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평균 1억 반환...하반기엔 52.4%가 ‘역전세’ 위험
급매 증가 때는 가격 떨어질 수도
반환대출 규제풀면 ‘찻잔속 태풍?’
#. 서초구 반포자이 전용 84㎡를 갭투자해 전세를 내주고 있는 A씨는 최근 세입자의 전화 한통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재작년 9월 20억원에 보증금을 내고 들어온 세입자가 갱신기간이 도래하자 최근 전세 호가가 약13억원인 점을 감안해 7억원을 돌려달라고 한 것이다. 그러면서 보증금 7억원을 돌려줄 수 없다면 1억원 당 40만원씩 역월세를 받아야 겠다고 했다. A씨는 당장 전세 보증금 반환 대출을 알아보러 가야 할 판이다. 만약 대출이 불가능할 때는 한달에 320만원을 세입자에 건네야 하는데, 최근 거래가 활발하다고 하니 이때 집을 좋은 값에 팔아볼까도 고민 중이다.
역대 가장 전셋값이 높았던 2년전 계약들의 갱신기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면서 하반기 역전세 대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A씨처럼 당장 수억원을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집주인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이 보증금 반환 압박을 버티고 못하고 ‘패닉셀’(투매)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역전세난 급매’가 늘어나면 최근 반등하는 집값에 하방 압력 변수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12일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역전세 위험가구는 약 102.6만호로 전체 전세물량의 약 52.4%에 이른다. 지난해 1월만 해도 25% 수준에 머무르던 것이 1년이 좀 넘게 지나면서 두배수준으로 올라간 것이다. 보고서는 전세보증금이 주변 지역 내 같은 평형 주택의 최근 6개월 전세시세를 초과하면 ‘역전세’로 분류했다.
이에 상반기에 비해 반환해야 할 보증금액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년 전보다 전셋값이 하락한 거래의 보증금 격차는 평균 1억152만원에 달했지만, 하반기에는 평균 1억3153만원으로 약 30%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역전세 문제가 심각할 때 위험도가 높은 갭투자(전세를 끼고 집 매수) 물건의 경우 전셋값이 급등했던 2021년에 약 24만건이 계약됐는데, 이는 연간 전세거래량의 18% 수준이다. 계약만기가 도래하는 2023년에 전체 전세 거래의 약 20%는 역전세에 몰린 갭투자 물량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역전세의 심각성은 서울보다 지방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하나증권이 최근 내놓은 ‘역전세 현황분석: 생각보다 심각해서 정부가 나설수 밖에’라는 제목의 리포트에 따르면 전세 최고가 대비 올해 2월 전세 실거래가는 수도권은 14% 추락한 반면 6대 광역시는 18.8%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은 12.1% 하락한 반면 특히 대구 세종처럼 최근 입주물량이 많았던 지역들은 각각 26.6%, 23.4% 떨어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초까지 역전세난이 더욱 극심해질 것으로 예측했다. 전셋값이 2021년 말부터 2022년 초에 정점을 찍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2021년 12월과 2022년 1월 두달 연속 103.5를 기록해 통계가 공개된 2003년 11월 이후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평균 전셋값 역시 2022년 1월 6억3424만원으로 2012년 조사 이래 가장 높았다.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는 “2년전과 비교했을때 역전세가 최고점을 찍는 구간이 내년 4월까지”라며 “수억원의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집주인들이 늘어나면서 집값도 같이 떨어질 가능성도 높다”고 강조했다.
김승준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도 “역전세 문제는 스무스하게 넘어갈 수 있는 이슈가 아니다”면서 “전국에서 나타날 수 있는 역전세 금액이 72조원인데 고금리에서의 담보대출은 가계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매각을 위한 매물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하지만 역전세난이 더욱 심각해져도 정부가 대책마련에 나서며 파급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전세금 반환 목적에 한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의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며 “늦어도 7월 중에는 시행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정부는 전세보증금을 보증하는 전세보증보험의 보증금 한도를 확대하고, 전세금 반환보증을 도입하는 등 세입자의 보증금 보호 방안도 만들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정부가 (보증금반환)대출을 풀어주면서 결국 임대인들의 금융부담만 증가하는 선에서 그칠 것”이라면서 “금리도 안정화되고 입주물량까지 적어 내년 초에는 오히려 집값이 오를 가능성도 높아보인다”고 설명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4월 기준 서울지역 아파트 전월세 전환율이 4.8% 이지만 전세대출금리는 최저 3%대로 떨어져 전세로 사는게 유리할 수 있다”면서 “깡통전세 여파로 빌라, 다세대 전세수요가 아파트로 이동하면서 아파트 전세시장이 반사이득을 누리는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서영상 기자
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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