겼다.

A씨는 성매매 후에 귀가해 집안 청소를 하고, B씨의 아이들을 챙기고 그날 번 돈을 B씨에게 입금했다. A씨는 가을이가 사망하던 날에도 B씨 아들의 하원를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A씨 생활 전반을 감시했고, A씨는 점점 가을이를 화풀이 대상으로 삼아 짜증을 내고 폭행을 일삼았다.

경찰은 B씨 가족이 A씨가 벌어온 돈으로 생활한 것, 함께 동거를 해왔다는 점 등을 봤을 때 공동 육아의 책임이 있다고 봤다. 검찰은 B씨(아동학대살해 방조·성매매 강요 등의 혐의)뿐만 아니라 B씨 남편(29)도 아동복지법 위반(상습아동유기·방임)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전문가들은 지능이 낮은 것도 아닌 A씨가 B씨 말에 순순히 따른 것은 전과가 있는 B씨의 전 남자친구 D씨 영향이 컸을 것으로 추측했다. D씨는 교도소에서 출소한 뒤 약 6개월 동안 A씨, B씨 가족과 함께 살며 A씨를 폭행하고 성매매도 단속했다. 이에 가정폭력 경험이 있었던 A씨가 공포 때문에 가해자들에게 순응했다는 것이다.

서다은 온라인 뉴스 기자 dad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